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인선
[Ph.D. Life in Germany!]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경혈학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 Tübingen 대학에서 뇌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박사 생활과 저의 연구 분야에 관해 재미있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사 이인선 프로필

APNM 학회 참관기

 

오늘은 2016년 4월에 열린 6th Asian Postgraduate Course on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이하 APNM) 학회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APNM 학회는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 학회 (The Korean Society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지역 대표 학회로 2년에 한 번씩 열리며 올해는 4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본 학회는 세계 각국의 유명 연구자들과 한국의 소화기내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당 분야의 기초 연구부터 임상 정보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아우르는 학회로 저 역시 포스터 발표 기회를 얻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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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은 기능성 위장관장애 질환의 진단에 관한 session으로 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기능성 질환의 경우 치료의 시작점인 진단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질환을 판단할 때 도움이 되는 기질적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 기능성 장애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능성 위장관장애로 분류되는 다양한 질환들에 어떤 종류의 측정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예를 들어 위장관 운동성을 측정하는 high resolution manometry로 만성 변비 환자를 검사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객관적인 수단으로 질환을 진단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는 실제 환자를 진단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와 기초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망문문절 (望聞問切)을 이용하여 환자의 정보를 취합하고 그 정보를 한의학적 고찰을 통해 진단을 내리는 과정에 있어서 현대 기술을 접목시키는 방법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session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혹은 기존 기술의 진단적 가치를 새롭게 탐구하는 과정을 한의학 임상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또 저의 박사 학위 주제인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대한 satellite session에서는 일본의 Miwa 교수와 한국의 이광재 교수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최신 쟁점들과 치료 전략을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치료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처방 가능한 약물의 종류도 국가마다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천연물 기반 의약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치료하기 위해 9가지 한약물을 이용한 Iberogast (혹은 STW5)를 개발하기도 하였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약을 이용한 기능성 위장관장애 질환 치료제 개발에 한국의 한의사들이 적극 참여하려면 신약 개발 및 연구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날에도 오전부터 저녁까지 많은 연자들의 수준 높은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한 토론과 근거 중심 의학적 사고를 토대로 한 치료법 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병태생리적 특징에 관한 기초 연구들을 바탕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위장관의 microbiota와 질환의 연관성에 관한 발표가 이어져, 전체적으로 임상의와 연구자들 모두의 관심사를 아우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임상의들이 기초 연구 발표에도 관심을 집중하며 질문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ROME foundation에서 ROME III criteria의 장점과 단점을 되짚어본 후 새롭게 개발하여 올해부터 배포하는 ROME IV criteria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ROME IV criteria가 차후 기능성 위장관장애 질환의 연구와 치료에 미칠 영향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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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 관한 fMRI 연구의 systematic review study를 포스터로 발표하였습니다. 덕분에 뇌영상 기술에 대한 많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더 나은 연구와 임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하고자 하는 많은 참여자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임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임상의들과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또 뇌영상 연구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우리가 기존에 알지 못했던 질환의 새로운 특징을 발견한다면, 기능성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도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학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전문성 있는 연자들이 많이 초대되어 발표의 수준이 높았고, 각 발표마다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다수의 임상의들이 학회에 참가하여 연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임상을 고려한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어 임상-연구 간의 활발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이는 한의계에서도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임상과 연구를 잇는 소통의 장이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학회가 짜임새 있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어 학회를 준비한 분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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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회는 저에게 정보 전달과 교류의 장이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던 연구자인 벨기에의 Prof. Tack, Rome foundation의 Dr. Drossman을 비롯하여 국내외의 연구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회에 참석한 임상의들이 보여준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의계에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을 통해 임상과 연구의 질을 높이고 서로 간의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에는 추천할 만한 여행지와 독일 사람들의 휴가에 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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