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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50주년을 기념하여 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리서치캠프와 학생논문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두 행사에 직접 참여하여, 학생들의 노력이 담긴 연구 활동과 발표의 참관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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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방학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는 제1회 리서치캠프가 진행되었습니다. 리서치캠프에서 학생들은 1주일간 연구의 방법과 연구 계획서 작성에 대해 배우고, 직접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며 교수님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으며, 마지막 날에는 결과물에 대한 교수님들의 평가와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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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구와 논문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간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 계획서의 각 항목을 작성하는 방법, 스코핑 리뷰와 체계적 문헌고찰 등 다양한 연구 방법론에 대해 배워보았으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비만에 대한 다양한 침법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 계획서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비록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배우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연구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제게는 새롭고 재밌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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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캠프가 끝나고 팀 대부분은 담당해 주시던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 계획서에 따라 연구를 실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은 임정태 교수님의 지도로 다른 두 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방학 때부터 매주 화상 랩 미팅도 진행하였습니다. 리서치캠프에서 작성한 계획서를 바탕으로 실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다른 팀들과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교수님의 지도로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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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캠프와 더불어,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생논문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논문제가 진행되었다고 들었는데, 몇 년간 진행되지 못하다가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올해 다시 시작되어 2022년 1년간 연구를 진행한 많은 팀이 참가하였습니다. 저희 팀도 리서치캠프에서 시작한 연구로 논문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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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팀이 참가하여 예선을 거친 후, 7팀이 본선에 올라 심사위원이신 교수님들과 학생들 앞에서 연구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선에 오른 팀은 본과 2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다양했으며, 연구의 종류와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팀의 연구를 경청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 학생 환자 대상 한의 진료 실습 교육에 대한 참여 학생 및 졸업생의 인식 조사: 혼합 연구 (이동하 학생)


첫 발표는 한의과대학 임진록 프로그램에 대한 재학생, 졸업생의 인식과 의견을 조사한 이동하 학생의 연구였습니다. 임진록은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진행되는 학생 모의 진료 프로그램으로, 정기적으로 학생 의사가 학생 환자를 진료, 치료하며 교수님께서 그 과정을 피드백해 주시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임진록을 진행하는 진단학회의 일원으로서 임진록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임진록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점이 있을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실제 연구로 진행한 이동하 학생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임진록 참여 경험이 있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본인이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임진록의 만족도 및 필요성’, ‘적절한 진행 시간과 다양한 모의 진료 프로그램의 필요성’ 등을 조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모의 진료 프로그램이 확장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전반적인 참여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이 연구에 대해 학생으로서 진행하기 적절한 주제이며, 필요성도 알맞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조사 대상자의 수를 늘리거나, 임진록의 치료 질환별 만족도를 구분하는 등 연구 조사의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지고, 다양해지면 임진록의 현재 만족도와 개선 방향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의 다양성’, ‘설문 대상자의 구분’ 등을 언급한 피드백을 들으며, 필요에 따라 연구주제와 방법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2. 햄스트링 근육 신장에 대한 근 에너지 기법의 효과: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강혜연 학생 )


이 연구는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근 에너지 기법의 햄스트링 신장 효과를 앞으로 뻗기 검사, 능동 무릎 폄 검사 등을 통해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였습니다. 이번 논문제에 제가 제출한 연구도 메타분석 연구였기에 연구 설계와 진행에 더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발표는 메타분석 연구의 정석처럼 느껴졌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짧은 발표 시간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포함된 RCT의 비뚤림 위험 평가 시 항목별 근거를 세세하게 제시한 점입니다. 예를 들어 ‘총 19편 중 10편은 랜덤툴, 난수표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위험도 낮음’과 같이 항목별로 세세하게 평가 근거를 제시한 점이 발표를 듣는 학생들에게 연구에 대한 신뢰성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자는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근 에너지 기법의 특성상 눈가림이 실행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는데, 이는 한의학 술기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침법 등 도구를 이용한 술기는 연구를 위한 Placebo 도구가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어 추나 등 손을 이용한 술기에도 다양한 연구를 위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두개천골요법의 국내외 임상 연구 동향: 스코핑 리뷰 (곽민제 학생)


두개천골요법은 두개골과 두개골 봉합, 뇌척수액의 흐름을 조절하는 추나 기법으로, 최근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라고 합니다. 대부분 연구는 미국과 유럽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국내 한의학계에서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두개천골요법을 소개하고, 연구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스코핑 리뷰의 방법론을 택했다고 연구자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45편의 논문을 분석한 연구에서 35편은 유럽과 미국이었고, 아시아는 10편이었으며 그중에서도 한국은 3편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는 재활의학, 가정의학 등 의약학 분야에서 연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코핑 리뷰 방식의 연구를 논문제에서 처음 보았는데, 학술 분야, 연구 설계 방식, 대상 질환, 중재 등에 따라 다각도로 분석하여 동향을 제시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결과를 통해 현재 두개천골요법이 어디에서 얼마나 연구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는지 발표를 들으며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께서도 이러한 장점을 언급하셨지만, 스코핑 리뷰인 만큼 체계적 문헌고찰이나 메타분석 등의 방법론처럼 구체적인 연구의 효과 크기 차이를 제시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 중인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서도 단순히 효과 크기뿐만이 아니라, 중재의 치료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4. 음릉천의 효율적 자침법에 대한 고찰: 신경해부학적 구조를 중심으로 (권유진, 이도형, 김경환 학생)


