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과 침술 : 아주 오래된 오해

침의학은 도구 (침)를 인체에 적절히 자극하여 치료 효과를 내는 아주 오래된 술법임에도 실체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부족하고 연구는 편중적이다. 단적으로 중요한 수단인 침에 대한 연구는 아예 도외시되었고 반응의 공간인 인체에 대한 관심 역시 제한적이고 편협하다.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거였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이 책은 오랫동안 스스로 고민한 납득을 위한 과정이자 흔적이다. 제도권 의학으로 편입된 지 수십 년이나 지난 현재에도 침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데 일정 정도의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렇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오래된 과거의 기술 체계를 지금의 언어로 풀이하는 데 소홀함이 있어서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옛날 사람들은 지금이라면 침으로 무얼 하고 싶어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고 싶어 했을까?

그들은 침법을 통해 후세에 무엇을 전하고 싶어 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지금과 같은 진보된 기술적 사회에 살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적용하여 활용하고 싶어 했을까?


이 책의 출발은 처음부터 전적으로 이런 관점에서였다. 전자가 온고(溫故)의 관점이라면 후자는 지신(知新)의 관점이다. 전자가 선현들의 지식 체계에 대한 헤아림이라면 후자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 새로운 방향이라고나 할까?


도입부라 할 수 있는 1막에서는 오랜 연원의 침의학을 법도, 도구, 기록의 관점에서 돌아보았고 2막에서는 침의학의 치료 대상이 되는 인체의 생·병리 및 진단과 변증에 관한 체계를 살폈다. 3막에서는 치료 도구인 침의 준비에서부터 실제로 자침과 수기 보사기법을 적용하여 치료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차례로 기술하되, 내용을 옮겨와 풀어놓기보다는 과정에 담긴 이유와 의미를 찾아 문제를 제기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4막은 옛날 사람들이 정립한 침술에 대한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역지사지 易地思之라 할 수 있으며, 편협하지만 나름의 생각을 욕심으로 드러낸 곳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는 침술을 자극의학적 관점에서 고찰하였고 자극원인 침을 단순한 자입도구만이 아닌 생체전자기나 생화학 등이 연계된 기능적 매개로서 보려 하였다. 인체를 경經과 경혈의 자극에 대한 다층화된 반응장으로 살펴보았으며 이러한 관점으로 자침의 전 과정을 바라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침의학적 효용을 극대화하고 지평을 넓혀서 패러다임을 뒤엎지 (shift)는 못할지라도 흔들거나 (shake) 비틀어 (twist)는 보기를 희망하는 나름의 생각을 제안하였다.


책을 통해 생각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마음에 둔 사람들은 한의학, 특히 침술에 대한 과거와 현재 상황을 연계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후배들이나 일반인들이다. 옛날 사람들이 온 맘으로 하고 싶었던 말 없는 말은 이 같은 화해를 위한 본질에의 다가섬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