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M 동향] 전통과 현대 기술의 결합, 새로워진 숙지황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지황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지황은 사실 오래전부터 각종 보약 처방에 활용되어온 약용식물입니다. 굵은 뿌리와 식물 전체에 짧은 털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재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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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황은 가공 방식과 특징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냥 쓰는 것은 생지황, 건조해 쓰는 것은 건지황, 술을 넣고 쪄서 만든 것은 숙지황이라 불립니다. 또한 물에 가라앉는 것은 지황, 절반 정도 가라앉는 것은 인황, 물 위에 뜬 것은 천황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지황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황에 얽힌 이야기와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새롭게 개발한 숙지황 포제 기술에 대해 소개합니다.


땅의 정수 지황, 불로 명약의 재료?


기력이 허하고 몸이 약해질 때 우리는 종종 보약을 처방받고는 합니다. 보약 속 성분들이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재조정하며 저항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보약에는 증상에 따라 여러 약재가 재료로 쓰이며 이중 거의 모든 보약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약재가 있습니다. 바로 지황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 분포하고 있는 지황은 현재 우리나라 전국 약초 농가에서 활발히 재배되고 있습니다. 굵은 덩어리 모양의 노란색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6월에서 7월경 자주색의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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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약물학 전문 서적 <신농본초경>에는 지황을 지수(地髓), 즉 땅의 정수라고 표현한 기록이 남겨져 있습니다. 땅의 좋은 기운들이 작은 지황 안에 모두 담겨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지황에는 항암, 항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불면증, 소화불량에 좋은 유효성분들이 다량 함유돼있습니다.


조선 최고의 의학 서적 <동의보감>에서도 지황과 관련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눈에 핏발이 서고 붓는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데 지황죽을 사용하면 열을 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황이 주원료로 활용된 경옥고를 "정신이 좋아지고 오장이 충실해지며, 흰머리가 다시 검어진다"라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황의 우수한 효능은 각국의 다양한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신 장비와 현대화 포제 기술로 가공 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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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황은 가공 방식에 따라 생지황, 건지황, 숙지황으로 구분되며 각기 다른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찬 성질을 가진 생지황과 건지황은 체내의 열을 내려주는 데 효과가 있으며, 따뜻한 성질의 숙지황은 간과 신장의 기능을 치료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중 숙지황은 술을 넣고 쪄서 말리는 과정을 총 9번 반복하는 구증구포 제법을 통해 제조되고 있습니다. 찌고 마르는 과정이 반복되며 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당류인 스타키오스와 쓴맛의 원인인 카탈폴이 감소해 지황의 맛과 효능이 더욱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 제조 방식은 큰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천연물 한약재가 일정한 효능을 내기 위해선 균일한 품질의 원물 공급이 중요한 반면, 전통 제조 방식으로는 표준화된 품질의 숙지황을 얻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긴 제조 시간으로 인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존재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실험과 고민을 거듭해왔습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의 노력 끝에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강영민 박사팀은 고품질 지황 생산 체계와 현대화된 포제 기술이 결합된 KIOM 숙지황 현대화 가공 포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포제: 약재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반적인 손질에서 가열을 활용해 약물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까지 한약재를 가공하는 전반적인 기술을 총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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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OM 지황 원물 생산 체계란 조직배양 기술을 통해 표준화된 품질의 지황을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연구실 내부에 마련된 스마트팜과 같은 최신 시설 및 장비를 통해 지황을 생육하기 알맞은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지황은 최적화된 영양성분과 균일화된 품질을 가지고 있으며 대량 생산 또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열처리 온도, 횟수, 시간, 에탄올 농도까지 조절 가능한 현대화 포제 기술을 결합한 결과, 연구진은 폴리페놀 및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증진된 숙지황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해당 기술은 지황의 약효를 더욱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 방식과 비교해 숙지황 제조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향후 한의약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폴리페놀: 식물에서 발견되는 화합물의 일종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 항산화·면역력 증진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보노이드: 자외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서 항바이러스, 항히스타민,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제의 매력에서 시작된 연구···한의약의 가치를 높이다


강영민 박사: 한약재는 대부분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물에서 기원하며 임상실험에 사용하기 전, 실험에 알맞은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포제(炮製)라 부르며 약물의 특성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포제는 한약자원연구센터에서 자원을 연구하는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연구 주제로 다가왔습니다.


강영민 박사팀의 연구는 전통 포제 방법의 개선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전통 포제 방법은 문헌적 자료와 과학적 근거의 부족으로 활용에 있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전통 포제 방법의 단점을 개선하고 과학적 효능을 증명한다면 더욱 다양한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강영민 박사는 연구팀을 구성했고 숙지황을 기반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온도, 횟수, 약재의 상태 등 포제 방법을 표준화하기 위한 경우의 수가 많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영민 박사팀은 포기하지 않고 약리활성 물질의 증가와 포제의 표준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를 이어 나갔고 KIOM 숙지황 현대화 가공 포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강영민 박사는 "기존 전통 방식으로 숙지황을 제조하기 위해선 지황을 찌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품질의 숙지황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포제 방법에 관한 연구를 통해 한약 자원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한의약의 신뢰성을 높여나가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강영민 박사는 "향후에는 현재 주요 관심 약재인 하수오와 숙지황을 연계해 노인성 질환 개선 '메디푸드 (특수의료용도식품)'를 개발하고자 한다"라며 "약재의 효능을 강화하고 경제성 또한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해서 수행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iompr&logNo=223072599958&categoryNo=13&parentCategoryN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