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영 교수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약리학교실, Korea
  •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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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엄재영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약리학교실




Q1.

2016년부터 5년간 미래부의 기초연구실지원사업 (Basic Research Laboratory, BRL) 과제를 수행하게 되셨는데, 연구 목표와 구성 및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기초연구실지원사업은 한국연구재단에서 2009년에 처음 만든 사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재 해마다 선정되는 연구실에 순위가 조금씩 다른데요. 올해는 두 개가 선정됐데요. 지금까지 55개 정도가 선정되었어요. 그런데 그 55개 중 한의학 분야는 단 한 개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희가 한의학 분야 최초로 기초연구실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15년에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지원사업에 응모해서 선정됐습니다. 제목이 좀 길어요. 양한방융합이론기반 동반질환제어 기초연구실입니다. 그래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반질환을 제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고, 거기에 양방적, 한방적 이론을 융합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이 동반질환을 동시에 제어하고자 하는 그런 연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 5년 사업이고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이 사업 자체가 4~5인의 기초 연구자로 주로 구성되게끔 되어 있어서요. 그래서 제목에서도 알다시피 동반질환이거든요. 굉장히 많은 동반질환이 있을 수 있겠는데 저희의 목표는 비만과 암으로 범위를 제한해서 연구하게 되었는데요. 구성 연구진들이 그동안 해온 일이 비만과 암이었기 때문에 이에 국한해서 동반질환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작년에 지원했을 당시에는 다 부교수 이하였어요. 저만 부교수고 나머지는 조교수였는데, 그래서 굉장히 젊은 연구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목에서도 그렇고 신선한 연구를 시작해보고자 도전했습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키워드는 동반질환이에요. 동반질환이라고 하면 되게 생소하실 텐데 1970년에 처음 생긴 말이라고 보시면 돼요. 굳이 동반질환을 선택한 이유는 한의학적 모델을 찾고 있었는데 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동반질환은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서로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합병증하고 약간 개념이 달라요. 예를 들면 저희가 비만과 암을 다루고 있는데 염증이라는 기전이 비만에도 해당이 되고 암에도 해당이 되거든요. 염증을 하나로 비만과 암을 같이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개념이 한의학에서 변증법적 치료, 그러니까 질환으로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을 보고서 한 증상이라도 같은 질환에서 올 수 있다고 보는 한의학적 이론하고 약간 유사한 게 아닌가 해서 그것을 입증하기 위한 가장 좋은 모델이 동반질환이겠구나 하는 판단하에 선택했습니다.


비만과 암도 아까 얘기한 공통적인 기전이 염증일 수도 있는데 비만은 습담(濕痰), 암은 적취(積聚)로 둘 다 기가 정체된 상태로 보는데 양의학적으로 저희는 Metabolism과 약간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한의학의 기체(氣滯)와 양의학의 Metabolism이 표현만 다를 뿐이고 같은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저희가 하려는 연구는 이처럼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매칭시켜 나가는 작업으로 궁극적으로 동반질환을 제어하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Q2.

약학 분야의 경험을 가지고 계신 한의대 교수로서 이로 인해 어려웠던 점이나 유리했던 점이 있으시다면?


제가 한의과대학에 재직한 지 만 10년이 지났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가 이학 전공자인데 한의학과에 재직하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학생들한테 지식을 전달하는 것 말고 또 중요한 부분이 연구인데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생각한 것이 아까도 잠깐 연구 내용에서 언급했지만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매칭하는 것, 예를 들어 번역자 (translator)라고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 그게 융합이 아닐까 그렇게 봅니다.


그래서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지 둘 다 사람을 치료하는 게 기본적인 목표인데 보는 시각이 숲을 볼 때도 나무부터 볼 건지 숲부터 볼 건지의 차이처럼 제가 이해하기에는 그랬어요.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똑같지 않을까. 그래서 흔히 땅속에 묻혀 있는 도라지, 식탁에서 우리가 많이 먹지만 한의학에서는 길경(桔梗)이라 부르는 경우 같은 것을 매칭해 나가는 것이 나의 역할이지 않을까. 요즘에 융합연구가 굉장히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제가 그동안 생각해 온 융합은 정말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것은 제 능력으로는 못 하고요, 이 정도가 융합이고 한의과대학에서 이학 전공자로서 연구할 수 있는 최선의, 제가 할 수 있는, 제일 잘할 수 있는 정도의 융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학 전공자로서 한의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동안에 이런 생각이 저희 랩을 구성할 때도 그렇게 인원이 구성됐어요. 이학 전공자도 있고 한의학 전공자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연구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거기에서도 진정한 실질적인 융합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서로 하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걸 대화를 통해서 맞춰가고 있거든요.


