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만들어 의료산업 고도화해야

과총·국회 바이오경제포럼, ‘건강의료정보 플랫폼 구축 및 확산방안’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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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제14회 과총바이오경제포럼․제42회 국회바이오경제포럼이 ‘건강의료정보 플랫폼구축 촉진 및 확산 방안’을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인숙 의원 (자유한국당)은 개회사에서 “이번 주제와 비슷한 주제를 시리즈로 기획했는데, 입법이 매우 까다롭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의료 데이터 규제완화에 힘쓰겠다”고 밝혔고, 이어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하 과총) 회장은 “2012년 여성과총에서 처음 국회와 바이오인더스트리포럼을 열었고, 2017년부터는 국회와 과총이 함께 포럼을 열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 가지 주제를 다루는 포럼은 흔치 않았다. 이는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바이오업계, 산업계가 바라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과총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의료 수준의 질을 높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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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수진 OCI 바이오사업본부장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을 주제로 발표하며 “세계는 지금 혁신 경쟁 중이며 산업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즉, 글로벌 기업경쟁이 기업생태계간 경쟁, 플랫폼간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산업구조 대변혁 과정에서 ‘데이터’가 산업혁신의 핵심자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된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공급중심’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온라인상의 인공지능을 통해 수집하고, 분석하여, 실시간 맞춤형 생산 공급이 이루어지는 ‘수요중심’으로 대변혁하고 있다.”고 산업플랫폼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로 “정부는 우수한 국내 산업을 최대한 활용하여 산업 혁신의 토대가 될 데이터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글로벌시장과 더욱 의미 있는 양방향 교두보 확보가 필요하며, 리스크가 높은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협업·공유 촉진을 위한 표준화 및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이어 “이제는 헬스케어가 예측,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빅데이터 활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국내 의료 데이터를 두고,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기술적 문제와 법적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감정적인 문제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의료 데이터 발전이 쉽지 않다”며 빅데이터 활용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분산형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표준공통데이터모델 (CDM : Common Data Model))을 활용하여 병원별 상이한 데이터 형식을 표준화하고, 원본 데이터는 데이터 보유기관 (병원 등)에 두고 분석결과만 거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생명윤리법, 의료법 등의 내용을 합리화하고, 제도만 신설해도 실현 가능하다.


데이터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단계별 방안을 제안했다. 1단계는 통계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로, 플랫폼 확산을 위해 데이터 표준화와 인증제도가 필요하다. 2단계는 비식별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로, 비식별화 데이터 활용의 3자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3단계는 개인의 데이터 활용으로, 개인건강 컨설팅 등 자발적인 참여 및 동기부여, 인센티브가 필요한 단계이다. 현재도 기술적으로는 3단계까지 가능하지만 규제 이슈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분산형 빅데이터는 2014년 아주대에서 국내 최초 CDM 변환 이후 가천대, 건강보험공단, 강원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어서 올해도 국내 병원 중 4곳이 CDM으로 변환되었고, 4~5곳이 더 변환될 예정이다. 국내 데이터 네트워크는 41개 병원이 참여해 환자 5,500만 명 (중복자 포함)의 데이터 변환이 진행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도록 해서 산업성장, 정보보안, 혁신촉진, 연구윤리, 효율성, 개인정보 보호 등의 시스템을 만들고 진행하는 중이다.


