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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남북관계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한 해입니다. 바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의 회담이었습니다. 선언 이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는 해소되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유난히 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를 대비한 한의약 역할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제6차 한의약보건정책포럼’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고, 저도 그 현장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포럼은 국회의사당 옆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사당은 뉴스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삼엄한 경비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여기가 주요 국가기관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국회의원들이 상주하는 만큼 추가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우선 방문 신청서를 작성하여 주요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신분증을 맡기면 회의 참석 출입증을 줍니다. 그리고 들어갈 때는 출입증을 제시하고 마치 공항 검색대와 같은 곳을 통과한 뒤에서야 비로소 국회의원회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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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들어서니 원형 테이블 뒤로 의자들이 나란히 있었고, 플로어에서 회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3시에 시작하여 5시 30분까지 총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행사였는데요, 본 포럼을 주최한 한약진흥재단 이응세 원장님의 개회사 및 국회의원들의 환영사 후, 발제 1에서는 ‘한의학 분야에서 남북교류 활동’을 주제로 최문석 부회장님 (대한한의사협회)의 발표가 있었고, 발제 2에서는 송호섭 부회장님 (대한한의학회)께서 ‘한의학 학술기반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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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세 원장님의 개회사에서는 이번 포럼의 개최 의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남북의 한반도에 평화 시대가 찾아오면서, 정부에서는 다양한 민간 교류 협력과 정부 간 교류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학도 이러한 정부의 후속 조치와 맥락을 같이 하기 위해 한의학 관련 남북교류 전문가들을 모아 그동안의 현안을 논의하고, 남북 한의학의 미래에 대해서 고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고자 함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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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님 (자유한국당), 기동민 간사님 (더불어민주당), 최도자 간사님 (바른미래당)께서 참석하셔서 축사를 해주셨습니다.


모두 한의약정책포럼 개최를 축하해주시면서 남북교류에 있어 한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셨으며,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한에서는 한의학, 북한에서는 고려의학이라 불리는 한국 전통의학 교류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분야 중 한의학만이 거의 유일하게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한의학이 가진 예방의학적 측면과 더불어 비정치적이며 인도적이라는 측면에서 교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동질성과 인도적인 한의학의 특성 때문에 교류 시 상호호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것이 보건의료, 남북교류 분야에서 한의학이 가진 최대 장점입니다. 이에 한의학이 주도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끌어내는 열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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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북 보건의료 체계 및 한의학과 고려의학의 제도 현황


북한에서는 한의학을 고려의학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요, ‘고려의학’이라는 낯선 이름만큼 우리에게는 생소한 보건 지표, 의료 체계, 교육 제도가 몇 가지 존재하였습니다.


우선 남북 보건의료 관련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2016년도 통계청 자료에서의 인구는 남한이 대략 5천만 명 (51,236천명), 북한이 2천 5백만 명 (24,897천명)이었고, 2008년 통일공감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한의사의 수는 23,245명, 고려의사의 수는 7,070명이었습니다. 또한, 2010년 WHO는 인구 만 명당 의사 및 고려의사 수는 남한이 20명인 반면, 북한은 33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국가통계포털에서 북한의 영아 사망률은 18.5명 (남한의 경우 2.9명), 결핵 발생률은 429명 (남한의 경우 97명)이었고, 기대수명 또한 남자 67.9세, 여자 73.6세 (남한의 경우 남자 79.3세, 여자 85.4세)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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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보건의료 체계에서는 남쪽은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경쟁의 보건의료 체계인 반면, 북측은 국영의료 체계라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남한과 다른 북측 의료 체계의 특징은 크게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중심, 의사 담당 지역 제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의료 수급에 제한이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마당 (북한의 농민시장)’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구역 담당 의사제는 무너지게 되었고 현재는 이름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북한 의료에서는 간호사가 존재하지 않고, 준의 (準醫)에 해당하는 의사가 남한의 간호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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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에서는 남한의 예과 2년 본과 4년처럼, 북한도 2년 후에 학부가 나누어진다는 점에서는 같았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경우 한의과대학과 의과대학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고려의학부, 임상학부, 위생학부, 약학부, 구강학부 등 이름만 다를 뿐 배우는 과목과 임상의가 하는 일의 경계가 불분명하였습니다. 또한 원래 6년 과정이었던 북한의 교육과정이 최근에 와서 5년 6개월로 줄었는데 이는 임상 실습 기간이 감소한 것으로, 치료 행위와 도구에 한계가 있어 실제 임상 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의 부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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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한한의사협회 남북교류 활동


대한한의사협회는 1999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타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과 더불어 협력 본부 구성 단체로 지정되면서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에 관여한 적이 있었으며, 타 의료 단체와 협력을 통한 공동 사업 이외에도 북 ‘조선의학협회 고려의학 부문’과 협의하여 교류를 통한 단독 교류 협력 사업도 추진한 적 있었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001년 7월 1차 방북을 시작으로 하여 2008년 7월까지 총 13차례 방북하여 고려의학 관계자와 상호 협력을 논의하였습니다. 이에 2002년 6월에 북 조선의학협회 고려의학 부문과 상호 의향서를 교환하였는데, 그 내용은 한약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상호협력, 고려의학종합병원 현대화 설비 지원, 민족의학 연구 사업 적극 추진에 대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남북 민족의학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여 침, 뜸, 약탕기 등 한의학 의료물품 대북 지원 사업을 하였고, 상호 민족의학 교류 협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진전되면서 2007년에는 고려의학과학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시설 및 치료 현장 참관을 통해 고려의학에 대한 남북연구 현황도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8년 이후 금강산 및 북핵 문제 등으로 직접 교류는 진척 사항이 없었다고 합니다.


