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을 해부하는 의사

이 책은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당신을 삶의 한가운데로 안내할 것이다


영국 최고의 법의병리학자인 리처드 셰퍼드는 평생을 죽은 자들 옆에서 보냈다. ‘의학 탐정’으로서 부검을 수행할 때 그는 한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밝힐 뿐만 아니라, 삶의 여정에 따라 죽음으로부터의 위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면밀히 파헤친다.


리처드 셰퍼드는 그동안 밝힌 적 없는 스물네 건의 케이스를 처음 공개하면서, 그에게 죽음의 필연성만큼이나 삶의 경이로움에 대해 깨닫게 해준, 인간 존재의 일곱 단계에 걸친 죽음의 사례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살인부터 불운한 죽음까지, 질병에서 사고사까지, 주검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안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인간 생애의 단계에 대해, 죽음에 대해, 살아 숨 쉬는 인생에 대해, 정의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법의학자로서의 자신에 관한 다채로운 분석을 담고 있다. 독자는 리처드 셰퍼드가 들려주는 슬프고 감동적인, 때로는 섬뜩하고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들 속에서 죽음을 이해하는 방법, 죽음을 지연시키는 최선의 방법, 그리고 언젠가 때가 왔을 때 위대한 모험으로써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가 풀어놓는 죽음의 사례는 언뜻 원인을 알 수 없거나 미궁에 빠져 있는 듯하지만, 죽음의 당사자가 살아온 궤적과 주검에 새겨진 의학적 정보를 알아가다 보면 결국 모든 죽음은 삶의 인과성 속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저자가 글 속에서 셰익스피어의 입을 빌려 말하듯, “이 세상은 다 무대이며, 세상 남녀는 그저 배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러한 삶의 인과성이 만들어내는 중압감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맡은 배역을 다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느끼거나, 그 배역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그런 복잡다단한 현실의 탈출구로서 비행을 택한다. 그렇게 하늘에서 바라본, 방금까지 속했던 인간 사회는 그저 희비극의 무대일 뿐이고, 그동안 찾을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의 죽음은 어떤 모습인가. ‘묻지 마 범죄’나 약자 혐오에 의한 테러, 성폭력, 음주운전 등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사건들로 인해 나날이 죽음에 대한 인식이 슬픔과 공포로 채워지고 있는 듯하다. 다만 리처드 셰퍼드는 죽음의 순간이 “삶의 최상급에 몰입하는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평생 경험한 죽음은 각종 강력범죄를 비롯한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대부분 이들에게 죽음은 가족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아름다운 죽음의 형태를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누군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겪었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그려내는 죽음의 모습일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우리 중 누군가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