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YS 0075-main.jpg



Society for Acupuncture (SAR)에서 주관하는 SAR International Research Conference가 미국 뉴욕에서 4년 만에 실시간 대면으로 개최되었습니다. “From Mechanism to Patient-Centered Care: Research in Acupuncture and Traditional East Asian Medicine”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회는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만큼 다양한 연구자들의 교류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현장 소식을 짧게나마 본 참관기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 SAR 홈페이지: https://www.acupunctureresearch.org/conference


C-LYS 0075-img-01.jpg



C-LYS 0075-title-02.jpg Keynote Presentation: Acupoints in Acupuncture Research: Past, Present and Future


미국 NCCIH의 디렉터이자 우리에게는 Connective tissue에 대한 연구로 더 익숙한 Helene Langevin은 “침 연구에서의 경혈: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으로 학회의 공식적인 일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과거 해외 침 관련 기초연구 주제가 주로 침 자극의 기전을 다루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제목부터 경혈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는데요.


본 발표에서 Helene은 Interstitial pockets와 경혈의 correlation 가능성 및 interstitial “collection channels”와 경락의 correlation 가능성을 소개하였습니다. 해당 발표에서 인용한 논문은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님 연구실에서 2017년 보고한 연구였습니다.


※ Kim DH, Ryu Y, Hahm DH, Sohn BY, Shim I, Kwon OS, Chang S, Gwak YS, Kim MS, Kim JH, Lee BH, Jang EY, Zhao R, Chung JM, Yang CH, Kim HY. Acupuncture points can be identified as cutaneous neurogenic inflammatory spots. Sci Rep. 2017 Nov 9;7(1):15214. doi: 10.1038/s41598-017-14359-z.


C-LYS 0075-img-02.jpg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680247/


Helene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의학 분야 기초연구의 주된 관심 중 하나는 말초신경자극을 통한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미주신경 (vagus nerve)의 해부학적/생리학적 매핑 및 말초신경 자극 기술 개발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경혈의 생리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neurogenic spots 혹은 interstitial pockets라는 맥락이 설득력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C-LYS 0075-img-03.jpg

▲ https://commonfund.nih.gov/sparc


또한 본 심포지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Helene의 깜짝 발표였는데요, 바로 Vitaly Napadow와 Richard Harris 등 SAR 학회의 중심 멤버가 주축이 되어 제안한 과제가 NCCIH 지원 과제로 최종 선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C-LYS 0075-img-04.jpg


이후 이 과제에 대한 소식은 뉴스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링크 바로가기)


과제명은 Topological Atlas and Repository for Acupoint Research (TARA)로서, 과제의 세부 내용은 1) 경혈에 대해 전통의학 및 현대의학 시스템을 아우르는 온톨로지를 탑재하고, 2) 인체 상의 경혈 atlas를 3D로 구현하며, 3) 전문위원회가 구축하며 경혈 자극에 대한 생리학적 반응을 포괄한 경혈 오픈 데이터베이스 구축입니다.


최종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선정 여부를 학회에서 깜짝 발표한 것도 흥미로웠지만, 연구과제의 세부 내용 및 연구과제가 발주된 맥락이 국내 침 연구진들의 최근 관심사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C-LYS 0075-title-02.jpg Translational Acupuncture Research: Bridge Basic Mechanisms with Clinical Practice


침 기전 연구와 임상의 연계라는 학회 주제에 걸맞게 이 심포지엄에서는 Richard Harris와 Mingxiao Yang, Vitaly Napadow가 바라본 기전 연구에 대한 임상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감각 검사 및 fMRI를 통해 바라본 insula, Default-Mode Network (DMN)과 같은 영역의 활성화 정도를 통해 침에 대한 통증 환자의 반응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Richard Harris), 염색체 변이 중 하나인 COMT polymorphism으로 인한 COMT 효소의 활성화 정도가 opioid receptor의 증감을 조절하여 통증 반응 조절, 특히 이침 및 전침에 대한 암 환자의 반응성을 조절한다는 연구 (Mingxiao Yang), 그리고 침 시술자와 환자의 공감 정도가 (Theory of Mind, ToM) 환자의 침 기반 진통 반응을 조절한다는 fMRI hyperscanning 연구 (Vitaly Napadow)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모두 기초연구를 통해 환자의 침에 대한 반응 기전을 이해하고 있었으며, 나아가 임상에서 환자의 침에 대한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C-LYS 0075-title-02.jpg Oral presentation: Basic and others


