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교수 10명 중 9명, 내년 연구실 인력 축소 고려

이공계 교수 10명 중 9명, 내년 연구실 인력 축소 고려

BRIC 등 과학기술단체, R&D 삭감 관련 과학기술계 설문 잇따라 발표

내년 연구 상황 악화·후속세대 진로 불안 공통 지적


[연합뉴스=조승한 기자]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 (R&D)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연구 상황 악화와 후속세대의 진로 불안을 우려하는 과학기술계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생물학 연구자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는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 결과 보고서'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설문은 5일부터 9일까지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 및 이공계 학생 2천85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KMCRIC), 의과학연구정보센터 (MedRIC)가 함께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학교수 중 87.9%가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특히 기초와 응용 연구와 상관없이 내년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답은 97.9%였다. 연구실 인력의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90%를 넘겼고, 인건비 삭감 등 처우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77.1%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 연구원들도 95.8%가 내년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했으며, 95.6%는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한다는 답은 78.6%, 인건비 삭감 등을 고려한다는 답은 50.3%로 나타났다.


대학원생 응답자 중 91%는 학위를 위한 연구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으며, 94.7%는 장기적으로 전공과 관련 진로 계획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대학생 87.3%도 이번 정책이 대학원 진학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도 68%가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으며, 95.3%는 R&D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답했다.


설문에서는 내년 국가 R&D 삭감의 이유로 언급된 '나눠먹기식 R&D'에 대한 정부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85.4%로 나타났다.


또 이번 국가 R&D 정책의 긍정적인 점을 묻는 설문에 '없다'라는 의견이 58%로 가장 높았고,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우수 연구인력의 이탈과 고용불안'을 44.2%로 가장 높게 꼽았다.


국내 1만 8천 명 연구자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도 11일 회원 대상 간담회를 열고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회원 587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8.8%가 연구·개발 삭감이 기초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의 고용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98.3%로 나타났다.


이준호 학회장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국가 연구·개발 정책은 과학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한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합리적 의견 수렴과 공감대 없이 급하게 예산 삭감을 결정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매우 위험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한 응답자는 "모두 그만두고 의사하거나 공대 갔으면 좋겠느냐. 기초연구가 중요하다 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아무도 안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은 안 드시냐는 대학원생의 질문에 정부는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 전달에 나섰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한국과학기술원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경희대 우주과학과,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등 5개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천문·우주항공 분야 유관 학과 공동행동'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과 함께 이들 학과 학생 31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학부생의 72.5%, 대학원생 91.2%가 예산 삭감이 연구자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정부의 R&D 예산 감축은 누리호 및 다누리의 성공으로 연구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큰 실망을 안겨줬다"라며 "인재들이 해외나 타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결정타로 작용했다"라고 비판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울산과학기술원 (UNIST) 학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R&D 예산 감축 대응 대학(원)생 TF (R&D 대응 TF)'도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26개 대학 이공계생 61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98.9%가 기초연구 예산 감축에 반대했다고 공개했다.


설문에서 학생들은 예산 감축으로 ▲기초과학 혹은 진행 중인 연구 축소 (42%) ▲연구원의 불안정한 노동 환경 (32%) ▲연구기관 취업에 대한 고민 (16%) 등이 우려된다고 꼽았다.


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31013164900017?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