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이제 면봉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면봉으로 세포 채취해 택배로 보내…10만원이면 탈모 가능성 알 수 있어>


12가지 항목, 46개 유전자 검사

4주 후 분석 결과 업체 홈피서 확인

암 등 중증질환은 병원서만 가능

위험 요소 체크해 질병 예방에 도움

소비자 오도 과장광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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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20대 후반인 영업직 이 대리는 직업상 외부 미팅이 잦다 보니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 그가 특히 신경 쓰는 건 머리숱.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전형적인 M자형 탈모이기 때문이다. 이미 탈모가 진행 중인 친구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그는 민간 유전자 분석업체의 온라인몰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주문해 탈모 검사를 해 봤다. 역시나 “분석 결과 유전적으로 탈모 가능성이 크게 예측됨”이라는 결과지를 확인했다.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일찍부터 관리하면 탈모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앞으론 머리 감을 때 더 신경 쓰고 두피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도 줄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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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30대 중반의 여성 은행원 김 과장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화장품을 사는 데 쓴다. 그는 소셜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피부와 관련된 유전자 검사를 신청해 받아 봤다. “피부 속에서 단백질과 당분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당화산물이 유전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는다. 피부 노화가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그가 쓰는 화장품은 대부분 미백 제품. 앞으론 주름 개선과 탄력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으로 바꿀 예정이다. 피부 노화의 가장 큰 주범인 ‘당화’를 막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빵·과자·초콜릿 같은 단 음식은 가급적 덜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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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사례이긴 하지만 미래의 이야기나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가 허용돼 누구나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손쉽게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디엔에이링크와 테라젠이텍스 등 민간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는 이러한 상품을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 중이다. 마크로젠도 상품 개발을 완료하고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소셜커머스·홈쇼핑·편의점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검사 키트의 면봉을 입안에 넣고 여러 번 문질러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한다. 이 면봉을 밀봉해 택배로 해당 업체에 보내 주면 된다. 분석 결과는 약 4주 뒤 업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검사비용은 10만~15만원 정도다.


이렇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건 12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46개 유전자다. 구체적으로는 대사 관련 7가지 항목(체질량지수, 중성지방 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비타민C 농도, 카페인 대사)과 피부 관련 5가지 항목(색소 침착, 탈모, 모발 굵기, 피부 노화, 피부 탄력)이다.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고 소비자 위해성이 적다고 판단된 검사다. 생활습관을 바꿔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항목이기도 하다.


예컨대 체질량지수 검사 결과 유전적으로 똑같이 먹어도 남보다 살찔 확률이 높게 나왔다면 음식 섭취나 조리법에 더 신경 쓰게 된다. 


디엔에이링크 서순정 과장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기에 건강 위험 요소를 체크하면 주도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며 “건강검진 못지않게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과 달리 한 번만 검사하면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인의 유전자 특성은 평생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자 확인 검사로만 여겨졌던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올린 건 미국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다. 그는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예방적 차원의 유방·난소난관절제술을 선택했다. 


국내 소비자도 유전자 검사 중 가장 관심이 큰 건 역시 암이다. 이번에 판매가 허용된 소비자 직접 의뢰 검사 항목에선 암을 포함한 중증질환은 빠져 있다. 민간업체를 통해 암 관련 검사가 이뤄지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암 유전자 검사는 여전히 병원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관계자는 “질병은 유전뿐 아니라 식이요법·생활습관 등 환경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에 대한 과장 광고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양재혁 실장은 “앞으로 유전자 검사가 더 대중화되면 민간업체가 직접 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0315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