2014년에는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해외거점 구축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유라시아 의학센터’를 설립하여 대한한의사협회-태평양국립의과대학 간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이 센터를 통해 한의학 강의, 러시아어 교재 개발, 한의학 정보관 구축 및 홍보, 포럼 개최 등의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센터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러시아에 있는 기관으로 정치적인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안정적으로 남북교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3) 대한한의사협회 통일 관련 활동 계획


남북의학교류를 통해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 대한한의사협회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한의학-고려의학 간의 연구 협력 확대


한의학-고려의학 간 연구 협력 확대를 위해 남과 북에 존재하는 각 전통의학 분야의 학술연구 기관들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단단한 기반의 연구자 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활발한 학술교류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최근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인한 자원 경쟁에 대비하여 한약재 공동 개발 연구도 추진할 수 있게 됩니다.


*나고야 의정서: 2010년 10월 29일에 일본 나고야에서 성립된 국제협약으로, 생물 자원을 활용하여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았다. 따라서 생물 유전 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 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출처: 네이버 기관단체사전: 과학기술 분야)


둘째, 남북 민족의학 전문가 공동 연구 추진


남한과 북한 간의 공통 전통의학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분단 이후 교육 체계와 진료 특성에 있어 서로 다르게 발전한 한의학과 고려의학 간 차이를 염두하여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남북 전통의학 관련 교육과 진료 표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추후 진행될 상호교류 활동을 원활하게 해줄 것입니다. 앞으로 한의사와 고려의사가 자주 소통하여 진료경험을 교류하고, 한의학과 고려의학만의 특성화된 전문 영역을 연구하여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통일 의료제도와 교육방안에 대한 공동 연구도 필요한데, 이는 의료인 수준 향상과 남북 간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준비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우리와 같이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 등 동일한 고전 문헌을 가지고 학습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서적을 함께 조사하고 한의학/고려의학의 용어 연구와 표준화 사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남북은 서로 동일한 한자문화권 전통의학 (TEAM; Traditional Eastern Asian Medicine)의 범주 아래에 있는 만큼, 남북이 중심이 되어 동북아 전통의학 협력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세계화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입니다.


셋째, 남북 한약재-고려약재 공동 개발과 침 제조 공장 설립 추진


남북 한약재-고려약재를 공동 개발하고 침 제조 공장 설립하는 것입니다. 같은 한반도지만, 남과 북에만 따로 자생하는 약재가 존재하므로 이러한 자생 약재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현재 남한에서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수입 한약재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침, 뜸 등 북측 실정에 맞는 한의약 의료용품을 현지 생산한다면 북한의 산업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측의 자본과 기술력, 북측의 인력과 토지를 상호 교환하여, 이전의 남북의 수여자-수혜자인 일방적 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강점을 살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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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학회는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한의학 학술 관련 제반 사업을 관장하여, 남북교류 학술대회에서도 컨트롤 타워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대한한의학회는 총 44개의 회원학회와 15개의 예비 회원학회로 이루어진 한의 학술연구 단체이며 1999년부터 대한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남북교류 관련 활동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예기치 않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대북 지원 사업 자체가 원천적으로 어렵게 되어, 그 이후로 교류가 활발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에서는 총 4개의 단체 (대한의학회, 대한간호학회, 대한약학회, 대한한의학회)가 간담회에 참여하여 통일 후 대비 관련 학술연구를 논의 중에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의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었고, 한의계 컨트롤 타워는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남북 간 동질성 측면에서 한의학-고려의학의 특수성을 인정받아 4개 학술단체 중에서 대한한의학회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결의되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저조차도 한의사가 북한에서는 고려의사로 불린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남북이 의료 부문에서 달라진 역사를 살펴보니 1913년 일제 치하 당시 한의사는 의사가 아닌 의생 (醫生) 신분으로 격하된 이후, 광복이 있었고 전쟁 속에 휘말리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은 분단된 이후 많은 일을 거쳤는데, 1954년에 동의사 자격증 개업 허가를 주었고, 약초 생산 확장을 시작으로, 1979년에 이르러서는 모든 의과대학 내 동의학부를 설치하여 양진한치 (洋診韓治), 고전번역, 민간요법 이론 체계화 등 다양한 한의학 관련 사업에 치중하였습니다. 나아가 1982년에는 현대의학적 진단 설비를 완비하여 동의학의 과학화를 시도하였고, 1985년에서는 서의와 동의의 교육 비율이 6:4 정도로 한의학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국가가 주도하여 한의학의 흐름을 이끌어온 것으로 비록 북한의 서양의학 기술은 남한에 크게 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극 발달시켜 온 한의학 부문은 남한 한의학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처럼 분단 국가였던 독일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은 통일을 위해 20년 전부터 ‘동서독 보건 협정’을 맺어 서로 간의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결과 동서독 통일 이후 의료 상황이 보다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자리잡는 데에는 20년이 더 걸렸다고 합니다. 남북한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격차가 작았던 동서독도 보건의료가 형평성을 갖는데 총 40년이 걸렸기에, 우리나라도 한시 빨리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본 포럼을 마무리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속담을 소개해주셨습니다.
“Knowledge is the beginning.”
아는 것이 시작이다라는 뜻의 이 문구는 오랫동안 영토 분쟁이 있었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함께 앉아 만든 오케스트라 합주단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부회장님께서는 여러 번 북한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고 허상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서로 가깝지만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남과 북,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남북관계의 시작이라고 강조하시며 발제를 종료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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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남한과 북한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가까이 있고 한 역사를 같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고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북땅에서 지금 내가 배우는 교재로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동서독에서 의료교류가 미리 이루어져 통일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듯이 이제는 한의학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남북교류의 장은 물론, 평화 통일로 가는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