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쓰는 의사! 의학전문기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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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경비가 있는 동아일보 1층에서 방문증을 받아 이진한 차장님을 만나고 왔다.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이진한 차장님은 현재 의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차장직을 맡아 환경부, 기상처, 여성가족부 복지/의학 총괄 데스크를 하면서 의학전문기자로서 독자들에게 의학적인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노력을 하고 있다.


또 2006년 <의사아빠 약사엄마의 친절한 소아과>, 2012년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등의 책을 써서 의학정보의 쉬운 이해를 돕고자 노력하였으며 2012년 8월부터 1년 2개월간 미국 스탠포드에서 연수를 한 뒤 <응답하라 IT 코리아>라는 실리콘밸리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또 2009년 올해의 GSK과학기자상, 2016년 건강의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현안이 되는 의학 이슈에 대해 심층 취재한 것을 보도함으로써 의학기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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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마친 뒤 기자라는 진로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제가 인턴을 할 2000년엔 의약분업 시작을 앞두고 의료계 파업이 한창일 때 였습니다. 이때 의사로 가는 길도 있지만 다양하게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결심을 한 것이 지금까지 이런 길을 걸어온 것 같습니다. 저 말고도 언론사로 간 서울의대 출신으로는 한겨레 김양중 기자, 보건복지부에 가 있는 정통령, 손영래 서기관 모두 15년 전 그 시기를 겪었던 동기들입니다.


2. 현재 주로 하는 업무는 어떤 것인지?


현재는 기자가 아닌 회사로 따지면 중간 경영인에 해당하는 정책사회부 데스크를 보고 있습니다. 아마 의사 출신으로는 국내에서는 처음 하는 일입니다. 즉 후배 기자들의 기사, 기획 등을 봐주거나 시키는 일과 회사에 관여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동아일보 지면에 이진한 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이진한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광화문에서 등의 코너를 통해 칼럼을 쭉 써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커버하는 분야는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여성가족부, 건강의학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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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사 vs 기자 두 가지 직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만족감, 경제적인 면, 명예 등 현실적인 조건까지 고려했을 때)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의사는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죠. 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기자가 훨씬 큰 것 같습니다. 기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사보다도 훨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를 하면서 책을 쓰거나 각종 학회에 참석하여 강연자 또는 토론자로서 활약하며 자신을 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저 또한 이곳에 있으면서 <의사아빠 약사엄마의 친절한 소아과>, <응답하라 IT 코리아>,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등의 책을 냈었고 현재 ‘나는 몸신이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자로 제 자신을 한국 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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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학전문기자로 생활하면서 얻는 기쁨 그리고 어려운 점, 힘든 점은?


신문사 기자는 철저하게 팩트 중심의 균형감 있는 보도를 해야 합니다. 또 보는 시각은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봐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원칙 때문에 겪는 갈등이나 사건이 많았다고 봅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때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황우석 평가를 두고 극과 극을 달리는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이때 기자들은 ‘황빠(황우석 지지)’ 또는 반대 관점인 ‘황까’로 갈라지기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당시 서울시청에 출입기자로 있다가 늦게 황우석 사태 기사 팀에 합류해서 불행 중 다행으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팩트입니다. 당시엔 근거 없는 내용을 중심으로 카더라 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건이든지 팩트를 중심으로 양쪽의 입장을 균형감 있게 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독자 입장입니다. 흔히 신문사들은 의사를 까는 기사가 많다고 합니다. 기자는 환자 입장에서 기사를 쓰기 때문에 의사 편에서 쓸 수 있는 기사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의학 전문지에 있는 기자라면 당연히 의사의 시각에서 기사를 작성할 겁니다.


기자 생활하면서 보람도 참으로 많았습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잘 치료해서 환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들을 때 느끼는 보람처럼 많은 복지 보건 기사를 쓰면서 독자들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받는 경우가 그랬습니다. 특히 말기암 시리즈 하면서 보름가량 환자들을 취재할 때 안타까움과 무력감 그러다가 드디어 기사화가 되면서 많은 분들에게 격려의 메일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도에 영리병원으로 들어올 뻔한 산얼병원에 대해 진실을 파헤친 기사를 써서 특종상을 탄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5. 건양의학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의학기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데, 앞으로 활동방향 및 목표가 있다면?


모든 기자들이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글로써 불합리한 의료 현실을 널리 알리고 이로 인해 합리적인 의료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돕는 기자가 되는 것이죠. 그렇게 하려면 끊임없이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책도 많이 읽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겠죠. 의학전문기자로, 또 국내에 몇 안 되는 기자로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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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의학전문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특별한 자질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길 줄 알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줄 알고 끊임없이 메모하고 시의적절하게 이를 기사화하는 자세가 돼 있으면 좋을 듯합니다.


7. 비전공자도 의료기사를 작성하고 보건의료 분야를 맡을 수 있지만 의료인으로서 의학전문기자가 되었을 때의 장점은?


아무래도 의사라는 바이라인(by-line)을 달고 나가기 때문에 기자에 대해 비호의적인 의사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문 용어에 대해 이해하고 쉬운 용어로 기사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8. 의대 또는 한의대에서 의학전문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본인이 하고싶은 전공을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의대나 한의대는 과를 정하면 그 분야에서 평생을 공부하거나 일하게 됩니다. 그래서 본인이 꼭 원하는 과,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 후...


의사/한의사로 로컬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도 매력적이지만, 글과 말로 국민을 상대하는 의학기자로서의 삶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평소에 <의학전문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로 신문과 방송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계신 선배님을 만나뵐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높은 자리에 계셔도 학생 인터뷰어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고 반겨주신 이진한 차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유쾌하고 삶에 대한 열정 넘치는 태도는 진심으로 본받아야 할 점이었다. 후배 의학계열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시는 선배 덕에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 비전을 갖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살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이진한 차장님의 기사와 방송을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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