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훈의 엄마와 아이 건강 이야기

여성과 소아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과 질병을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한방병원과 한의과대학에서 한방소아과를 전공하고 의과대학에서 임신 중 증상과 질병이 출산 후에도 여성 자신에게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험으로, 한/양방의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건강과 관련된 궁금한 점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학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한방소아과 전문의 취득 (경희대학교 한방소아과 전문의과정)
- 경희대학교 한의학 석/박사학위 취득 (한방소아과)
- 아주대학교 의학박사학위 취득 (예방의학)
- 미국 시카고 Northwestern University 박사후과정

[경력]
- 현 솔담한방병원 원장
- 전 오성당한의원 대표원장
- 전 아미율한의원 대표원장
- 전 강남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전 구리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전 강남아이누리한의원 대표원장
-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학술이사
- 대한한방미용성형학회 부회장
- 한국한의학연구원 신동의보감 편찬위원
- 대한한방소아과학회 정회원
- 대한한방알레르기학회 정회원
- 대한면역약침학회 정회원

이훈
이훈

여성과 소아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과 질병을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한방병원과 한의과대학에서 한방소아과를 전공하고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양방의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건강과 관련된 궁금한 점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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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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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 인구 중 2,500만~6,0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을 사망하게 한 흑사병이 있었죠. 이 병의 원인은 세균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신의 저주’ 또는 ‘악마의 소행’이라고 여길 뿐이었다고 합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불과 60년 전만 해도 나무 가시에만 찔려도 감염으로 인해 팔이나 다리를 잘라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이 발견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입니다. 당시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물’로 불리었다고 하네요.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은 1943년에 시작되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상용화에 성공하고, 페니실린의 상용화에 성공한 플로리와 체인은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영국 문화원이 설립 80주년을 맞아 미국 등 10개국에서 1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1989년 팀 버너스 리가 글로벌 하이퍼텍스트 공간개념으로 개발한 WWW(월드와이드웹)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이 2위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적의 약물’로 평가받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현저히 떨어뜨려 건강보건에 지대한 공헌을 한 항생제가 오히려 너무 많이 사용되어,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세균 변종의 출현으로 인해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 몸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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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량의 항생제를 가축에게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영양분의 흡수를 도와 성장이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1950년에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현재는 미국산 육류와 가금류 중 성장 촉진과 비용 절감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 비율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가 인간에게 침투할 경우 통제하기 힘든 전염병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1년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의 일종인 변종 살모넬라균이 칠면조를 통해 인간에게도 전염되면서 미국 31개 주에서 107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1명이 목숨을 잃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부 대형 육가공업체들은 인간과 동물이 사용하는 항생제 종류가 달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가축에게 사용되는 항생제의 60%는 인간에게도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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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육류소비가 급증하면서 소비를 맞추기 위해 미국 대평원에 남아도는 옥수수가 가축 사료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초식동물인 소가 곡물 사료를 먹자 생긴 변화는 근육층에 지방이 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래 과잉 영양으로 생성된 체내 지방은 복강, 근간(근육과 근육 사이), 피하, 근육 내의 순서로 축적되기 때문에 마블링이 잘 생성되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풀보다는 곡물과 단백질이 함유된 먹이를 먹이는 것입니다. 목초로 키운 소에 비해 맛이 좋기 때문에 미국 목축업자들은 재빠르게 근내지방도를 기준으로 한 등급체계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외국에서 수입되는 소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1++등급으로 마블링을 더욱 세분화시키게 되었다고 합니다. 20개월 미만의 소에서는 근내지방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30개월이 넘어갈 때까지 곡물 배합사료를 먹인 뒤 도축하게 됩니다. 이는 온몸에 지방이 가득 껴 성인병에 걸린 소를 만든다는 의미가 되고 당연히 이렇게 사육되는 소는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항생제의 투여가 필요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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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6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물놀이형 수경 시설의 수질과 항생제 내성 대장균 분포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광주 시내 9개 물놀이 시설에서 검출된 대장균 13개 중 5개(38.5%)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다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특히 이 중 3개(23%) 대장균은 앰피실린 등 서로 다른 3개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이었다고 하네요. 사람과 동물에게 쓰인 항생제가 배설 등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되고, 의약품 제조업체 폐수 등이 강으로 유출되면서 강물 속 세균들이 다제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항생제 및 항생제 성분이 든 의약품을 변기나 하수구에 버리는 행위도 오염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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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항생제 사용에 대한 개선의 노력은 꾸준히 되어 외래 진료 시 항생제 처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기도 감염환자에게 처방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2-2003년 입원환자에게 처방된 항생제의 적정성을 평가한 바로는 정주 항생제 처방 가운데 85.6%가 부적합하다는 것으로 보고된 것 등 항생제의 오남용 문제를 지적한 연구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여 적절한 용량으로 적절한 기간 투여하여 불필요한 항생제의 투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관리활동을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항생제의 종류와 기간을 적절히 사용하여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미국 의학협회지 11월 의학뉴스 에 7,051명의 항생제를 투여받고 있는 소아들을 대상으로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통해 1-2종류의 항생제를 끊거나 용량을 조절하고, 투여 기간을 줄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제안을 따르지 않은 의료인의 소아 환자는 30일 이내에 3.5% 재입원율과 평균 82시간의 입원기간을 보인 데 비해, 제안을 따른 의료인의 소아 환자는 0% 재입원율과 평균 68시간의 입원기간을 보인 것입니다. 항생제의 적절한 투여가 꼭 필요하다는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의 항생제에 대한 인식도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의 투여가 도움되지 않습니다.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감기 치료와 항생제 복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라고 답하거나 ‘모른다.’라고 답한 비율이 70%가 넘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기 처방에 항생제가 들어가 있는지 신경 쓰지 않거나, 오히려 처방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KBS 생로병사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권유했던 것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항생제가 처방된 약은 반드시 복용기간과 횟수를 지킨다.
2. 남은 항생제는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3.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다.
4. 백신이 있는 경우 예방접종을 꼭 하자.


아이들은 고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되도록 항생제 없이 키운 고기, 달걀과 채소의 섭취를 늘리려는 노력과 함께, 감기 등으로 인해 너무 긴 기간 동안 항생제를 투여받는 경우 의사와 다시 한 번 상의를 해야겠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항생제의 치료기간이 정해져 있는 축농증이나 중이염에는 한약으로 치료하거나 아이들의 약한 부분을 도와 면역력을 튼튼히 해 질병을 예방하도록 도와주세요.



© 닥터 이훈의 한방소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