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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시기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동의보감아카데미가 2022년에는 미국에서 대면으로 열리게 되었다. 이런저런 사정을 뒤로하고 무조건 참여했다. 한의학의 세계화 사업 가운데 하나인 동의보감아카데미는 한국의 특징적인 한의학을 외국의 한의과대학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에서 임상 한의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사업이다.


정신건강 분야는 한의학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한국 한의학의 모델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사업 초기부터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다. 더구나 한의학 상담을 워크북으로 출간하면서 정신건강 분야의 상담에 대하여 임상 현장을 넓히고자 미국에서도 교육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여러 업무 가운데 하나인 확산 작업에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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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아카데미 (Korean Medicine-Modernized East Asian Medicine)


⦁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 세계화 사업의 하나로 운영 중인 해외 한의약 교육 프로그램으로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 미국의 경우, 2015년부터 뉴욕, 코네티컷, 플로리다. 애리조나, 일리노이,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스포츠 한의학 전문 과정, 사암침 전문 과정, 정신건강 전문 과정, 미용침 등이 있다.


근자에 들어 한국에서의 한의학은 그 능력과 매력에 비하여 위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의학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의 측면에서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시대에 맞춰 잘 적응하고 있는가?”의 측면에서는 아직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문제 해결의 기본에는 연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다양한 연구 가운데에서는 근거의 확립과 같은 시대적 요청이 있을 수 있지만, 근거를 창출해야 하는 자체 역량이 필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그리고, 연구 이상으로 생각해 볼 것은 교육이다. 한의과대학에서의 교육도 그러한데, 피교육자가 만족할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학습할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피교육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교육이라면 그 분야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동의보감아카데미는 교육을 통하여 한의학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마도 미국 한의학을 만나 교육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보다 도리어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한의학이 능력과 매력을 회복하는데 또 한 가지의 방법은 세계화이다. 누군가 한국 한의학을 갈라파고스로 비유하듯, 섬에 갇혀서 그저 잘 먹고 잘산다고 하여 만족하는 것이 결코 행복할 수 없고, 결국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 세계의 전통의학과 보완대체의학 시장을 중의학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의 국제화는 한국 한의학뿐 아니라 한국 의학의 미래이기도 하다.


교육과 국제화...

이번 미국 동의보감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개인적인 목적이고 욕심이다.


미국 현지의 한의사 지인을 만났다. 몇 년 전 동의보감아카데미에서의 인연인데, 요즘은 미국에서 클리닉을 개설하여 임상 현장에서 열심히 진료하는 중이다. 미국 한의과대학을 나왔지만, 한국 한의학을 만나 업그레이드된 사례이다. 이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다면 한국 한의학이 미국 현지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한의학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보험으로부터 소외당하면서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과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이 상황을 이겨나가는 모습은 또 한편 한국의 현실에 대한 냉엄한 관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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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ific College of Health and Science는 미국에서 몇 개의 브랜치를 가지고 있는 한의학 전문 대학으로 뉴욕에는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고 있다. 마천루 빌딩의 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교육 현장과 클리닉이 동시에 오픈되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의 전문 분야 대학의 한 모습이다. 미국에서 여러 브랜치를 가지면서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는 모습은 미국 한의학의 발전 모습이기도 하다.


