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주사와 줄기세포 성형 어떤 점이 다를까?

1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대통령의 시크릿’편 보셨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이름으로 불법 줄기세포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청와대 전 비서실장인 김기춘 씨도 일본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왔을 것이란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 소식을 듣고 줄기세포 시술이 불법이라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울 유명 성형외과에서는 줄기세포 시술을 버젓이 시행하고 있고, 시중의 상점만 가도 줄기세포 화장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혼란은 서로 다른 종류의 ‘줄기세포’가 용어 구분 없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줄기세포 치료가 합법이고 어떤 치료가 불법인 걸까?


일상에서 쓰이는 ‘줄기세포’를 세 종류로 나눠 그 특성을 정리했다.


1. 리프로그래밍 줄기세포 치료제


분화가 끝난 세포, 즉 ‘프로그래밍’된 세포를 미분화된 상태로 되돌려 초기화시킨 줄기세포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와 2006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다 자란 생물(성체·成體)의 체세포에서 핵을 빼낸 뒤 난자의 핵과 바꿔치기하면, 체세포의 핵이 분화 전 배아(胚芽)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 배아를 그대로 배양하면 돌리 같은 복제동물이 되고, 초기 발생과정인 배반포 단계에서 내부 세포를 추출하면 230여 종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된다. iPS는 만드는 과정이 조금 다르다. 성체세포에 몇 개의 특수 유전자를 집어넣어 세포핵을 배아상태로 되돌린다.


리프로그래밍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장 크다. 하지만 암세포처럼 무한 증식할 위험이 있고, 필요한 세포로만 정확히 발현시키는 기술이 아직 부족해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다.  

 
눈에 망막에 생긴 노인성 황반변성이나 스타가르트병 등 극히 일부 질병에서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2.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줄기세포 주사가 바로 이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일 가능성이 크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나 혈액 등 우리 몸 곳곳에 조금씩 존재하는 줄기세포다. 리프로그래밍 줄기세포처럼 모든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은 없지만, 발생계통이 비슷한 몇 가지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몸 안에 있는 성체줄기세포 자체는 워낙 소량이라 이를 몸 밖으로 꺼내 실험실에서 100배 이상 배양해야 치료제로 사용하는 데 의미가 있다.


성체줄기세포도 실험실 배양과정에서 암세포처럼 무한증식하거나 오염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이 확보된 치료제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급성심근경색에 쓰이는 ‘하티셀그램-AMI’, 무릎연골에 쓰이는 ‘카티스템’, 크론병에 쓰이는 ‘큐피스템’, 이식편대숙주병에 쓰이는 ‘프로키말’ 등 몇 가지 치료제만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약하다. 임상1상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안전성만 확보되면 2상을 한다는 조건으로 사용허가가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3상까지 모두 통과해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업체에서 환자를 몰래 해외로 데리고 나가서 임상 중인 치료제를 시술하고 오기도 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주사 한 번에 700만~800만 원에 이르고,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합치면 1500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부작용 위험도 있다. 일본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사망한 환자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연구의 97%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심혈관계, 신경계, 정형외과, 소화기 등 거의 모든 질환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3. 성형·미용 줄기세포 시술


가슴성형, 동안성형, 탈모치료, 음경확대수술, 화장품, 영양제 등 성형·미용 분야에서 중간엽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등이 활발히 쓰이고 있다. 몸 안에 있는 소량의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 농축해 다른 곳에 넣는 시술이다. 줄기세포 치료의 핵심인 ‘대량 배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줄기세포 치료’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치료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고 국내에서 불법도 아니다.


줄기세포 가슴성형은 요즘 성형카페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코타로 요시무라 일본 도쿄대 교수가 이 분야를 처음 개척했는데, 환자의 배나 엉덩이, 허벅지 지방에서 분리한 지방줄기세포를 가슴성형에 이용한다. 지방을 가슴에 그냥 넣으면 괴사해버리지만, 줄기세포를 함께 넣으면 다양한 성장인자를 분비해 지방이 죽지 않고 잘 붙어있게 한다는 것이다. 얼굴 피부가 늘어지지 않도록 시술하는 ‘동안성형’ 등도 비슷한 원리다.


부작용도 있다. 요시무라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가슴성형을 할 때 줄기세포를 정교하게 주입하지 못하면 지방세포가 3mm 이상 뭉쳐 낭종(물혹)이 생기면서 지방세포가 괴사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염증세포가 몰려들어 붓기가 생기고, 석회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줄기세포를 많이 얻기 위해 골수·지방조직을 과다채취할 경우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골수를 많이 뽑으면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골수 기능이 떨어지고, 지방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서 무리하게 지방을 뽑다 보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병원은 수술 후 환자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는 게 문제다. 한 피부과 의사는 “의사나 병원 사이에 편차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또 제대로 줄기세포를 분리, 농축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갖춘 병원이 10여 곳에 불과하다.


원문 출처 :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