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페임랩 코리아 수상자 경희대 박찬우, 김현우 학생 인터뷰

과학 대중화가 과학 발전의 토대


세계적 과학 소통 경연대회 ‘페임랩’에서 경희대 학생들 두각
英 페임랩 국제대회 및 페스티벌에 참석, 과학 대중화 방안 고민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는 영국 사회 부러워”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 5일(목) 출입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과학기술의 대중화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무관심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기술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 2010년 49.9점에서 2016년 37.6점까지 하락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과학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중들은 오히려 과학을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외 많은 기관, 단체에서 과학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오해 풀어주기 위해 참가 결심


2005년 영국 첼트넘 과학 페스티벌에서 시작된 페임랩(FameLab)도 그중 하나다. 과학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결과나 전공이론, 경험 등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장(場)인 페임랩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발굴해 과학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유발시키자는 취지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4월 처음 개최됐다.


올해 열린 2018 페임랩 코리아에서는 박찬우 학생(유전공학과 14학번)과 김현우 학생(한약학과 13학번)이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국에서 열린 페임랩 국제대회 및 과학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돌아온 두 학생을 서울캠퍼스에서 만나 과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페임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알고 지원했나?


김현우 학생(이하 김): 학과 교수님의 소개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인턴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곳의 책임연구원이 저희 학과 졸업생이었는데, 어느 날 그 선배가 제게 페임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주셨다.


추천을 받고 페임랩에 대해 찾아보니 학문의 소통을 추구하는 모교의 정신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또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지향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페임랩을 추천해주신 선배도 페임랩 본선 진출자 출신인데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에 즐겁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 번 나가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물론 처음에는 선배 몰래 대회에 참가했다.


박찬우 학생(이하 박): 제가 배우고 있는 학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반적으로 ‘유전공학’하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와 달리 유전공학은 인류의 건강 증진이나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치유가 어려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익한 학문이다.


전공자로서 ‘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느냐’라는 식의 오해를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거부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페임랩을 알게 됐고, 이 기회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참가를 결심했다.


Q. 박찬우 학생은 ‘뱃속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혈액 속 산소까지 내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김현우 학생은 ‘해열제를 통해 고찰해 본 약물의 흡수와 배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특별히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


박: 처음에는 관심 있고, 나중에 연구해보고 싶은 ‘중추신경계와 면역계’가 주제였다. 하지만 본선을 준비하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고 주제를 변경하게 됐다.


우리는 매일 호흡을 하지만 그 호흡에 어떠한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는지, 나아가 뱃속의 아이는 어떻게 호흡하는지 생각해본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호흡의 매개체인 헤모글로빈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가 뱃속에서 숨을 쉬는 게 혹시 어머니의 사랑이 과학적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었을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발표영상 보기)


김: 저 또한 지역 예선 치를 때와 본선에서의 주제가 다르다. 예선에서는 ‘DNA와 RNA’에 대해 발표했는데, 본선을 앞두고 진행된 마스터클래스 교육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고 주제를 변경했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봉사를 400시간 이상 꾸준히 해왔다. 그래서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어려운 과학을 쉽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오렌지색 해열제를 먹으면 오렌지색 변이 나올까?’라는 어릴 적 의문을 떠올리고 약물의 흡수와 배설을 주제로 잡았다.(▶ 발표영상 보기)


발표를 준비하며 전문적인 과학용어를 쉬운 말로 치환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과학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일상생활에서의 내용을 주제로 선정한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좋은 결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국, 남녀노소 불문하고 과학에 대한 관심 커


Q. 박찬우 학생과 김현우 학생은 영국에서 열리는 페임랩 국제대회 및 사이언스 페스티벌에 각각 참가, 참관자격으로 다녀왔다. 소감이 어떤지?


김: 런던에 3일 있었고, 페임랩 국제대회와 사이언스 페스티벌이 열리는 첼트넘이라는 곳에 6일을 있었다. 런던에 있을 때는 자연사박물관이나 과학박물관을 주로 방문했고, 첼트넘에 가서는 페스티벌에서 열리는 여러 과학 세션들을 선택해서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에서는 과학이 하나의 문화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학 강의가 진행되는 곳에 가보면 다양한 세대와 직업을 가진 분들이 참석하고 있다. 백발이 무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말이다. 이들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과학용어를 이해하고, 과학을 부담 없이 즐기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박: 운 좋게 한국 대표로 선발돼 페임랩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동일한 주제를 발표했지만 영어실력도 부족하고, 각국의 사람들이 참석한 무대에 올라서 그런지 몇 배는 더 떨렸던 것 같다. 강단에서 과학과 대중이 왜 멀어졌는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장했던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김현우 학생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대회가 끝난 후 여러 과학 세션을 들었는데 영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과학에 대한 관심도나 지식수준에 놀랐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에 대해 강의를 한다고 하면 ‘강사가 단상에 올라 지식, 정보를 전해주겠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게 됐다.


처음 들었던 세션은 음악가가 강단에 올라 과학 관련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말한 다음, 나머지 시간 동안 악기를 연주를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과학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이를 어떻게 승화시키는지 느낄 수 있었던 강의였다.


또 다른 세션은 체외 수정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토론이었다. 과학적 원리나 지식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처럼 첼트넘 내에서 진행된 과학 세션들은 대중들이 과학을 쉽고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과학에 대한 접근방법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김: 이전까지는 과학을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전공과목으로서 앞으로 계속 마주해야 할 학문’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페임랩을 치르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과학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와 투자, 무엇보다 대중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대중들과 과학적으로 더 많은 소통을 이어갈 예정인데 ‘과학 분야 준전문가로서 더 공부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대중들과 지식을 나눠야겠다’라고 다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박: 전 그동안 과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대중 탓으로만 돌렸었다. ‘왜 저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지?’, ‘왜 과학을 재미없다고만 생각하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페임랩 이후부터는 ‘그 책임이 나에게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소통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과학적 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명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100명의 과학자 길러낸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박: 먼저 살면서 이렇게 최선을 다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노력했기에 후회가 없고,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말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어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위한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 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전공학 이론을 바탕으로 치료기술 개발에 종사하면서 제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에도 계속 힘을 쏟을 것이다.


김: 박찬우 학생과 함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지나 산골 학교 학생들, 일반 대중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는 ‘사이언스 버스킹’, 중고등학교에 찾아가 과학 분야의 강연을 하는 ‘다들 배움’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1명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100명의 과학자를 만들어낸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연구원 한 분이 하신 말씀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100명의 아이들에게 과학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꿈을 심어준다면 그 이상으로 행복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미래의 과학자로 육성하는 데 기여하고, 사회적으로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바람이자 목표다.



출처: http://www.khu.ac.kr/life/newsView.do?newsId=1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