김현호 박사
  •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 Korea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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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김현호 박사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


Dr. Hyunho Kim

Fellow, Dept. of Biofunctional Medicine & Diagnostics, Kyunghee Univ. Korean Medicine Hospital




Q1.

한방진단학 및 진단생기능의학이 무엇인가요?


첫 번째 질문이 저희 교실과 학문의 정체성에 대한 것인데, 먼저 한의 진단학과 진단생기능의학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 진단학과 진단생기능의학이 어떤 위치인지를 아시려면 먼저 의료 행위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아셔야 합니다. 한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 행위는 첫 번째로 환자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고 하는 사진(四診) 행위가 있습니다. 그다음에 수집된 정보를 활용해서 ‘변증(辨證)’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데, 진단이라는 위치를 가지는 정보의 통합과정이 있고요. 정보가 통합되면 환자가 어떤 증상을 가지고 있고 어떤 변증이라는 게 나오게 되죠. 그다음부터는 의사결정, 즉 치법(治法)을 결정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토하법(汗吐下法)’을 쓸 수 있고, 보법(補法)을 사용하거나 사법(瀉法)을 쓰는 등의 치법을 결정하게 되고요.


마지막으로는 결정된 치법을 이용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중재 행위, 즉 침(鍼), 구(灸), 한약 및 생활지도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한의 진단학이 초점을 두는 것은 앞의 두 단계입니다. 환자에게서 객관적인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한의 진단학의 교육과 연구 목표고요. 한의 진단학과 생기능의학의 사실상 목표는 똑같습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의 차이는, 한의 진단학은 고전적인 의미를 좀 더 강조해서 망문문절로 알려진 고전적 사진 기법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변증도 마찬가지로 한의사의 경험(heuristic)을 통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한 교육 및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기능의학은 이 한의 진단학을 현대적, 발전적으로 계승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구 분야는 똑같지만, 일반적으로 보다 더 객관화, 정량화시키기 위해서 기계나 측정 도구 또는 높은 수준의 통계적 기법을 통해 정보의 수집과 통합을 더욱 과학적으로 하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Q2.

최근 연구하고 계신 한방 의료기기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한 최근 한의계의 의료기기 관련 연구 동향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질문하신 것 중에 한방 의료기기라는 것은 원래 법적 단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의료기기 앞에 한방이나 양방이나 현대라는 말을 붙이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병원 수련의 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연구해서 만든 의료기기인데요. 지금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진행 중에 있고, 조만간 허가가 나올 것 같아요.


스마트폰에는 보통 가속도 센서라던가 각도 센서 등의 각종 센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이렇게 움직이는 게임도 합니다. 제가 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근골격계 환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근골격계 질병에 한의학 치료가 상당히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데, 문제는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남기기 매우 힘들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관절운동이 좋아졌다거나 통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환자가 얘기하는 뉘앙스나 VAS scale을 통해 알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여전히 주관적인 스케일이기 때문에 설득력의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고민 중에 지도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마트폰의 센서를 이용해서 근골격계 질환을 평가하거나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센서를 이용해서 환자의 특정 부위에 부착합니다. 의료용 테이프나 스트랩이란 띠를 이용해서 부착을 한 후에 의사가 환자에게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세요. 허리를 뒤로 젖혀보세요. 허리를 옆으로도 숙여보세요.” 이러한 지시를 내립니다. 그러면 환자는 거기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하게 되는데, 편타성 손상이 있거나, 퇴행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정상적인 환자들보다 그 운동의 양상이 다르게 측정됩니다. 이런 것들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측정하고 컴퓨터가 분석해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근골격계의 치료 전후와 치료 전 단계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좋지 않은가를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크기도 상당히 작고 무게도 적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한의계에서 의료기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시드(Seed) 연구가 있고 니즈(Needs) 연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드 연구는 '현재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해서 Research Question을 찾아가는 연구입니다. 반면에 니즈 연구는 '당장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Research Question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론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것을 일반적으로 니즈 연구라고 합니다.


