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뎅기열 발병 급증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는 의미인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기승을 부리면 홍수, 가뭄, 폭염, 태풍 등 기상재난이 지구 곳곳에서 속출한다. 보통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겨울철에 고온현상과 가뭄이 발생하고, 중남미에는 잦은 폭우가 내린다. 한국은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이 많아진다. 앞서 한국 기상청은 2023년 11월 발표에서, 엘니뇨로 인해 올겨울이 예년보다 포근하고, 이상 고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보했다.


엘니뇨의 영향은 열대성 전염병이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는 이유로도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12월 22일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뎅기열 발병 사례가 급증하면서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500만 건 이상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고 집계했다. 사망자는 50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뎅기열은 모기 등에 물린 상처로 바이러스가 침투해 걸리는 감염병이다.


뎅기열은 고열, 발진, 두통, 근육통, 몸살을 비롯한 증상을 일으킨다. 3∼8일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 1주일 정도 지나면 호전된다. 소아의 경우 신체 곳곳에서 피가 나는 뎅기 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증후군 등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심각한 경우에는 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증후군(dengue hemorrhagic fever)으로 진행될 위험도 있다.


올해 감염 건수의 80%를 넘는 410만 건이 미주 대륙에서 발생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서태평양 및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 나머지 사례가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병이지만, 최근에는 유행지역에 다녀온 후 발병하는 경우가 매년 30여 명씩 보고되고 있다. 


뎅기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특이적인 치료는 없으나, 병의 경과 중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심할 수 있으므로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혈소판 감소가 심하게 오는 경우에는 몸에서 출혈 현상이 있을 수 있다. 뎅기 출혈열은 몸에서의 출혈 현상뿐만 아니라 혈압이 떨어지고 다른 장기들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생겨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