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복탄력성-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 근력의 힘

[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코로나 극복, 마음 근력을 키웁시다!


2020 봄 학기는 평생 잊기 어려운 시간으로 기억될 듯하다. 나에게도,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강이 늦어진데다, 그것도 처음 해보는 온라인 강의라니. 새로이 강의를 맡은 부분이라 준비 시간이 만만치 않은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온라인 강의까지 하는 일이 녹록치 않다. 밤을 새 보기도 하고, 학교 연구실에서 쪽잠을 자면서 녹음해 겨우 강의를 올리고 나면, 다시 또 시작이다. 집안 살림을 놓은 지는 이미 오래다. 왠지 몸도 마음도 지쳐 바닥이 보이는 듯 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았다. 앗차.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정말 미미하구나. 한참 공부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온라인 강의로 학구열을 소화하기에는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을 터였다. 어디 그뿐이랴, 어르신들은 어르신대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시기의 청춘들은 또 청춘들대로, 실업이며 생계문제 등과 같이 더 감당하기 힘든 삶의 벽에 부딪쳐 있음에.


피할 수 없는 이 상황이지만, 나를 포함해 모두 힘든 이 때를 잘 지내고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는걸까? 그러다 문득, 오래 전 읽었던 “회복탄력성”이란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그 때,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는 지혜가 그 무엇보다 절실하던 나는 ‘회복탄력성’이란 책을 만나 마음의 근력을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력과 같다고 한다. 몸이 힘을 발휘하려면 강한 근력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이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마음의 힘은 일종의 “근력”과도 같아서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회복탄력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역경을 딛고 있어나는 사람들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Resilience group, R 집단)이라 하고 이와는 반대로 역경을 만나 맥없이 무너지고 굴복하는 사람들을 깨지기 쉬운 사람들 (Fragile group, F 집단)이라 부르는데, 전체 인구 중 R 집단과 F 집단의 비율은 대략 1:2 정도라고 한다. 결국 우리 주변 사람 중에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의 서두에서는 회복탄력성과 관련된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감을 주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그 중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사례는 회복탄력성을 처음 제시한 에미 워너 교수가 찾아낸 하와이섬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하와이군도 중 북서쪽 끝에 카우아이라는 작은 섬이 있다. 1954년 미국본토로부터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카우아이섬 종단연구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이 연구는 1955년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833명)가 어른이 될 때까지 추적조사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였다. 이 섬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었고, 인구 유동이 적은 일종의 닫힌 세상이었다. 한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그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환경이 삶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야심찬 시도였으나 확인된 내용들은 결국 뻔한 사실 정도에 불과했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일수록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으며, 부모의 성격이나 정신건강에 결함이 있을 때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그러나, 에미 워너 교수는 뭔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 나갔다. 아이들 중 고위험군 201명을 찾아내어, 다시 이들의 성장과정을 분석해보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예상한대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사회부적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주목할 내용은, 이들 중 3분의 1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그 중 마이클과 같은 특별한 아이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18세 마이클은 환경적으로는 약물중독자나 소년범 혹은 사회부적응자가 되리라 짐작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밝고 명랑한 매력적인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독서력도 자기 학년의 수준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동아리대표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유명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한 상태였다. 마치 자신의 모든 역경을 극복한 것 같은 마이클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시사하고 있을까? 에미 워너 교수는 마이클 뿐 아니라 유사한 사례가 여러 케이스 발견됨을 통해, 삶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힘의 원동력이 되는 속성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회복탄력성”이다. 특히, 오랜 연구를 통해 알게된 핵심 내용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장해 나가는 힘을 발휘한 아이들이 예외없이 지니고 있던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이 있었다는 점. 즉, 워너 교수의 수십년에 걸친 연구 결과, 회복탄력성은 결국 인간적인 지지와 인간관계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어떻게 회복탄력성에 중요한지룰 설명해주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읽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다른 걸 보면, 혹시 지금 마음의 근력이 약해져 있다 생각될 때, 이 책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마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은 백인 백색이 되지 않을까.


인생은 늘 행복할 수만은 없다. 아무리 부러운 지위나 환경에 있는 사람들도 힘든 일, 슬픈 일, 가슴 아픈 일들을 겪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내 인생을 반추해 보니 마이클의 경우처럼 나에게도 버팀목이 되주신 많은 분들이 계심에 감사하다. 교육이 직업인 나이지만, 지식만 전달하고 강의 시간만을 채우는 것이 교육자가 할 일의 전부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 업을 끝내기 전에 나 역시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회복탄력성과 마음의 단단한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 자신도 마음의 근력을 단단히 키워 두어야 하겠지.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마음근력을 단단히 키워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해본다.


출처 : 민족의학신문 2020-05-15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