예전 한의계는 공학적인 지식이나 과학을 전공하신 분들과 collaboration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드 연구가 많았습니다. 그것도 외부에서 시드연구가 많았고, 외부에서 이러이러한 기계들이 발명됐거나 만들어져서 판매되고 있다고 하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한의학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한의학의 어떤 부분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는 성공한 부분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을 무리하게 맞추려는 경향도 분명히 관찰됩니다. 그런 것들이 지난 연구의 흐름이었다면, 한의학이 다른 학문과 함께 융합 연구를 하기 시작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 한의학 연구를 하시면서 이제는 니즈 연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기계들이 필요하다면 만들거나, 다른 곳에 있다면 그쪽에 협력 요청을 하고 이런 식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고, 그리고 그것이 아주 좋은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Q3.

진단생기능의학과 전문의로서 의료기기 이용 여부에 따라 진료 결과에 차이가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질문을 정리하면 의료기기를 이용해서 진료 및 연구를 했을 때, 특히 진료를 했을 때 결과가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의료기기를 통해서 평가를 하든 진단을 하든, (물론 진단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기기를 사용하게 되면 인간이 관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평가의 경우, 평가 전후에는 도구가 없더라도 의사의 치료에 환자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현대화된 의료기기가 만들어지기 전의 근대 의학은 기기 없이도 그렇게 치료를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만들어지고서부터 의사들은 의료행위 효과를 주관적인 bias 없이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힘을 얻게 됩니다. 사실 사람의 정신력은 상당히 취약합니다. 그래서 주관적인 생각의 제약을 많이 받게 되고 기억도 왜곡되며, 사실도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면, 또는 자신이 현재 치료받고 있는 환자라면 치료 전후에 대해서 평가가 객관적이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런 경우에 의료기기를 이용해서 측정을 한다면 의사는 자신의 의료행위가 적절한지, 또 환자는 치료를 받으면서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잘못될 경우 치료 전략을 재빨리 수정할 수 있고, 만약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처음에 판단한 것이 잘못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오진으로 인한 사고나 잘못된 의료행위가 지속됨으로써 생기는 불신 등 사회적 비용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양날의 검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료행위의 효과가 낱낱이 드러난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와 의사의 정신적인 교감(rapport)이 잘 형성이 되어 있으면 플라시보 효과와 동질감을 느끼는 효과 때문에, 실제 효과보다도 더 좋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평가하게 되면 실제로 낫지 않았다면 정말 낫지 않았다고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의사는 결국 자기의 의료에 대해서 더욱더 책임을 져야 하는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는 항상 이런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앞으로 한의사가 한의학의 객관적인 근거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한의사가 한의학의 객관적인 근거 확보를 위해 해야 할 노력이라고 질문하셨는데, 한의사라면 객관적인 근거 확보를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한의사는 면허권자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두 가지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한의사를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는 연구자와 일선 진료 현장에서 진료를 하는 임상가,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본다면, 연구자들은 기존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방법론을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질문하신 의도는 임상가들도 객관적으로 근거 확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임상가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답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객관적인 근거 확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논리라는 것은 모든 과학의 근본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훈련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임상가 같은 경우는 논리적인 사고보다 환자의 치료 능력이 보다 더 가치 있는 덕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잘 치료하는 실력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한의학이라는 과학, 그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적절한 가설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가설이란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이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가설이 옳다, 유의하다 내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 경제적 인프라들이 소모됩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의할 것 같은 좋은 가설을 세우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임상가들이 해주실 몫입니다.


임상가들은 어떤 임상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고한다던가, 아니면 학술 활동을 하면서 연구자들과 교류를 해서 자신들의 임상 현장에서 관찰된,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미미하지만, 임상적으로 상당히 유효할 것 같은 것들을 잘 모아서 일차적으로 정제한 다음 연구자들과 함께 발전시켜나가 가설로 만들고 이것을 입증하는 식으로 가게 되면 그게 가장 시간을 단축하고 좋은 연구를 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 가설을 세우기 위해 그 기저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 논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임상가들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노력을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좀 더 드러내고 관찰한 것들을 학문화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많이 있으실 텐데, 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히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합리적인 방법으로 연구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등을 익히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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