한의학 전공자를 예로 들면, 그 학생이 학부 졸업하고서부터 처음에 저한테 와서 지금은 박사과정 7기에요. 그러다 보니까 4~5년 정도 되잖아요. 그동안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특히 그 친구는, 제가 한 얘기를 잘 못 알아듣고, 그 아이가 하는 얘기를 제가 잘 못 알아듣는 거예요. 그 아이는 너무 브로드하게 (넓게) 이야기하고 저는 너무 스페시픽하게 (좁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논문을 쓸 때 굉장히 많이 부딪히는 것이고 이 친구는 여기까지만 해서, 매우 많은 요인 (factor)를 생각하기 때문에 논문이 마무리되질 않아요. 사실 논문을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커트하고 딱 마무리 지을 것은 짓고 볼 건 보고 제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소통을 하면서, 어쨌든 이 아이가 성장해서 미래의 연구자가 되면 진정한 양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융합의 결정체가 아닐까, 저의 미래가 아닐까 합니다.


Q3.

미래의 젊은 연구자들이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미래 연구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사실 전 해주고 싶은 말이 별로 없어요. 예전에는 기준이 있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서 실험 계획을 세우고, 본인이 직접 실험해서 거기에 논문을 스스로 작성해서 SCI급 논문을 제출하는 것, 저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다른 모든 학생이 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저의 지도를 받기 때문에 충분히 다 모든 제 랩을 거쳐 간 학생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10년 정도 대학원생을 지도하다 보니까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좀 알게 됐어요.


예전에 부모님이 하시던 말씀 있잖아요. 다섯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다섯 개 손가락, 연구원들과 학생들 다 애정이 각별하고요, 다 제가 사랑하는 제자들이지만 정말 손가락 생긴 모양처럼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고, 모양이 다 가지각색인데 가지고 있는 그런 특성이나 능력, 여러 가지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실한 것도 좋은데 어떤 친구는 정말 불성실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굉장히 열정을 보이는 데서는 굉장히 또 잘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특성을 잘 알아봐서 거기에 맞는, 꼭 SCI급 논문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끌어내서 지도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4.

기초나 임상연구들이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나 연구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상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한의과대학에서 강의하고 실습을 진행하면서 어떤 것들이 학생들한테 정말 좋은 실습, 좋은 내용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을 해봤어요. 정말 단순하게 양약과 한약 처방의 제일 큰 차이점은, 양약은 하나의 성분, 한의학은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예요.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를 같이 쓰는 이유는 뭘까가 제일 궁금했거든요. 사실 그렇게 관심을 두고 보다 보니까 양약도 되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먹더라고요. 목 아플 때 약, 머리 아플 때 약, 그것도 사실 복합 처방인 거예요. 그런데 실험적으로 입증이 됐다든지, 그러한 단순히 성분의 효능에 대해 배합된 거지요.


우리는 이론에 근거해서 배우는 한의학적인 이론이 존재하잖아요. 효능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칠정(七情) 개념이 있는데 그 이론을 한번 입증해보면 어떨까 했어요. 십팔반(十八反), 십구외(十九畏)도 있고 여러 이론 중 일단 제일 임팩트 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상반(相反)이라고 판단했어요. 가장 유명한 약물이 포함된 여로 반 인삼은 인삼(人蔘), 단삼(丹蔘), 사삼(沙蔘), 고삼(苦參), 현삼(玄參), 자삼(紫蔘), 세신(細辛), 작약(芍藥) 등 7~8개 약재와 여로를 함께 쓰지 말라고 합니다. 저희는 인삼과 여로를 같이 썼을 때 효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학부 실습에도 학생들한테 서로 같이 썼을 때 어떤 조합이 어떤 효능을 나타낼 수 있는지 예상해서 골라오게 한 후 효능을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실험적으로 입증이 되면 더 나아가서는 임상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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