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의사 김승남 프로필

#10. 사람은 어떻게 말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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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인류답게,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수많은 예술의 향유, 어마어마한 지식을 발굴해 내었으며,
지금 이렇게 누구나 글을 쓰듯이,
언어는 머릿속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동물들의 경우를 보면 언어가 있음이 지능의 발달과 동반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즉, 발달된 지능을 갖고 있는 동물일수록, 발달된 언어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결과들을 통해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언어가 '지능', 즉 '뇌'의 진화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언어 이전에, 발성능력은 어떻게 갖게 되었을 까요?
초파리는 종마다 특이적인 다양한 날개 움직이는 소리를 갖고 있고, 같은 종 내에서도 상황(번식, 먹이 탐색 등)에 따라 다른 소리를 발생시킵니다.
(파리 하면 생각나는 그 소리. 맞습니다. 엥~)
그것은 생활적 습성에 의한 날개근육의 발달 차이로 발생하는 ‘다른 날개근육의 떨림’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리의 변화가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여 유전되었던 것이지요.
이를 토대로, 학자들은, 우리의 언어 발성의 시작은, 생활습성에 의한 발성근육의 발달, 그것이 유전된 결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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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본격적으로 고등한 영역인 언어영역의 기전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뇌의 어떤 부분들이 '언어'를 가능하도록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속설처럼, '우뇌'가 발달하면 언어능력이 높은 것일까요?


최근 뇌신경과학에서 밝힌 바, 뇌의 한 부분이 우리 지능의 한 부분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예전 사례보고에 의해, 한쪽 뇌의 손상이 일정 뇌기능을 못하게 만들거나 성격을 다르게 만든다는 결과들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뇌의 활성도 측정 결과와도 상반되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현재의 뇌신경과학에서는, 여러 영역에 걸친 뇌세포들 간의 “연접(synapse)”들의 총합이 우리의 지능과 사고를 담당하고 있다는 망 형태의 네트워크체계를 현재의 뇌 기능으로 인식하고 있지요.
물론 특정 영역이 특정 조절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뇌내기저핵처럼 말이죠. 여기에서 얘기하는 것은 고등적인 부분의 사고에 대한 얘기입니다.


어쨌든 뇌의 한 영역이 지능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는 이론이 지배하던 시절,
언어는 뇌의 특정한 영역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른바, 전두엽의 브로카영역(Broca's area)이라던가, 측두엽의 베르니케영역(Wernicke's area)들이 그것이지요.
그 부분에 상해를 입은 환자가 언어장애를 앓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두된 이론으로 한동안 이견이 없이 지배되어 왔습니다.


현대과학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여러 실험실 기반의 흥미로운 연구들로 인해 언어영역은 더 이상 브로카영역과 베르니케영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사실들은 ,
뇌 내에 있는 뇌내기저핵(또 등장했군요)의 연접강화가 언어 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과, 다른 대뇌 영역들 간의 연접, 다양한 유전학, 후생유전학적 인자들이 언어능력을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존스홉킨스 대학의 Sia, Huganir박사와 뉴욕 마운트사이나이 대학의 Clem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Science 최신 논문에 의하면,
SRPX2 (sushi-repeated protein X-linked 2)라는 이름의 유전자가 언어능력과 관련된 인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자로써, 발성의 조절과 관련된 서로 다른 영역들의 연접을 강화시켜 언어능력이 향상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류는 진화를 거치며 언어능력이 발달해왔습니다.
SRPX2 유전자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동물군에서 발견되지만, 유독 인류에게서 언어관련 연접기능을 우수하게 발휘합니다.
오랜 시간 진화를 겪는 동안, 인류의 생활습관은 특정 유전자의 활용을 많게 했고, 후생유전조절에 의해 발현을 더욱 강화시키게 된 것이죠.
이게 인류에게 훌륭한 한 수였던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함께 모여 사는 동물군에 있어 언어는 서로 소통이 가능하게 하여 집단지능을 형성하게 하고, 이것이 다시 그 집단의 지능을 발달시키는 선순환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언어능력은, 단순히 담당하는 뇌 영역이 '생성'되거나 '개선'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인류가 언어능력을 발달시키고자 했던 끊임없는 노력과 발달, 유전의 산물이었던 것이지요.


References

1. Sia GM, Clem RL, Huganir RL. The human language-associated gene SRPX-2 regulates synapse formation and vocalization in mice. Science. 2013 Nov 22;342(6161):987-91.
2. Lieberman P. Neuroscience. Synapses, language, and being human. Science. 2013 Nov 22;342(6161):9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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