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13.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원숭이두창은 왜 코로나만큼 퍼지지 않을까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


둘 다 국제 보건 비상사태 선포됐지만

원숭이두창은 폭발적 확산 가능성 없어

변이도 적고 기존 천연두 백신도 통해

백신 못잖게 중요한 건 인류 공동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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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계통으로 증상도 비슷해 ‘천연두의 사촌’이라 불린다.

왼쪽은 성숙한 입자, 오른쪽은 미성숙 입자

이미지 출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지난 칼럼까지 코로나19에 대해 바이러스적인 특성부터 면역, 백신, 치료제, 방역, 역사, 생태계 측면을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부터는 새롭게 등장한 원숭이두창과 코로나19를 비교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신종 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이 둘은 바이러스 왕국에서 극과 극에 위치에 존재한다. 다양한 바이러스의 펜데믹 전개 양상을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이런 비교를 통해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23일 코로나19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세계보건기구 (WHO)는 원숭이두창을 국제 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하였다. 이것은 코로나19만큼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산하는 추세지만) 폭발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언이 코로나19처럼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예방적 경고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사스, 신종 독감, 메르스, 코로나19, 에볼라, 원숭이 두창 등등 21세기 신종 바이러스 위험 경보는 계속 논란에 빠지는 중이다. 이번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언의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논란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는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초 신종 바이러스로 확인되고 나서 긴급 소집된 두 번의 전문가 회의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였고, 이후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하였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험 평가 수준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다양한 평가를 하나의 목소리로 바꾸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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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두창 누적 확진자 수, 최근 들어 확산세가 크게 약해졌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



팬데믹 위험은 확률이다. 전혀 일어나지 않을 0에서 반드시 일어날 1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값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전문가마다 자신의 고유한 위험 확률을 평가한다. 하지만 팬데믹 선언은 하느냐 마느냐의 두 가지 값만 존재한다. 즉 위험은 아날로그값이고, 위험 경보는 디지털 값을 가진다.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하면 정보의 손실이 발생하는 당연하다. 신종 바이러스가 자주 발생하는 시대에는 전문 기관의 이분법적 선언을 넘어서, 개인마다 합리적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특정 바이러스의 위험은 개인, 상황, 환경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 판단이 없으면 잘못된 정보에 쉽게 휘둘리고, 대중의 혼란은 인포데믹 (infodemic)을 일으킨다. 잘못된 지식에서 파생된 정보 (information)가 전염병 (demic)처럼 빠르게 퍼지는 것이다. 자극적인 만큼 빠르고 강하게 확산하는 인포데믹은 개인을 위험에 노출시키거나 피로하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방역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비용을 증가시킨다. 합리적 가치 판단은 올바른 판단 근거에서 나온다.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는 것이 백신이라면 인포데믹을 억제하는 것은 올바른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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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두창과 같은 계통인 천연두 바이러스. 안에 있는 유전물질 DNA가 아령 모양을 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두가 원숭이두창에도 통하는 이유


생소한 원숭이두창 대신 천연두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감염자 셋 중 한 명이 죽을 정도로 악명 높았던 천연두는 역사의 흐름까지 바꿀 정도로 인류를 괴롭혀 왔었다. 또한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멸종시킨 최초이자 마지막 바이러스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사스, 메르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촌들인 것처럼, 원숭이두창과 천연두도 같은 두창 바이러스 (poxvirus)에 속한다. 소, 염소, 원숭이 등 포유류는 각각 고유의 두창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의 두창 바이러스가 바로 천연두였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소의 두창인 우두에서 만들어진 백신에 의해 멸종되었다. 사람에게 감염된 우두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 때문에 제대로 증식하지 못한다. 면역을 자극하지만 가벼운 증상으로 그치며, 감염자는 타인에게 다시 우두를 전파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점은 우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천연두 바이러스 항원에도 교차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이종 바이러스들의 항원 부위가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우두는 자연에 존재하는 약독화 생백신으로, 원숭이두창에 대해서도 약 85%의 보호 효과를 보여준다. 이는 과거 천연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원숭이두창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호된다는 의미다. 이 사실들은 DNA 유전자를 가진 두창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중나선 구조의 DNA는 생명 정보의 안전한 보관에 특화되어 있으며, 복제되는 동안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가 낮다. 이 특성은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방해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유전자로서는 불리한 점이다. 그래서 제너가 정원사의 아들에게 처음 접종했던 백신을 200년 가까이 사용하는 동안 저항성 변이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반해 RNA 유전자를 가진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은 불과 몇 달 만에 저항성이 생긴 상황이다.


천연두는 어떻게 박멸될 수 있었나


제너 백신은 이후 150여 년간 계속 접종되었으나,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 천연두는 간헐적으로 유행하였다. 이는 백신이 있어도 적용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 공동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연이어 벌어진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형성되었다. 이는 여러 국제기구의 창설로 연결되었다.


그중 젊은 열정이 넘치던 세계보건기구 (WHO)는 바이러스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의지가 강했다. 좋은 백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을 괴롭히던 천연두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모든 어린이가 다 같이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1966년부터 세계보건기구의 천연두 박멸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강대국들은 자금을, 제약 회사들은 저렴한 백신을 제공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정글과 사막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찾아가 접종하였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 5월 천연두 바이러스에 공식 멸종 판정을 내린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코로나19 뉴스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천연두 역사는 최고의 백신이 있어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 공동 문제라는 인식은 흐려졌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백신 국가주의가 바이러스 변이에 얼마나 취약한지 잘 드러났다. 선진국에서 부스터 샷을 독려하는 동안,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차 접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었다. 방역 사각에 놓인 국가에서 코로나19의 유전적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새로운 변이가 계속 출현하였다. 백신 저항성을 지닌 변이는 선진국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이번 칼럼에서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소개로 천연두의 역사를 알아보았다. 앞으로는 유전자, 감염경로, 전파 속도 측면에서 원숭이두창과 코로나19를 비교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19가 심각한 팬데믹을 일으킨 원인을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출처: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568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