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 비용

환자는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는 당당한 소비자


급변하는 의료 환경, 대한민국의 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코로나-19 펜데믹을 경험하면서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과 의료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시됐던 의사-환자의 관계에서 환자의 권리를 회복하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 중심의 의료체계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로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적인 의료 개혁에 대한 착안점들을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첨단의학의 명암과 미래의학의 전망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우리의 의료 현실을 각성하게 해준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일반인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와 의료 환경의 주요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바람직한 보건의료의 방향성, 의료복지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이를 위한 그간의 처절한 노력들, 건강한 삶과 수명 연장의 가능성을 통해 곧 다가올 인공지능의 영향력 등 의료 환경의 주요 변화, 그리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전문적이고 의료인에게 더 다가올 미래 개혁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이루는 의사, 의과대학, 병원 간의 역할과 의료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파괴적 의료 혁신’을 통해 비싸고 복잡한 현 의료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보건의료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미래의학,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적 진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의 넓고 깊은 통찰력을 통해 더 나은 국민 건강과 삶을 위해 우리 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 스스로가 진정한 자신의 ‘건강 돌봄의 비용’에 대해 인식하고, 어떤 의료 행위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의료 영역은 서비스라는 말을 담기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 분야가 광범위하지만, 의료의 본질은 생명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듯, 건강은 여전히 제일이다. 인류는 여전히 질병과 다투고 있고 서로의 영역을 뺏고 빼앗아 가며 나름의 고귀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인류의 생존 최전선에 있는 영역은 어쩌면 신성한 영역이 아닐까. 우리가 의료를 신성시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선생님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제외하고 우리는 언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할까? 습관처럼 선생님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그렇게 쉽게 쓰진 않는다. 내가 뭔가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저 사람의 심기에 따라 나에게 주어지는 손익이 있을 때 보통 조심스럽게 부르는 호칭이 선생님 아닌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아래에 두는 호칭. 옛날 같으면 대감이라고나 할까?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게 바로 의사 선생님이다. 다른 말로 치환이 불가능한 대명사다.


병원에서는 어떨까? 우리가 전자기기를 살 때는 가성비, 가심비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본다. 비슷한 성능의 제품의 카테고리를 나누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예산에 맞춰서 제품을 결정한다. 제품 선택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우리는 돈을 지불하지만,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는 질병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치료법도 심지어 의학 용어도 모른다. 여담으로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종이 차트에 적힌 처방을 받던 시절에는 이게 무슨 글씨인지 과연 간호사들은 이 글씨를 알아보는 것인지 궁금하곤 했다. 병원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따르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이 생명과 연관성이 깊다고 하면 더더욱 그렇다. 생명은 전자제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에 영구적인 손상 또는 죽음과 가깝다고 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서의 우리의 주도성은 사라진다. 이 책의 시작은 이곳에 있다. 서비스의 영역인 의료에서 환자에게 공개되는 정보의 투명성, 고객 중심 프로세스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첫 만남에 저자는 해외에서도 비주류의 이야기라고 했다. 환자 중심 고객 중심의 의료 서비스 개혁은 다른 말로 말하면 병원의 수입과도 관계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자칫 본인도 주변에서 좋은 이야길 못 들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명감으로 쓴 책이라고 했다.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내기에는 작은 움직임이겠지만 이 책이 필요한 곳에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