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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박지원입니다. 2023년 2월 24일 한의학정신건강센터 (KMMH)에서 주최한 한의평가도구 개발과정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한의평가도구나 화병 척도 모두 처음 접하는 분야였지만 다행히 기본적인 개념부터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에는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할 시간도 주셨습니다.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진 일정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수강했습니다. 뜻깊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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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목적 결정부터 신뢰도 타당도 분석에 걸쳐 평가도구가 개발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개념적 정의와 구분해서 측정할 수 있도록 조작적 정의를 설정하여 척도의 문항을 제작합니다. 1차 검사 후 문항 분석을 통해 평균 및 표준편차를 조정하고 신뢰도와 타당도를 떨어뜨리는 문항을 제거하여 본 검사를 시행합니다. 구성 개념을 카테고리화하는 요인 분석을 통해 문항 척도 분류를 확인하고 연구자의 의도에 맞는지 검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뢰도 분석을 위해 반복적으로 문항을 무작위 추출하여 소척도 간 상관을 산출하는 단일 검사 시행법, 평정자 간 또는 평정자 내 신뢰도 등을 통해 진점수를 계산해냅니다. 그리고 타당도 분석을 위해 내용 타당도, 안면 타당도, 구성개념 타당도 등으로 여러 번 간접 검증합니다.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 길면 1년 정도 걸려서 평가도구가 개발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 평가도구의 중요성을 인지했습니다. 한의평가도구는 한의학의 저변을 확대하면서도 새로운 질병 양상에 맞춰 발전합니다. 한의 연구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한의학은 정적인 학문이 아니라 역동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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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문화 관련 증후군인 화병에 대해, 특징적인 증상과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2004년 화병면담도구 (HBDIS)를 개발했습니다. 그 뒤, 화병을 우울증과 구분하고 HBDIS의 단점으로 밝혀진 제한적인 검사 시공간과 화병 정도 파악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1차 화병 척도를 개발했습니다. 우울증 환자, 화병 환자, 정상인을 선별하여 화병 vs 우울증 및 화병 vs 정상을 구별했습니다.


그리고 ROC 곡선 분석, 신뢰도 타당도 검사, 요인 분석 등을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화병과 우울증에 증상 및 성격 차이가 확인되었고 높은 신뢰도를 보였지만, 화병 증상 척도와 성격 척도 상관이 0.24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화병 척도가 환자의 상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새로운 화병 척도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기존 화병 척도는 “나는 서러움을 느낀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등 현재 질병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민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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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정선용 교수님 강의 자료 중 화병 척도 개발 계획


델파이 방법을 이용하고 젊은 화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언어적 표현까지 수집하는 등의 변화를 통해 문항 풀을 구성했고, 자기 보고식 구성으로 사건 질문지, 증상 질문지, 반응 질문지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재 타당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환자가 달라지고 시간 경과에 따라 질병 양상도 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평가도구 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덧붙여 하나의 척도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인간관계를 강조하신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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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 진단 체계와 다차원적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신규 한의평가도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규 한의평가도구에는 반구조화된 면담 도구와 자기 보고식 척도를 사용합니다. 반구조화된 면담 도구는 비통제 요인, 종결 요인, 지속 요인을 정리해 환자의 질병을 시간 축 상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기 보고식 척도는 스트레스 반응 척도로 분노, 불안, 우울 관련 반응을 평가하고, 신체적 증상 척도로 열감, 긴장도, 에너지, 담음 어혈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에 조작적 정의를 만들어 구체화합니다.


마지막에 신체적 증상 척도에 해당하는 조작적 정의를 직접 개발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간단 명확하게 서술하고 각 범주에만 해당하는 신체 반응을 떠올리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평가도구 개발에 전문가 참여의 중요성과 여러 차례의 타당도 검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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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관련 논문은 상당히 많은 것에 반해 기공 논문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이유로 미국에서는 명상이 의과학으로 인정받았고, 명상의 정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며, 표준화된 명상 프로그램으로 연구의 재현성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명상의 효과와 기전에 대한 연구가 누적되고 있고 신경학적으로 명상이 지향하는 뇌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한편, 기공은 측정할 수 있도록 정의를 내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를 증명한 논문은 있지만 기공의 기전이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 기공을 과학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후, 한의학적 관점에서 본 기,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 기공의 조작적 정의 및 효과를 생각해 본 뒤 기와 명상을 연결하여 기와 함께하는 명상에 관한 논문을 살펴봤습니다. 스트레스, 화병, 불안 정도가 모두 감소하여 명상에서 기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보였습니다. 기공 연구 발전은 심리학이 과학으로 발전하는 것과 유사한데, 조작적 정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명상과의 유사성을 밝혀 명상과 같은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의과학 시대에서 한의학은 과학으로 증명되기를 요구받아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의학적 의미가 다소 퇴색되기도 했지만 어쩌면 한의학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측정 가능한 언어로 한의학을 재해석하는 것은 불명확하고 생경한 용어를 오히려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줍니다. 평가 척도를 개발하면 진단을 표준화하여 객관적으로 환자의 질병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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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을 조작적 정의로 표현하고, 통합적 활력을 신체적 활력과 심리적 활력으로 나누어 모델을 설정했습니다. 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하위 욕구가 상위 욕구를 실현하는 기반이 되는 것에 근거하여, 신체적 활력을 기반으로 심리적 활력이 온전히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기가 신체적으로 드러나면 精(정)이고 정신적으로 드러나면 神(신)입니다. 개념적 정의를 보면 신체적 활력은 최적의 精, 심리적 활력은 최적의 神이지만, 이들을 조작적 정의로 바꾸면 전자는 휴식과 이완이고 후자는 삶의 흥미와 내재적 동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두 활력의 순환 속에서 가장 건강한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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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윤석인 박사님 강의 자료 중 통합적 활력 모형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기와 활력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기를 신체 및 정신적 활력, 감기 축기 행기로 일컬어지는 과정, 그리고 몸을 조화롭게 하는 기운으로 봅니다. 이때 활력은 기의 긍정성이 부각되고 공격성은 배제된 것으로 기가 막히지 않은 건강한 상태로 정리했습니다. 기는 척도로 측정하기에 너무 광범위하므로 기를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활력을 제안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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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캠프를 통해 한의학적 관점에 충실하게 만든 한의평가도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중에서도 화병 척도를 예시로 들어 지속적인 평가도구 발전을 모색하여 한의 연구 역량 강화를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조작적 정의를 설정하여 평가도구를 개발해 봄으로써 평가도구에 사용할 언어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작성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한의학을 배우면서 전문용어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대중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본 캠프를 통해 한의 변증별 증상에 대해 환자의 언어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의과학 시대에 한의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었고, 외부에서 한의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한의학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길렀습니다.


인원이 많지 않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 생각을 발표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방학이라는 시간을 활용해서 캠프를 열어 주신 한의학정신건강센터/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님, 정선용 교수님, 윤석인 박사님, 박희영 박사님, 그리고 여러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