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제로소주, 에리스리톨 성분 마셔도 괜찮은가?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제로슈거 소주와 음료에 첨가된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 (erythritol)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보도되자 업계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두 사용을 허가한 안전한 첨가물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도 이후 유해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탓이다.


에리스리톨 유해 물질 아냐, 이상 반응 기준 넘으려면 제로슈거 소주 수 백병 마셔야


지난달 말 미국 CNN 방송은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Nature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심장 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 2배 증가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연구팀은 2004~2011년 수집한 심장 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미국인 1157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심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에리스리톨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에리스리톨은 과일, 야채, 버섯 등에서 추출하는 천연 당알코올이다. 감미도(단맛)가 설탕의 60% 수준인데 열량이 0칼로리다. 설탕은 1g당 4kcal이며 솔비톨, 말리톨, 자일리톨 등 다른 당알코올류 열량이 1g당 2.4kcal인 점을 고려하면 단맛을 내는 저칼로리 제품에 특화된 감미료로 볼 수 있다.


처음처럼 새로, 진로이즈백 제로슈거 등 소주를 비롯해 콜라, 사이다, 과자 등 다양한 제품군에 포함돼 있다.


업계에선 에리스리톨이 기존 액상과당 등 단맛을 내는 성분과 비교해도 전혀 유해한 물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에리스리톨은 유해 물질이 아니어서 식약처에서도 별도 허용 기준치가 없다. 제로슈거 소주 1병당 첨가된 용량도 극소량이어서 인체에 무해하다.


에리스리톨 과다 섭취 시 설사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기준은 체중 1kg당 0.66g으로 알려져 있다. 70kg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 번에 46.2g이상 먹어야 한다. 한 번에 소주를 수 백병 마셔도 에리스리톨 46g을 섭취하기 어렵다. 이보다 주정에 포함된 에탄올이 더 유해하다는 의견도 많다. 에리스리톨 과다 섭취가 걱정돼 일반 소주를 먹는 게 더 안전하다는 논리는 애초부터 '낭설'에 가깝다.


에리스리톨 외에 솔비톨, 말리톨 등 대체 감미료 혼합 첨가 추세, 식약처 성분 표시 가이드라인 마련할까


소주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한 각종 음료와 과자류에 포함된 에리스리톨도 극소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맛을 내는 성분으로 에리스리톨 외에도 솔비톨, 말리톨 등 다른 첨가제를 배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분마다 단맛을 느끼는 시점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히 조합하는 게 일종의 레시피가 된다.


에리스리톨은 섭취 후 혈당지수(GI)가 2로 다른 성분보다 현저히 낮다. 주요 당 성분의 혈당지수는 설탕 68, 포도당 100, 과당 19, 유당 43, 솔비톨 9, 말리톨 26 수준으로 알려졌다.


향후 에리스리톨 등 당알코올 성분 첨가 제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식약처에서 별도 섭취 허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약처는 최근 주요 식품 업체를 대상으로 '당알코올 성분이 제품 원재료의 10%를 넘을 경우 패키지에 구체적인 성분을 명기하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제품은 거의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