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무공의 생각

동무공의 <수세보원>에 입문하는 것은 여러 방법과 길이 있을 것이다. 정공법은 일단 첫 장을 여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성명론>의 첫 문장인 ‘천기유사(天機有四)’에서 번번이 내 공부는 막혔다. 그러다간 방법을 바꿔 건너뛰어 뒤로 가서 <광제설>과 <사상인변증론>을 읽고는 오래도록 책을 던져두곤 했다.


이 책에 옮긴 이야기들은 2018년에 <성명론>의 벽을 해결하고, 권지일 논편들을 차례로 정독하면서 얻게 된 깨달음을 중심으로 쓴 것이다. 앞서 <수세보원>과 관련한 책을 두 권 냈다. 두 책을 쓰면서 찾아둔 자료나 정리했던 글을 추려서 모았고, 또 공부가 진전된 것을 추가해서 이 책을 엮었다.


책 제목이 ‘동무공의 생각’인 것은 말 그대로 동무공의 생각에 접근하려고 애를 써야 <수세보원>이 보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체질이란 다름이니, 태음인의 태도, 소양인의 관심, 소음인의 분별로 태양인의 생각을 알아내기는 몹시 힘들다. <수세보원>이 어려운 이유이다. 그래도 동무공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세보원>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것이지 절대 어렵게 쓸 의도는 없었다고 나는 믿는다.


원고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21년 10월 13일이다. 애초에는 문고판 정도의 크기와 분량으로 낼 생각이었다. 조금 쓰다가 일본어 번역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그리고 금방 떠오른 동료가 있었다. 임팔연(臨八硏) 회원인 박병희 원장이다. 그는 그간 여러 권의 일본 책과 자료를 우리말로 훌륭하게 옮긴 이력이 있다. 일역하는 작업은 처음인데 한번 도전해보겠다며 그가 조심스럽게 화답했다. 그렇게 내가 원고를 써서 건네면 박 원장이 번역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다가 또 한 분이 떠올랐다. 서배배(徐蓓蓓 Xu Beibei) 선생이다. 일본어 번역에 중국어 번역까지 더 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서다. 서 선생은 중국 태생으로 중의대를 나왔고 그곳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리고 한국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서 한의대를 다시 졸업했다. 서 선생은 2013년에 <의료인을 위한 체질학교>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내 글을 중국어로 번역해야 한다면, 전문번역가라 하더라도 이분보다 나은 인물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번역자 두 분 모두 체질의학에 관한 관심과 지식을 갖춘 것이다.


서 선생은 번역작업이 처음이라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박병희 원장과 나는 우리 둘의 작업이 일찍 끝나더라도 서 선생의 번역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중국어 번역까지 모두 완료되었을 때는 2022년 8월 14일이다. 일어와 중어 번역작업을 맡은 두 분을 알게 된 것은 내 삶의 큰 복이다.


2023년에 행림서원이 100년이 된다. 이 책은 행림서원의 이름으로 나오는 2023년의 첫 책이다. 용기를 내어 <수세보원>에 입문하려는 분들께 쓸모 있는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