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M 동향] 봄철 불청객 독감, 새로운 해결사 연잎 등장!

찬 바람 불던 겨울을 지나, 어느덧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하러 나들이를 떠나곤 하는데요. 평화로운 봄,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입니다.


흔히 '독감'이라고도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주로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발생합니다. 감염 시 두통,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입원 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타미플루'가 있습니다. 1996년 개발된 타미플루는 숙주와 바이러스의 화학적 결합을 방해하고 급격한 증식을 막을 수 있어 전 세계 각국에서 인플루엔자 확산을 방지하고, 증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돼왔습니다. 


그러나 타미플루는 드물게 위장 장애, 가려움 등의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에서 국내 타미플루 부작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환자 총 7,045명 중 29명에게서 구토, 설사, 두드러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경구용 대체 약이 없고, 수시로 변형되는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안전성 있는 신약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연잎 유래 성분'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강한 억제 효능을 보이는 성분을 발견했습니다. 연잎에서 발견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다양한 증상에 활용된 연(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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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한의학에서 연(蓮)은 뿌리, 잎, 씨앗, 꽃 모두 버릴 것 없이 약재로 쓰이며 다양한 증상에 처방돼왔습니다. 뿌리는 해독 효과 및 지혈 작용, 잎은 동맥경화 및 고지혈증, 씨앗은 심혈관 질환 예방 및 치매 예방, 꽃은 피부 질환 개선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 속 남겨진 기록에서도 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연의 씨앗은 심신 안정에 효과가 있으며 생 연근의 경우 어린아이들의 코피를 멎는데 큰 효과가 있다'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습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의 떡'이라 불리며 조선 왕실의 건강을 책임져 온 궁중 한방 보양식 '구선왕도고(九仙王道糕)'에도 연꽃 열매가 재료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기록돼있습니다.


*구선왕도고: 검은콩, 마, 연꽃 열매 등 9가지 한약재로 만든 떡. 위장과 신장에 좋아 소화를 돕고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짐.


현대에 이르러 연의 효능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잎의 생리 활성 성분을 분석한 결과 항암 및 항염증 효과가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연잎에 함유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뇌의 혈액 순환을 돕는 레시틴, 적혈구의 생성을 돕는 철분, 체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는 칼륨 등 인체에 이로운 여러 성분도 연잎에 포함돼있음이 알려졌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전통 한의학 이론의 가치가 현대 기술을 통해 과학적으로 다시 입증된 상황입니다.


*플라보노이드: 자외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물질로 항바이러스, 항히스타민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음.

*레시틴: 인지질의 일종으로 생체막의 주요 구성 성분. 동물의 뇌, 척수, 혈구 등에 다량 함유돼있다.


​연잎 추출물, 바이러스 예방부터 사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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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팀은 연에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연잎 유래 성분에서 인플루엔자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것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마진열 박사 연구팀은 연잎 추출물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및 증식을 활성화하는 단백질인 뉴라미니데이즈와 헤마글루티닌이 억제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항산화, 항암 등 다양한 증상에 활용되어온 연꽃의 효능을 연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뉴라미니데이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 후 세포 내에서 복제, 증식한 후 세포를 부수고 나와 인근 세포를 감염시킬 때 필요한 단백질

*헤마글루티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 초기에 세포에 부착하고 침투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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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연구팀은 연잎의 항바이러스 효능에 역할을 하는 약리 효능 성분을 규명하기 위해 연잎 내 주요성분 6종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연잎에 함유된 '이소케르시트린 (Isoquercitrin)' 성분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에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나아가 이소케르시트린이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초기, 증식, 배출 전 단계에서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며 우수한 예방·치료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처음으로 이소케르시트린이 항바이러스 효능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연잎 추출물에 관한 연구 성과는 2022년 3월 전통의학 분야 국제전문학술지인 'Journal of Functional Foods'에 게재됐으며, 특허출원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유년 시절 경험에서 시작된 연구···다가올 바이러스 완벽 대비한다!


연구책임자 마진열 박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그의 유년 시절 한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심한 독감에 감염됐던 그는 오랫동안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한의원에 방문했습니다. 조제된 한방 제제를 복용한 이후 약 3일 만에 증상이 호전되었고 성인이 된 이후 해당 경험에 착안해 인플루엔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마진열 박사는 "유년 시절 경험으로 독감의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한의약에서 개발하면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며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인플루엔자 연구에 관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연잎 소재는 본초강목, 동의보감, 명의별록 등 다양한 고서에서 혈관 정화, 빈혈 및 노화, 면역증강 등의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신규 효능 발굴뿐만 아니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가 위치한 대구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연구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0년 신종플루 대유행 상황에는 천연물 재료 기반의 'KIOM-C'를 개발하며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한 사례가 있습니다. 나아가 2015년에는 '항바이러스 실험실'을 운영하며 보다 다양한 한약제제, 천연물, 식품 소재를 이용한 항바이러스 실험·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한약재 소재 인플루엔자 효능과 관련된 30건의 특허를 등록했습니다.


*KIOM-C: 2011년 한국한의학연구원 마진열 박사팀이 개발한 15종 이상의 한약재로부터 추출한 천연물. ​신종플루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짐. 2014년 연구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KIOM-C의 항바이러스 효과와 더불어 항암 효능도 확인


마진열 박사는 "현재까지 독감 치료제는 타미플루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내성 바이러스의 출현 및 부작용의 문제점이 있다. 향후 타미플루에 내성이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능 확인과 동물모델을 사용한 효능 검증을 수행할 계획이다"라며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전염병 치료에 대한 노하우를 지속해서 계승, 발전해 앞으로 다가올 항바이러스 재앙에 대비해나가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iompr&logNo=223060860246&categoryNo=13&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