이 연구는 음릉천의 자침 깊이에 따라 자극하는 신경과 그 신경을 음릉천에서 자극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를 해당 신경을 공유하는 기타 경혈들의 주치를 통해 예측해 본 것입니다. 연구의 결과에서 음릉천은 얕은 횡자 시 비뇨기계, 더 깊은 심자 시 한열증, 양릉천으로 투자하듯 자침하면 소화기계를 치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도 경혈학을 배우며 각 경혈이 가지는 전신적인 반응을 혈관이나 신경 등 해부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이해해 보고 싶었고, 실제로 자침이 효과를 보이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에 대해 친구들과 논문을 바탕으로 스터디를 한 적도 있었지만, 침법이 그 자체로서 가지는 효과를 찾을 수 있었을 뿐 각 경혈의 자극법에 대한 특이한 효과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비록 교수님들의 피드백처럼 이 연구는 하나의 근거보다는 가설에 가까울 수 있지만, 음릉천의 자침 깊이와 그에 따른 자극 신경의 공통 주치를 다른 경혈들과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 PRISMA 2020 지침에 근거한 한방재활의학과학회지 체계적 문헌고찰 보고의 질 평가 연구 (나현욱 학생)


이 연구는 한방재활의학과학회지의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를 대상으로 2009년 이후 2020년에 새로 개정된 PRISMA 지침에 대한 적용률을 알아본 연구입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PRISMA 2020 지침의 이행률이 50% 전후였으며, 75% 이상의 이행률을 보인 연구는 없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지침 이행에 대한 미흡한 점은 2020년에 신설되거나 바뀐 조항들 위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말한 것처럼, 체계적 문헌고찰은 다른 연구자들이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2차 가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 문헌고찰을 할 때에는 적절한 연구의 평가와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국내 연구들에서 PRISMA에 대한 이행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 조금 놀라웠고, 제가 현재 진행 중인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도 아직 연구를 모두 마치지는 않았지만, PRISMA에 따라 꼼꼼하게 진행하고 기술해야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6. 한의학을 이용한 심부전의 Real-World Data 연구에 대한 현황 및 전망: Scoping review (박성준, 박정수, 심다은 학생)


이 연구에서 저는 Real-World Data를 처음 배웠습니다. Real-World Data는 실험을 하지 않고도 각종 건강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관찰연구를 통해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한 질병에 대한 임상 종점을 추적하는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이 연구는 국내외 심부전에 대한 Real-World Data 연구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경향성을 제시한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심부전에 대한 Real-World Data 연구는 중국에서 6건, 대만 5건, 일본에서 1건이 진행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진행된 적이 없지만, 건강보험과 병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을 때의 효용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번 논문제에 참석하며 제일 흥미로웠던 연구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방법론이었고, 그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여 앞으로 예방의학과 공중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의 결론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한의학 분야에서도 건강보험과 각종 한방병원의 건강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여 이와 같은 연구를 할 수 있다면 그 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LPS에 의해 활성화된 BV2 세포에 대한 대복피의 신경염증 보호 효과 (조현규 학생)


이 연구는 최근 독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빈랑의 껍질인 대복피의 독성과 항신경염증 효과를 세포 실험한 연구입니다. 이번 논문제 본선의 유일한 실험연구여서 학생들과 교수님 모두 흥미 있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 대복피는 물 추출물에서 독성 물질인 아레콜린 (arecoline)이 발견되지 않았고, 항신경염증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연구 피드백에서 교수님들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하나의 치료법은 이런 in-vitro, in-vivo 실험을 거치고, 세밀한 임상시험과 치험례 등을 거쳐 임상에 적용됩니다. 그 단계의 가장 끝은 제가 현재 진행 중인 것과 같은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을 통한 데이터의 통합이지만, 그에 앞서 엄밀한 전 단계 실험을 통해 다양한 치료법과 약들이 임상에 적용될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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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시간 정도 진행된 논문제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금방 끝났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각 팀의 문제의식과 연구 설계를 살펴보고,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제가 놓쳤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번 논문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여러 가지 결과를 내는 것보다, 하나의 결과여도 확실한 방법을 통해 얻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분명한 목표와 확실한 방법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들은 원광대학교 50주년 기념으로 진행되었지만, 앞으로도 리서치캠프나 논문제와 같은 학생 연구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어 학생들이 연구를 쉽게 접하고 뽐낼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본 참관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원광한의 개교 50주년 기념 학생논문제 주제 및 5분 동영상 발표 링크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