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의사 김승남 프로필

#15. 뉴욕 한인 생명과학자 모임 (NYKB)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매우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석/박사과정 학생들도 있고, 박사를 마친 뒤 연구를 계속해 나아가고 있는 박사후연구원도 있으며, 대학교에서 LAB을 꾸려나가며 연구를 하고 계신 교수님들도 있습니다.


많은 분야,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미국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단체는, 그중에서도 생명과학(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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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은 생물체를 연구하던 기술이 더욱 세분화되고 분야가 넓어지면서 세포학, 조직학, 동물학, 생태환경학, 유전학, 생명공학 등의 많은 학문이 융합하여 생체현상을 바라보는 큰 학문입니다.


미국에는 한인과학자 단체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를 가장 큰 단체로 두고, 그 소속 단체들로 신경과학자들의 모임인 AKN, 물리학자 모임인 AKPA, BLSA, SKSA 등등 27개나 되는 단체들이 활동하고 서로 정보협력을 맡고 있습니다.


수많은 단체 사이에 미국 북동부의 뉴욕을 중심으로 한인 생명과학자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이름은 NYKB (New York Korean Biologists)로, 뉴욕에 위치한 대학들에서 연구 중인 한인과학자들이 서로 도와주고 정보도 교류하는 단체입니다.


소속대학들로는 영어이름순으로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스토니브룩, 코넬대학, 콜롬비아대학, 마운트시나이대학, 뉴욕대학, 슬론케터링캔서센터, 콜드스프링하버랩, 그리고 필자가 연구 중인 록펠러대학이 있지요.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건데, 라커펠러대학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록펠러로 더 알려졌지만 발음은 롸커펠러에 가깝습니다.)


사실, 더 세분화된 소모임(?)들도 존재합니다. 각 대학은 자신들만의 연구자모임을 갖고 있기도 하고, 코넬, 슬론케터링, 라커펠러는 위치상 완전히 붙어있기도 하고, Tri-institute라고 하여 서로 자유로이 교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한인과학자모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단체의 이름은 SRC입니다, Sloan-Rockefeller-Cornell을 합쳐서 부릅니다.)


현재 필자는 라커펠러대학의 한인 과학자 대표가 되어 각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의사 출신의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필자에 대해 의아해했었지만, 연구하는 분야는 다른 게 없으니, 오히려 특이하게 생각하고 좋은 것도 같습니다. 한의학을, 한약이나 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그들의 시선은 때론 큰 자극이 되기도 하고, 때론 좋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알다시피 최근의 과학은 각자의 분야만 고집해서는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세분화/전문화가 심하게 되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결론은 내기가 어려울뿐더러, 위험한 결론이 되기에 십상입니다. 또한, 과학기술도 너무나 다양하고 어려워져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지요.


그런 현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어떻게 보면 한인과학자모임은 굉장히 이상적인 교류의 장입니다. 한국에서는 딱히 과학자들끼리 교류를 하기 힘들지요, 향우회 정도가 있달까… 하지만 외국에 나와 있다 보니 한국사람들끼리 만날 때 서로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즐겁습니다. 오히려 국제학술대회보다 분위기가 편안한 편이지요. 또한 국제학술대회는 각 학회마다 주제가 한정되어 있어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양한 학교의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들을 만나 각자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들을 듣고 사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학문적인 넓이가 넓어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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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NYKB의 연례 컨퍼런스는 라커펠러대학에서 치러졌습니다. NYKB는 일 년에 한번 컨퍼런스를 열어 학자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우수한 연구들을 접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나 2014년 행사에는, 코넬대학교 조동협 교수님을 비롯하여 훌륭한 연구환경에서 연구를 이끌고 계신 교수님들이 참석해 하버드 의대, 콜롬비아 의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노벨상 수상자였던 라커펠러대학 PAUL GREENGARD도 참석해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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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의학 연구도 발표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물론 그전에 더 많은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협력하여 한의학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어야겠지요. 더 많은 한의학자들이 생명과학연구 곳곳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날이 오게 되길 바랍니다.



© 한의사 김승남의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