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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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왼손잡이의 치료는 다를까?

 

오늘은 흥미롭기도 하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한의학적인 사고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바로 생명의 비대칭(ASSYMETRY)입니다.


인체의 구조적인 내용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우리 몸의 비대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얼굴의 좌우 차이, 양쪽 손이나 발의 모양 크기차이에서부터, 속으로는 양쪽 폐의 좌우 차(좌폐 2엽, 우폐 3엽), 단수의 기관 장기들은 같은 쪽으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위, 소장, 대장의 주향성) 등. 이런 구조의 차이는 한쪽 얼굴을 더 선호하고 손금을 한쪽으로 보는 등의 의학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은 결과에서부터, 편측 복통이 발생하거나, 염증이 주로 생기는 부위가 있는 등 다양한 결과를 만들곤 합니다.


신경과학분야에서 보면,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와서 익숙하게 알고 있을 내용이지요.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언어, 논리능력, 공간지각능력 등으로 구분되어 발달의 정도에 따라 더 우수한 인간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이들 교육과 함께 각광받기도 한 이론이죠. 단순히 이론을 넘어서, 한쪽 뇌의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특정 능력 상실 등의 사례들이나 자기공명장치들의 개발과 함께 실제 각각 다른 일을 할 때 양쪽 뇌의 활성이 다르다는 결과도 밝혀지고 있고,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양쪽 뇌의 활성 정도도 다르다는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예는 어떨까요? 정수리 부근이 갑자기 가렵거나, 누가 갑자기 돈을 준다고 할 때, 또 단순히 걷기 위해 발을 뻗을 때 어느 쪽 손 혹은 발을 사용하나요? 막힌 벽을 만났을 때 우린 좌측을 먼저 쳐다보나요? 우측을 먼저 쳐다보나요?


위의 세 가지 예는 모두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가진 비대칭의 예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들입니다. 하지만 세 가지는 다른 영역이고, 다른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죠. 우선, 첫 번째 언급했던 구조적인 차이의 경우는 세 가지 비대칭 중에서 가장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전학적 발달차이의 예시입니다. 발달(DEVELOPMENT)은 수정된 세포가 2할구로 분리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두 개의 세포는 다른 운명(CELL FATE)을 갖게 된다고 할 정도로 결정론적인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으로 나뉘어 각각의 세포로 발달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외배엽의 앞, 뒤, 밖, 안은 다른 운명을 갖고 분화를 시작할 정도로 이미 결정되어 있지요.


좌우의 발달도 이미 축을 중심으로 나누어진 뒤부터 서로 ‘따로 또 같이’ 경쟁적인 발달을 한다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생명체도 완벽하게 대칭인 구조는 갖지 못합니다. 다만, 유전자의 발현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세히 분석하지 않으면 같은 운명을 갖게 된 얼굴의 좌측우측이나 양손, 양발과 같은 구조들이 흡사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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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의 두 가지 예와 연관된 뇌 발달의 경우는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구조와는 다르게 뇌는 경험의존적인 발달(EXPERIENCE-DEPENDENT DEVELOPMENT)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억이나 우리의 사고는 뇌의 발달로 인해 형성됩니다. 최신 신경생리학, 신경생물학적 이론들은 모두 경험의존적인 발달로 인한 의식, 사고 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증거들을 발견해 가고 있습니다. 쉬운 예를 들면, 음식을 보고, 맛보고, 먹었던 경험(실제는 그로 인한 뇌신경전달)의 중첩은 그 음식 중 하나만 떠올려도 덩달아 그와 관련된 나머지 경험들을 연관시켜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그런 경험들이 계속되고, 그 경험과 다른 경험(아픔, 맛집, 당시의 분위기 등)이 다시 중첩되면서 다양한 사고, 기억, 감정들의 복합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좌뇌 우뇌의 차이는 2000년 이후 발생생물학과 뇌신경과학, 세포발생학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연구들이 이뤄지며 밝혀지고 있는데, 대뇌의 초기 발생에 연관된 LMO4 등 유전자 발생의 좌우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 유전자의 차이로 대뇌의 좌우 편차가 발생하게 되는데, 흥미롭게도 이 작은 좌우 편차로 인한 뇌의 발달차이가 이후의 경험의존적 발달로 인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면서 사람들에게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 대부분 유사하게 이뤄진다는 것이지요. 즉, 조금 더 발달한 뇌 쪽의 초기 사용이 조금 더 많은 신경연접을 만들고, 그로 인해 다른 경험 시에 다시 발달하게 된다는 것. 우리의 어렸을적 사고의 발달은 주로 언어, 논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의사소통이 중요한 시기를 먼저 겪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 논리적 사고 능력이 한쪽 뇌에서 주로 발달하게 되고, 그 이후의 뇌 경험들(지각, 인지능력)이 다른 쪽 뇌에서 발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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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좌우 편차(LATERALITY)는 굳이 인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척추동물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두 가지를 갖고 있는 경우 한쪽을 주로 사용하면 그쪽이 더 발달하거나 익숙해져서 뇌의 편향성에 의해 더욱 그쪽을 선호하게 되는 긍정적 되먹임 효과의 영향도 있습니다. 인간행동의 좌우 편차는 매우 복잡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연구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회적인 인프라나, 도구들의 개발, 어릴 때부터의 습관들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물들의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영향을 적게 받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발생 시의 미세한 차이가 편차를 갖고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위의 예들은 인체가 가질 수 있는 비대칭을 현대생명과학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부터인데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근거가 달랐던 비대칭의 예들은 실은, ‘발달’과정의 편차가 만들어준 시스템상의 비대칭입니다. 서로 달라 보였던 예시들은 다른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줄기에 있어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좌우의 차이나 편향된 행동은 편측의 조직학적 변화나 호르몬분비, 산소/에너지 소비 등에 편차를 갖게 하며, 특정 부위의 치료는 편측 국소부위의 면역 활성을 만들기도 합니다. 뇌 초기발달의 좌우차이는 선호하는 방향을 만들고, 그의 발달은 구조의 편차를 낳습니다. 반대로 구조의 초기발달 차이는 뇌 신경발달의 좌우차이를 만들고, 조절 기전의 편차를 낳는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지만, 이런 비대칭은 현대의학 치료에 있어서는 크게 고려되지는 않는 내용입니다. 환자가 왼쪽 근육이 더 비대하든, 오른손잡이이든, 오른쪽 코가 더 자주 막히든 혈관주사는 양쪽 가리지 않고 맞으며,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국소치료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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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으로 비대칭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엔 비대칭은 한의학에서 훨씬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좌간 우폐 같은 한방 생리학적인 이론을 넘어서,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동양철학에서도, 전후좌우내외 육합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특정 침 치료 들에 있어서 현재도 많은 한의사들은 좌우 차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맥법에 있어서도 같은 요골동맥을 짚으면서도 좌우에서 변증하는 맥의 차이를 보기도 하고, 편한偏汗증 과 같이 편측성 질병을 다르게 진단하기도 합니다. 많은 한의학적 이론에서 비대칭은 음양의 차이에서 발생하며, 따라서 남녀, 한열, 조습의 진단기준을 갖고 오기도 합니다.


한의학은 경험중심의학이란 얘길 합니다. 이런 현상들의 발견은 한의학에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고, 오랜 시간 그 치료법이 연구되어 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랜 시간 쌓인 경험을, 이제는 발전시키고 타 학문과 융합시킬 방법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한의사 김승남의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