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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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 한방병원 암센터는 국내 최초 대학 한방병원 암센터이다.
한방 암센터는 어떤 곳인지, 또 이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수련의들의 일상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다음은 강휘중, 박소정, 박지혜 레지던트 선생님 세 분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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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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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산 한방병원에서 수련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남 작은이미지.jpg 강휘중 : 개인적으로 연구 쪽에 관심이 있었다. 특히 한·양방 협진에 관심이 있다 보니 종양, 재활 쪽이 한·양방 협진이 잘 이루어질 것 같아 암센터를 지원하게 되었다. 암 환자를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인턴은 따로 개인병원에서 했고 학회 활동 중 동서암센터의 교수님 한 분을 알게 되어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다.


● 암센터란 어떤 곳일까.


① 어떤 유형의 환자들을 보나요?

환자군을 나눠서 보자면 가장 보편적인 것이 한·양방 병행해서 암을 치료하는 환자분들로 양방에서의 항암제 치료와 병행한다. 항암제 치료 중 생기는 부작용, 예를 들면 면역력 저하로 인해 감염 위험성이 커져 계속해서 항암 치료를 진행해 나가기 힘든 경우에도 내원한다. 두 번째는 전이 재발 억제군이다. 양방 수술로 종양을 제거했어도 한번 암에 걸리신 분들은 또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기에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면역력을 길러주면서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게 억제하는 일종의 부정거사 개념의 치료법을 쓴다. 마지막으로 한방 단독군이 있다. 한방 단독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애초에 양방치료의 부작용이 싫어서 한방을 택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약이 안 듣는 경우이다. 특히 전이 재발 억제나 항암 후유증에 대한 통합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이 온다.


② 치료는 어떻게 행해지나요?

수레바퀴 암 치료법이라고 해서 항암 식이 치료, 한방 약물치료, 호흡 정신 치료, 대사 활성 치료가 있다. 호흡 정신 치료에는 산행, 상담, 명상 등이 있고 대사 활성 치료에는 온열, 훈증, 약침 등이 있다. 우리 병원에서 특이한 것은 산행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다. 대전 시내의 야트막한 산에 올라가서 한 시간 정도 산행을 한다.


③ 치료 목표는?

양방에서는 초기에 ‘암과의 전쟁’이라고 해서 암세포를 없애는 것에 치료 목표를 집중했다. 이렇게 질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부작용으로 인해 여러 가지 폐해가 생겼다. 이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암 휴면요법이라고 해서 암을 다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기보다는 암의 휴면기를 연장시켜 전이 또는 재발을 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암이 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 자체도 치료의 범주에 속한다. 최대한 생존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의 항암 치료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④ 양방에서는 ‘항암치료 중에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양방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다른 약물들이 개입되면 약의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초들 중에도 항종양 효능이 있는 본초들이 많다. 또한 항암 치료 과정 중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관리를 위해 내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 한방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환자들이 주로 걱정하는 것이 한약을 먹고 간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우리 병원에서는 매주 한 번씩 간 수치를 체크하면서 모니터링한다. 탕약을 같이 복용한다고 해서 간 수치가 올라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 암센터에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여 작은이미지2.jpg 박소정 : 우선 암의 심각성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말기 암 환자들을 많이 보는데 이 환자들을 낫게 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다른 질환의 경우에는 치료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완치되는 경우도 있는데 반해 우리 병원에서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 병의 진행을 막거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가 되다 보니 한의사 입장에서도 정신적으로 힘들다. 항상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 다른 병원과 비교해 보았을 때 대전대 한방병원 혹은 암센터만의 장점?


여 작은이미지2.jpg 박소정 : 다른 한방병원을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병원의 경우에는 병원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대학 한방병원 중 암센터가 개설되었기 때문에 명성도 있고 연구결과도 많다. 따라서 치료도 근거중심 논문을 바탕으로 해서 처방을 내린다. 또한 우황거사단과 같은 독자적인 암치료제도 개발하여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암센터들과 국제 교류도 활발하게 하고 있고 미국 국립암센터로부터 최초로 연구결과를 인정받아 국제과학잡지에 게재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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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수련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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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수련의의 일상은?


남 작은이미지.jpg 강휘중 : 먼저 인턴은 라운딩이라고 해서 아침에 입원환자들을 만나 뵙고 변화들을 체크한다. 그 후 1년차 선생님들에게 브리핑을 한다. 레지던트 1년차는 어느 병원이나 그렇겠지만 입원한 환자들을 관리한다. 이때 임상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 교수님이 직접 처방을 내리실 때도 있고 우리가 자율적으로 처방을 할 때도 있다. 2년차도 마찬가지이고 이와 더불어 1년차들을 지도하고 공부도 시킨다. 3년차도 마찬가지로 1년차들을 지도하고 교수님께서 출장을 가신다든지 자리에 계시지 않을 때 외래를 대신 보기도 한다. 진료업무 외에도 석사, 박사를 따기 위한 학위과정을 보통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일과가 매우 바쁘다.


