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인선
[Ph.D. Life in Germany!]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경혈학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 Tübingen 대학에서 뇌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박사 생활과 저의 연구 분야에 관해 재미있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사 이인선 프로필

functional MRI in 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

 

오늘은 제가 독일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박사 학위 연구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혈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석사 과정 중 침과 pain 자극을 이용한 기능성 뇌영상 (functional neuroimaging) 연구를 진행하고 보조하며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fMRI는 MRI 장비를 이용하여 기존의 뇌 구조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닌 뇌 기능의 활성 정도를 측정하는 기술입니다. 뇌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면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그 부위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oxyhemoglobin과 deoxyhemoglobin의 비율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 상대적인 수치를 측정하여 어떤 영역의 뇌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fMRI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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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I는 기초 및 임상 연구가 모두 가능하고 비침습적이며 조영제의 투여가 필요 없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출판되고 있는 관련 논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뇌의 기능을 알아내고자 하는 많은 과학자들이 약물을 이용한 치료 기전 연구, cognitive/psychological task와 stimuli를 이용한 뇌 기능 연구 그리고 환자-정상인 비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우울증, 자폐, 간질, 파킨슨병, 치매 등의 신경정신과 질환뿐 아니라 통증 질환, 식이 장애, 자가면역질환 그리고 소화기내과 질환에까지 연구 분야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로는 소화기내과 질환과 뇌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식이 장애 및 소화기내과 질환 중 기능성 뇌영상 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된 질환은 비만과 거식증입니다. 이 두 질환은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신경정신적 변화가 관찰되고 정신행동 교정 치료를 통해 약물치료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은 말초 및 전신적인 변화뿐 아니라 뇌의 기능에도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실제로 음식에 대한 갈망 (craving), Body mass index (BMI) 그리고 유병 기간 등에 따라 전두엽, 편도체, 전두판개 등의 영역이 정상인과는 다른 활성을 보입니다. 이는 환자들의 경우 뇌에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부터 정상인과 다르며 이를 교정해주지 않으면 약물치료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위와 같이 기능성 뇌영상 연구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병태생리학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질환 중에서도 특히 진단이 어렵고 생물지표 (단백질, DNA, 대사물질 등)로 질병의 상태를 규정할 수 없어 진료 지침과 치료 방법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질환에 기능성 뇌영상 연구를 접목해 볼 수 있습니다. 소화기내과 질환 중에서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이 기준에 맞는 질환으로 그중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들에 대한 기능성 뇌영상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란 기질적 질환이 없이 식후 만복감, 이른 포만으로 인한 정상 식사량 섭취 제한, 상복부의 통증 및 타는 듯한 증상 등의 병증을 보이는 경우 진단 가능한 질환입니다. 전체 인구 중 약 10-30%가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겪고 있으며, 비록 치사율은 낮으나 만성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추고 경제적 부담을 발생시킵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그 이름 그대로 특별한 기질적 질환이 없고 대개의 경우 호르몬도 정상 수치인 때가 많아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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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IS, Wang H, Chae Y, Preissl H, Enck P. Functional neuroimaging studies in functional dyspepsia patients: a systematic review. Neurogastroenterol Motil. 2016 Mar 4. doi: 10.1111/nmo.12793.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능성 뇌영상 연구는 2016년 4월 현재까지 총 16건으로 비만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체성감각영역, 시상/시상하부, 전두엽, 해마, 섬 피질 등의 영역이 정상인과 다른 활성을 나타내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게서 뇌영상 연구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을 직접 자극하기 위해 풍선을 넣어 자극하는 실험과 침 치료의 효과와 기전을 알아보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어 있고, 실제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 상황을 재현한 연구는 없습니다.


이에 저는 박사 학위 연구로 실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증상을 유발하고 기피하는 음식을 선정해 증상과 관련된 뇌 영역을 연구하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conditioning program을 시도하여 전후의 뇌 활성 상태를 비교할 예정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환자가 임상적으로 경험하는 불편감을 재현할 뿐 아니라 이를 완화하기 위한 치료 방법을 결합할 수 있으며 관련 뇌 영역을 특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여러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종류의 음식에 환자가 반응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음식을 선정하는 것부터 독일어로 된 적절한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 실험 목적에 맞게 fMRI 설정을 조절하고, 소규모 실험을 통해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등의 과정이 1년 넘게 걸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연구 주제이고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아서 즐겁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최근 참석한 Asian postgraduate course on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APNM 2016) 학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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