Pacific College of Health and Science에서 강의가 진행되었다. 한국인 학생회에서 준비한 것으로, 졸업생과 재학생 대상으로 안내를 하여 마련된 강의다. 한국 한의학의 국제화 사업 가운데 현지 한의사, 특히 한국인 한의사에게 한의학을 교육한다는 것은 사업의 첫걸음임과 동시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중의학이 전통의학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한국의 한의학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디로 나아갈지를 알아보고 또 도움을 받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한국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 시스템과의 차이도 이야기하고, 때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양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 세계의 흐름에서 그들은 한의학의 한 분야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고, 또 중의학과 비교하여 우월함을 검증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의학. 한국 한의학이 전 세계 최고라는 생각을 접은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또한, 한국에서 최고의 인재가 한의사가 된다는 것도 이제 예전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한의학이 한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의 문제이고,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을 넘어 한국 한의학이 제대로 교육되고 있는지에 대하여도 확신을 잃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학습하는 학생들의 열의와 관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까지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현지의 한의대생과 한의사들은 중의학의 국제화 틈바구니에서 한국 한의학을 받아들이면서 꽃을 피울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곳 대학의 학생들은 천차만별이다. 회계사의 생활을 접고 늦깎이의 나이로 공부를 시작한 사람도 있고, 또 동양학이라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이제 막 한의학 공부를 시작한 학생도 있다. 기존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한국보다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의학을 선택한 이들에게 도리어 한의학의 희망을 찾아보기도 한다. 때로는 한의학 공부를 선택하는 이유조차 한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순수하고 열정이 있으며 80~90년대의 한의대 향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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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20명 남짓으로 진행이 되었다. 학교의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고 한국 한의사의 모임이라서 그저 홍보물을 보고 관심을 가진 사람의 참여라 많지 않은 인원이다. 그러나 워크숍의 형태로 진행된 관계로 제한적인 인원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도리어 강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현지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가장 좋은 점은 이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강의와 토론에 참여하고 피드백 역시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들의 문화이기도 하고, 또 열정이기도 하다. 워크숍으로 진행하면서 교육한 내용을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많은 관계로 미국에서 한국 한의학의 위상을 확인하고, 이를 확장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다만 팬데믹 상황 이후에 한인 학생들의 연합 모임이 활성화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참여를 하였기에 한국 한의학 세계화 사업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강의와 워크숍은 임상에서 한의원을 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되었고,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학생에게는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 그리고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을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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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는 시카고에 있는 건강 관련 집합 대학이다. 학교 내에 카이로프랙틱, 자연 의학, 그리고 침을 다루는 세부 전공이 있는 학교다. 이전의 한의학만을 가르치는 학교에 비하여 규모뿐 아니라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또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곳 한의과대학에 한국인 교수가 2명이 있다. 비록 학생들 가운데 한국인들은 매우 적지만, 한국인 교수가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미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한 이후에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학위를 취득한 교수가 있어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 사업에도 한국 한의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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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의 강의는 50여 명이 참여하였다. 다음 주가 추수감사절임을 참작한다면 꽤 많은 인원이 참여하였다는 설명을 한국인 교수에게서 들었다. 이곳 학장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였다. 반응은 이전 뉴욕에서와 마찬가지다. 이곳의 학생 대부분은 현지 미국인이다. 한국 학생은 극소수다. 청중 가운데는 임상 한의사들도 꽤 있었는데, 한국인 한의사의 경우 기공, 특히 외공의 자신의 특별한 기술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의 한의사들은 한의학 이외에 각기 가지고 있는 영역, 예를 들어 카이로프랙틱이나 물리 치료를 추가하기도 하고, 또 기공 같은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의학의 다양한 치료를 임상에서 적용하기 때문에 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정신 건강에 대한 강의가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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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열심히 수업을 듣고, 노트하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 토론을 진행할 때는 격의 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전반적으로 수업 태도는 만점에 가깝다. 이들에게 한국 한의학은 제도적으로 안정이 된 의학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의료 체계에서 한의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하여 부러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한국에서 우리의 위치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더 뚜렷해진다. 한의학 치료의 자유로운 활용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의료 체계를 공고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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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뉴욕과 시카고에서 동의보감아카데미가 진행되었다, 시카고에서는 정신건강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한약 제제에 대한 소개도 함께하였다. 연조엑스제가 보험 약으로 활용되고 있는 임상 현장에 대한 강의였다. 1주일 전에는 미용을 위한 안면침의 강의도 있었다. 시리즈로 진행된 이번 강의를 통해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있었을 것으로 자부하고, 이후 한국 한의학 교육이 펼쳐져서 해외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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