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97.9%, R&D 예산 삭감, 연구 수행에 차질

대학교수 97.9%, R&D 예산 삭감, 연구 수행에 차질

BRIC, 설문 결과...97.9% 연구 차질 우려

90% 인력 축소 고려...출연연도 마찬가지


[디지털타임스=이준기 기자] 정부의 내년도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국내 대학교수 10명 중 9명은 연구 차질과 연구실 인력 축소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생물학 연구자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는 이런 결과를 담은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설문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와 이공계 학생 2,8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KMCRIC), 의과학연구정보센터 (MedRIC) 등이 함께 참여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학교수 중 87.9%는 내년 정부 R&D 예산 삭감에 따라 연구비가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특히 기초·용 연구와 상관없이 내년 연구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97.9%에 달했다.


연구실 인력의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90%를 넘겼고, 인건비 삭감 등 처우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77.1%로 조사됐다. 정부 R&D 예산 삭감이 연구 현장 전반에 걸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정부의 R&D 삭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 연구원들은 95.8%가 내년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했으며, 95.6%는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한다는 답은 78.6%, 인건비 삭감 등을 고려한다는 답은 50.3%로 나타났다.


대학원생 응답자 중 91%는 학위를 위한 연구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으며, 94.7%는 장기적으로 전공과 관련 진로 계획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생 중 87.3%도 이번 정책이 대학원 진학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도 68%가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으며, 95.3%는 R&D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답했다.


설문에서는 내년 국가 R&D 삭감의 이유로 언급된 '나눠먹기식 R&D'에 대한 정부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85.4%로 나타났다.


또 이번 국가 R&D 정책의 긍정적인 점을 묻는 설문에 '없다'라는 의견이 58%로 가장 높았고,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우수 연구인력의 이탈과 고용불안'을 44.2%로 가장 높게 꼽았다.


이와 함께 국내 1만 8,000명 연구자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회원 587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8.8%가 R&D 삭감이 기초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의 고용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98.3%로 나타났다.


이준호 학회장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국가 R&D 정책은 과학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한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합리적 의견 수렴과 공감대 없이 급하게 예산 삭감을 결정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매우 위험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6일에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한국과학기술원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경희대 우주과학과,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등 5개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천문·우주항공 분야 유관 학과 공동행동'은 학부생의 72.5%, 대학원생 91.2%가 예산 삭감이 연구자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디지털타임즈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1015021099317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