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의사 김승남 프로필

#22. 뉴욕에서 살아 간다는 것 (4) New York,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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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이미 한창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30-35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찌는 듯한 불볕더위는 비슷한 위도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한국이나 뉴욕이나 비슷합니다.


여름이 되면 뉴욕은 많은 축제와 파티들이 열립니다. 뉴욕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센트럴파크부터 메디슨, 워싱턴스퀘어, 브루클린이나 퀸즈까지. 뉴요커들은 주말에 수많은 축제들로 주중의 피로를 씻어버리곤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축제에서 노는 걸 더 힘들어하기도 하지요.


이번 편에서는 제가 일하고 있는 이 도시, 뉴욕에 대한 내용을 조금 얘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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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우선 맨해튼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뉴욕이라는 이름은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선 뉴욕 '주'(State)는 미국의 50개의 주 중 하나인 주 이름입니다. 동북부에 위치하여 주로 대서양에 맞닿아 있긴 한데, 사실 뉴욕시를 뺀 나머지 지역은 내륙으로 들어가 있어서 캐나다에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꽤 큰 주 중 하나로, 인구가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사실 대부분이 뉴욕시와 그 인근에 몰려있긴 하지만요. 뉴욕주만 해도 크기가 대한민국 남한 정도, 혹은 최장거리는 크기 때문에, 뉴욕시에서 가장 먼 뉴욕주의 도시를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6시간 이상 가야 합니다.


뉴욕 '시'(City)는 뉴욕주의 남동쪽 끝에 있습니다. 지역 '구'(Borough)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맨해튼을 포함해 브루클린, 퀸즈, 브롱스, 스태이튼아일랜드로 나누어져 있지요. 특히 맨해튼의 경우 수많은 금융, 미디어, 패션, 연구, 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분야가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인구 밀도도 매우 높고, 물가도 살아가기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실 뉴욕에 대해 전부 알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뉴욕주 다른 도시만 가봐도 사는 분위기나 풍경부터 매우 다르니까요. 제가 사는 지역인 맨해튼, 그중에서도 아는 부분에 대해서만 더 자세히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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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쪽지역을 지리상으로 잠깐 소개하자면 밑으로 조금 내려가면 유엔본부가 있는 중동부가 있습니다(미드타운이스트, Midtown-East). 많은 나라의 대사관들이나 국빈들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이 발달해있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이쪽 음식점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서쪽으로 조금 가면 미드타운(Midtown)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역이 많아서 늘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아주 유명한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가 있는 서북쪽부터, 쇼핑의 거리 5번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록펠러센터, 크라이슬러 빌딩 등 빌딩 숲도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관광안내책자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죠. 맨해튼의 한인타운도 미드타운에 속합니다(34번가 브로드웨이).


할렘 아래쪽을 주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아래쪽 맨해튼만 보자면, 서울시보다는 작은 느낌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잘 되어 있어서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고, 만약 동북쪽에서 남쪽 끝 월가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면 지하철 타고 약 3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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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사람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수많은 이민자들과 도전을 위해 찾아온 여러 인종의 다양한 생활방식이 같은 지역에서 어울려 살다 보니 태도나 방식의 차이가 많이 존재합니다. 길거리를 잠깐만 걸어 다녀보아도 여행객에서부터 중국사람, 무슬림, 백인, 유러피안, 남미, 히스패닉, 한국인들을 모두 볼 수 있지요.


특이하게 자주 많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유대인'(Jewish people)입니다. 뉴욕의 경우 문화, 경제의 중심에 부정하려 해도 대놓고 유대인 중심의 사회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종종 주요거리나 건물들에서 유대인들의 대규모 행사들이 벌어지고, 그들의 풍습을 유지하느라 키파(유대인 모자)를 쓰고 있는 노소의 사람들, 검은 옷을 입고 특이한 형태의 구레나룻이나 수염을 기른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지요. 이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나 재단들이 유대인들에 의해 창립되어서, 유대인 기념일에는 쉬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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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사람들은 대부분 점심은 카페테리아에서 샐러드 등으로 가볍게 해결하고, 저녁에는 약속을 잡고 밖에서 먹는 편입니다. 맥주나 와인, 칵테일들을 마시기도 하지요. 음식점이나 술 같은 경우에도 세계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살다 보니 선택권이 꽤 많습니다. 점심에 가볍게 일본음식점에서 스시를 먹기도 하고, 저녁에는 가끔 멕시칸 음식점에서 타코와 마가리타를 먹기도 하고, 삼겹살에 소주를 먹기도 하고, 스테이크를 먹거나 햄버거에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환경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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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은 지하철, 버스가 구석구석 잘 연결되어 있어서 편한 편입니다. 지하철은 거의 삼십 분에 한 대긴 하지만 새벽에도 운행하지요. 또 특이하게도 제가 사는 곳은 여의도처럼 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 버스 외에도 트램(케이블카)이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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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경우는 지역마다 많이 다르긴 합니다. 맨해튼의 특이한 상황을 얘기해 보자면, 집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아닌, 일반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있어서 맨해튼의 대부분의 집은 ‘렌트’의 형태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월세를 내며 사는 형태지요. 하지만 전세가 없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렌트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드물고, 계약직의 사람들도 많을뿐더러, 살인적인 물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만들어진 문화지요. 그 때문에 대부분 집의 가구나 짐도 최소화로 살아가고, 이사도 자주 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족이 있고 한동안 정착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떨어진 뉴저지나 퀸즈 등 맨해튼이 아닌 곳에 괜찮은 집을 구해 장기적으로 렌트를 하며 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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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는 수많은 대학(College)들이 있습니다. 맨해튼에만 해도 너무 많아서 제가 모르는 곳이 있을까봐 일일이 들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름 있는 대학들만 봐도, 컬럼비아대학, 뉴욕대학과 같은 종합대학들이 있고, 록펠러대학 같은 연구중심대학, 슬론케터링 암센터와 같은 특화대학도 있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코넬의과대학은 코넬대학의 의과대학분교입니다. 본교인 코넬대학은 뉴욕주 이타카라는 지역에 있고, 의과대학만이 뉴욕 맨해튼 69번가에 위치하고 있지요. 코넬대학이 위치한 69번가 주변을 맨해튼에서는 동북부로 부르고 있는데(어퍼이스트 사이드, Upper-East side), 북쪽의 할렘을 제외한 사각형 중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구역 (York~5번가 사이, 대략 50~80번가 사이)을 지칭합니다. 굉장히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물가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니 병원이나 연구가 잘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와 같은 소시민이 맞춰 살아가기엔 좀 버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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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관광안내서가 더 어울릴 법한 도시,
바쁘고 치열하지만, 그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들이 어우러진 비빔밥 같은 곳,
뉴욕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 한의사 김승남의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