● 병원생활 하면서 가장 뿌듯하거나 보람을 느꼈던 때는?


여 작은이미지1.jpg 박지혜 : 환자 볼 때가 제일 보람 있다. 환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증세가 호전된다거나 고맙다고 표시를 해주실 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또한 암이 한의학 중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개척 분야이다 보니 그런 분야에서 내가 선구적으로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뿌듯함이 있는 것 같다.


● 병원생활하면서 힘들 때는?


여 작은이미지1.jpg 박지혜 : 당직 환자를 보는 업무 외에도 여러 사무적인 일이 겹칠 때가 많고 대학원을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논문을 쓰거나 세미나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 업무가 많아져서 힘들다.

여 작은이미지2.jpg 박소정 : 어려운 환자가 올 때 힘들다.


● 수련의를 마친 후 진로 계획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여 작은이미지1.jpg 박지혜 : 남자는 보통 공보의로 가고 이외에는 병원에 계속 남는 사람도 있고 부원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또 연구 쪽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병원에 계속 남을 생각이다. 로컬에서는 암 환자를 볼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 계속 남아서 암 환자를 자세히 전문적으로 보고 싶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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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많을 것 같다. 암센터 전문의(수련의)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 작은이미지1.jpg 박지혜 : 체력, 인내심.

여 작은이미지2.jpg 박소정 : 사명감이다. 어려운 질환을 보아야 한다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감이 있다. 한방 지식뿐만 아니라 양방 지식도 많이 알아야 하고 당직도 많이 서야 해서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뿐만 아니라 오프(병원에 출근하지 않는 날)가 있어도 수시로 병원에서 전화가 오곤 한다. 이 때문에 퇴근해도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이러한 것들을 다 견딜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한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한의학을 배우고 있는 많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여 작은이미지2.jpg 박소정 : 병원에 들어가 수련을 꼭 받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병원에 있으면 중증질환 환자를 볼 기회가 많은데 이러한 환자들을 보아야 한의사의 실력이 늘고 그런 실력이 늘어야 한의학의 위상도 올라갈 수 있다. 또 양방적 지식을 많이 갖출 수 있다. 환자가 양방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보면 이 약이 어떤 약이고 한방적으로 어떤 식으로 케어해줄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남 작은이미지.jpg 강휘중 : 충고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췄으면 좋겠다.

여 작은이미지1.jpg 박지혜 : 병원에서 수련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의사로서 꼭 환자만 봐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진단 기기라던가 화장품 사업이라던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좀 더 활발히 활동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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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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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 참가하라고 책자를 여러 장 주셨는데 그중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어 소개하겠다. 입원환자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아침 여섯시 반에 기상해서 통기법 중 하나인 고치법, 태양 호흡법을 하고 녹즙을 마신다. 그 후 침 치료, 뜸 치료 등을 받고 오후에는 특이하게도 산행과 수족욕/반신욕을 하고 약침 치료를 한다. 저녁에는 자기 전에 암 퇴치 명상 및 근육 이완이라 불리는 호흡법을 한다.


일련의 과정들은 다른 병원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프로그램들이어서 눈에 띄었다. 또한 매주 1회 요가, 기공, 명상과 같은 심신치료를 한다고 한다. 의료진도 한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약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임상 연구 코디네이터가 모두 참여하여 통합 암 진료팀을 꾸리고 있었다. 실제로 병원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헬스 트레이너도 볼 수 있었다.


병원 외관부터 굉장히 깔끔하고 커서 암센터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병원 일층까지 직접 마중 나오셔서 교수님께 인사도 시켜주시고 병원 책자도 참고하라고 챙겨주실 정도로 매우 친절하셨다. 병원을 직접 방문해보니 수련의 선생님들이 얼마나 바쁘고 업무가 많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선생님들을 찾는 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고 병원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데도 점심을 채 다 먹지 못하고 급하게 일어나시는 분도 계셨다.


실제로 인턴 때는 잠도 거의 못 잘 정도로 매우 바쁘고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해주셨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암센터에서는 암에 대한 양방적인 지식도 굉장히 많이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환자 중에도 양방치료를 병행하면서 치료받으시는 분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대전병원에서 수련하게 되면 양방 지식을 많이 갖출 수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치료도 논문을 근거로 해서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병원에서 수련해야 될 필요성을 많이 얘기해주셨는데 로컬에 나가서는 잘 보지 못할 중증 환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는 점이 제일 와 닿았다. 대학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암 환자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을 것 같은데 병원에서 이 분들을 치료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수련의 선생님들을 통해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감도 느껴졌지만 동시에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병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업무의 고단함을 버텨낼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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