데이터 활용 신산업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전자의무기록 (EMR)을 무료로 제공하고, 마케팅 서비스 제공으로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났고,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처방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약사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임상 기간을 단축하고, 대조군 약물 비교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 고도화가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을 분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모바일 기반 건강서비스 제공이나 장내 미생물 기반 당뇨 식단을 제공하는 신산업도 생겨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분산형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반을 조성하려고 한다. 플랫폼 구축은 신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국민 의료 수준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며 플랫폼 구축의 의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두 번째 발제는 박하영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 전공 교수가 맡아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과 인센티브 설계’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보면 2015년 OECD국가 대비 국내 보건의료 수준을 비교했을 때, 1차 의료지표들의 순위가 많이 떨어진다. 이는 의료 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고, 국민들이 상급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체계 효율성을 생각했을 때 65세 이상 입원일수, 건강보험급여비가 최근 들어 굉장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사와 의료시설 접근성에도 지역마다 상당한 격차가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의료체계 문제해결의 기회의 창이다. 지금까지 못했던 주치의 제도, 지역사회 기반 1차 의료, 의료전달체계, 환자 중심 질병 및 건강관리, 진료 연속성, 환자 안전 문제의 예측과 예방 등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박 교수는 “국가 의료 발전을 지원하는 의료정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정보 플랫폼은 보건산업과 건강보험, 의료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패턴이어야 한다. 의료정보 플랫폼을 통해 개방과 융합을 통한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과 활용을 위한 단계적 접근을 위해서 1단계로는 의료정보 기반 의료체계 접근성, 질,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요약을 활용하고, 2단계로는 결핵 관리, 만성병 관리, 심내혈관질환 관리 등 기존 사업 효과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진료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비용 대비 효과적인 기술개발 연구를 위한 진료 정보 활용이 필요하다. 3단계로는 의료 정보 기반 의료의 질 및 의료체계 효율성 향상을 위한 진료 정보 활용이 필요하다.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 및 활용 계획 1단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빠른 기간 내에 시스템의 구현과 가동이 가능해야 한다. 또 법 개정 없이 기존의 법과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시행할 수 있어야 하고,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기술 수준에서 가능해야 한다. 1단계 계획은 표준 고시된 진료기록요약지 기반의 의료기관간 임의방문 진료정보 교류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가동이다. EHR 인증을 통과하고, 일정 비율이상 환자의 사업 참여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한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진료의 연속성 확보를 통한 의료의 질 향상, 의료의 효율성 향상,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응급 및 암 진료 개선,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교류를 위한 환자 부담 및 불편 감소, 개인건강기록 (PHR) 기반 확보를 통해 환자중심적인 건강관리와 앱을 통한 건강관리 활성화가 가능해지고, 진료정보활용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의료-회송에 대한 건별 행위수가를 지불할 것인지, 입원-외래 진료에 대한 의료정보관리료를 지불할 것인지, 요양기관 규모 또는 종별에 따른 정액 보상, 시스템과 운영에 대한 현물 지급 등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불정확성 및 지불형평성과 소외지역 주민의 의료정보기술 혜택에 대한 접근형평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분야를 혁신성장의 원동력 삼아 실행을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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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이후 유명희 과총 바이오경제포럼 위원장을 좌장으로 김명기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자문위원장,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센터장, 김윤 서울대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연구소장, 신수용 성균관대 교수, 안도걸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양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김명기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자문위원장은 “의료정보시스템에서 공급자를 어떻게 바람직하게 유도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스마트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핵심사항이다. 의료정보 플랫폼이 확대되면 소비자가 스마트해지고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구입하는 행태가 바뀌어 똑똑한 소비자부터 변화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의식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센터장은 “요즘에는 어떻게 중앙화된 권력을 나눌 것인가에 관심이 많은데, 두 발제의 공통적인 점은 정부가 표준을 만들어서 제공한다는 점이다. 발상을 전환해서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가지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면 인센티브 제공 등의 구조가 필요 없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지원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 시스템이 자발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분산형 시스템을 제안했다.


김윤 서울대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연구소장은 “의료기관의 데이터, CDM이 있으면 산업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터는 어떤 주제로 모으는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따라서 중요한 내용이 암호화된 데이터를 기초로 그 위에 산업화 데이터가 얹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의료정보화를 하면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 정보화는 십여 년 전부터 추진해왔는데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 때문에 중단되었다. 결국 의료정보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강조해 국민 중심으로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표준이 없으면 정보교류를 못하므로 정보화의 첫 단추는 호환을 위한 규제완화가 될 것”이라며 다방면에서의 아이디어를 전했다.


신수용 성균관대 교수는 “신문기사에서 우리나라 EMR이 90%가 넘고 세계 1위다라고 보도가 되던데, 잘못된 내용이다. 2015년에 우리나라가 58%였을 때 미국은 이미 80%가 넘었고, 미국 데이터의 질과 양이 모두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 긴 호흡으로 간다면, 100만명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모으는 사업에 있어서 기초작업만 3년 걸린다. 결국 EMR을 어떻게 구조화, 정제화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것은 제도를 만들어서 인센티브를 주면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심사평가원에 시스템, 국제 표준코드를 변화하도록 하면 병원이 모두 자발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은 “정부는 보건의료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3대혁신 플랫폼인 AI, 공유경제, 빅데이터에서 가장 선도적인 분야를 의료로 보고 있으며, 8대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도 바이오 헬스분야이다. 2019년에 만들 빅데이터 플랫폼에서도 의료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도적인 틀만 갖춰진다면 기획재정부에서 열심히 백업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내년 초 진료정보교류 표준화를 위해 EMR규제라는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고, 이는 내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4개의 공공기관이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통해서 연구목적에 한해 이용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와 논의하고 있고, 연말에는 의료정보 특성에 맞도록 고민해서 빅데이터 정책 입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의료정보교류 입법에만 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논의의 장을 통해 국민들이 안심하면서도 연구나 산업계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명자 과총 회장은 “입법이 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선도사업을 통해 실현가능한 부분부터 실행해야 한다. 또한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정리하며 포럼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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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과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