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의 재조명

저자는 허물어져 가는 한의학을 애처롭게 바라보면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한의학을 두둔하지도 않고 한의학을 폄하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의 한의원 실태를 있는 그대로, 민낯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애정을 보태어 지금의 초라한 한의학이 거듭나기를 촉구하고 있다.


한의학은 수천 년을 이어온 학문이다. 중국에서는 황제내경 이후, 후한 시대에 이르러 장중경이라는 영웅이 등장한다. 장중경의 상한론은 그림으로 따지면 사실화다. 추상화였던 황제내경을 뒤로하며, 경험과 실증에 바탕을 두고 한의학을 설명하고 있다. 탕약의 작용은 물론이고 부작용까지 상세히 기록하여 후세의 시행착오를 줄여주었다. 장중경 이전의 한의학은 일종의 논리철학이며 언어학에 불과하다. 장중경 이후의 한의학은 프래그머티즘이 된다.


청나라 때, 왕청임이 등장하고 인체 해부를 단행하여 중풍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꾼다. 원나라 시대 때, 잦은 전쟁 부상으로 얻어진 일반외과와 정형외과의 풍부한 해부 경험 이후, 청나라 시대 때 시행된 오장육부의 해체는 중국 한의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마가 ‘사상체질 의학’을 주창한다. 또한, 허임이 침술의 보사법을 심화시키고, 드디어 사암도인이 우리나라 고유의 독특한 사암침법을 세상에 남긴다. 중의학을 받아들이되, 재조명하여 중국보다 더 나은 우리 한의학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길익동동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 중국 한의학에서 탈피하여 일본의 독특한 한의학을 우뚝 서게 했다. 길익동동이 지은 <약징(藥徵)>이라는 책은 중국의 본초강목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임상 검증서이며, 오늘날까지 일본 한약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중국의 청나라는 멸망하고 서양의학이 지배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서양의학이 주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한의학은 왕청임 이전 상태에 머물러 주춤하는 것도 모자라, 서양의학의 위세 눌려 점점 위축되어 소멸해 가기 일보 직전이다.


수천 년의 경험들이 축적된 한의학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인류 문명의 낭비라 본다. 다시 재조명해 보고 잘못된 것은 시정하고 잘 된 것은 계승 발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의 한의학이 지금과 다르듯, 지금의 한의학은 앞으로 계속 바뀌어야 한다. 진화하지 않고 멈추어 서 있으면 도태된다. 진화를 위한 재조명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