이번 학회에서는 신청한 전체 초록 중 8편 내외가 구연발표로 선정되었고, 그중 저는 Basic and Others 분야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션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님도 함께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EMR을 활용한 한방 통합치료의 효과 예측 모델 구축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상훈 박사님은 초음파를 활용한 침 치료 보조를 통해 침의 이상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제로 발표해 주셨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이와 같은 노력이 침 치료에서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C-LYS 0075-img-05.jpg



C-LYS 0075-title-02.jpg Editors Roundtable: Scientific Integrity and Misconduct


그다음으로 흥미로웠던 세션은 최근 뜨거운 화두인 해적 저널에 대한 학회였습니다. Medical Acupuncture 학술지의 편집장인 Jennifer Stone, 코크란 센터장인 Susan Wieland와 Jeffrey Dusek, Juli Olson이 구성한 이 세션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연구를 보호하기 위해 저널을 충분히 알아본 후 투고 및 출판할 것을 강조하였으며, 에디터 입장에서는 가짜 리뷰어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동료 연구자로서는 출판된 연구에서 모호한 점이 포착된다면 Letter 등을 활용해서 토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최근 해적 저널이 국내에서도 큰 이슈였는데 이에 대한 세션을 침 관련 학회에서도 열게 된 점은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C-LYS 0075-img-06.jpg



C-LYS 0075-title-02.jpg Future Digital Health - Opportunities and Risks for Acupuncture and Integrative Medicine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세션은 채윤병 교수님과 Claudia Witt, Suzie Zick, Daniel Pach가 참여한 Digital Health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Suzie Zick은 현재 미국 4개 암 진료 병원에서 협력 수행 중인 자가 경혈 자극 (acupressure) 연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EHR시스템, 건강보험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EHR 상 환자에게 제공되는 화면을 통해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일 acupressure를 수행하도록 유도한 연구였습니다. 실용적 연구 디자인이 침 분야에도 적극 도입되는 데서 나아가 스마트폰 앱 활용까지 확장되었다는 면에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연자는 결과 또한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소개하였는데요, 이른 시일 내에 출판된 연구로 만나보기를 기대합니다.


채윤병 교수님은 경혈의 특이성과 변증과 같은 한의학적 이론에 대해 데이터마이닝 및 머신러닝을 활용해 규명한 연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최근 미국 NCCIH 및 TARA 연구과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연구들이라, 현시점에서 다시 정리해 주시는 것이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C-LYS 0075-img-07.jpg


마지막으로 Claudia Witt는 스위스 대학에서 예측한 현재와 10년, 30년 뒤 디지털 헬스를 활용한 건강관리, 특히 가상의 자아를 통한 건강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미래에서 침이 나아가야 할 방향 및 역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C-LYS 0075-title.jpg


오랜만에 미국에서 열린 침구 학회인 만큼 반가운 분들을 많이 뵐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에서 연구하고 계신 채윤병 교수님과 이준환 박사님,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센터에서 같이 공부했던 배선정 선생님, 대학 동기이며 현재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포닥 과정을 밟고 계신 조희진 선생님, 존스홉킨스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으시고 현재 뉴욕에서 보건 관련 일을 하고 계신 김명선 선생님,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안식년을 바쁘게 보내고 계신 경희대학교한방병원 남동우 교수님 모두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항상 많은 도움을 주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명수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반갑게도 장보형 교수님과 침도 학회 대표로 참가하신 추홍민 선생님, 하베스트 이승민 팀장님이 포스터 발표로 참여하셔서 오랜만에 열린 국제 학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C-LYS 0075-img-08.jpg


저는 현재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학술지인 Perspectives on Integrative Medicine 일을 맡아서 수행하고 있는데요, 에디터이자 스폰서로서 학회에 참석해 보니 학회 실무진이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와주었던 자생한방병원 조소현, 고아라 레지던트 선생님은 쉴 새 없이 일하고 휴식의 틈도 없이 다시 병원에 복귀하게 되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C-LYS 0075-img-09.jpg


마지막으로 KIOM 이상훈 박사님과 더불어 이번 학회에서 우수 연구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C-LYS 0075-img-10.jpg


이번 학회를 들으며 연구자로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대면으로 열린 학회를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발표를 듣고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음 SAR International Research Conference는 2025년에 Irvine, California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때까지 저도 또 다른 재미있는 연구를 해보기를 다짐해 보며 참관기를 마칩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