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벨생리의학상]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까' 해답 찾은 고유전체학 창시 스반테 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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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선정 소식을 접한 직후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의 모습이다.

이미지 출처: 노벨상위원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장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분석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연구 성과를 냈다. 그의 연구는 고유전체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과학 분야를 탄생시켰다. 현생 인류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차이를 밝혀내 어떤 차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밝혀냈다.


미토콘드리아 DNA 아이디어로 염기서열 분석 성공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인류의 기원에 관한 질문은 고대에서부터 계속됐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현생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뻘인 네안데르탈인은 40만 년 전부터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다 7만 년 전 멸종했다.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이주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수만 년간 유라시아 지역에서 공존했다.


페보 소장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에서 두 인류의 관계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말 현생 인류의 염기서열이 밝혀지며 두 인류의 유전자를 비교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고대 DNA는 화학적으로 변형되거나 짧은 조각으로 분해됐다는 한계가 있었다. 박테리아로 고대 DNA가 오염돼 있기도 했다.


1990년부터 독일 뮌헨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고대 DNA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던 페보 소장은 미토콘드리아 DNA로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크기가 작고 세포 일부 유전 정보만을 담고 있지만 수천 개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4만 년 된 뼛조각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데니소바인 밝혀 고인류학 역사의 단서 제공…. 코로나 중증 상관관계도 찾아


페보 소장은 새로운 인류 조상을 발견해 고인류학을 이해하는 데 큰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2008년 페보 소장은 러시아 데니소바 동물에서 4만 년 된 고대인의 손가락뼈에서 DNA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데니소바'라고 명명된 이 인류 조상은 과거 유라시아 동부에 살던 데니소바인들이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했다는 고인류학 역사의 단서가 됐다.


페보 소장은 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이 약 80만 년 전에 살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네안데르탈인의 DNA 염기서열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대인보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기원한 현대인의 염기서열과 더 유사했다는 것도 주된 연구 성과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은 “2020년 페보 박사는 인간 게놈의 0.002%에 해당하는 유전체 부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코로나19) 중증화와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라며 “이 유전자 부위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것까지 알아내면서 일부 현대인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해 주목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안에 네안데르탈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페보 소장은 완전히 새로운 과학 분야인 고유전체학을 확립했다. 멸종된 고대 인류의 유전자 서열 분석을 통해 인류 진화와 이주의 역사를 상세히 밝혔다. 특히 고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온 호모사피엔스와 섞였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그의 연구는 고대 인류의 유전자 서열이 현생 인류의 생리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밝혔다. 가령 데니소바인이 가지고 있는 EPAS1 유전자는 높은 지대에 적응하도록 돕는 유전자로 오늘날 티베트인에게서 빈번하게 발견된다.


박웅양 유전체연구소장은 "그의 연구로 언어 발달에 관련된 FOXP2 유전자를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모두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유사한 언어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됐다"라며 "유인원으로부터 인류가 진화하는 단계에서 유전자 발현의 차이가 진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호모사피엔스는 복잡한 문화와 혁신, 조형 예술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물을 건너 모든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네안데르탈 역시 무리를 지어 살며 큰 뇌를 가지고 도구를 이용하며 살아갔다.


페보 소장의 연구 성과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연결성을 밝혔고, 데니소바인 등의 후속 연구로도 이어졌다. 인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