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 조작 잡은 ‘브릭’ 설문조사 98%, R&D 예산 삭감되면 연구 차질

황우석 논문 조작 잡은 ‘브릭’ 설문조사 98%, R&D 예산 삭감되면 연구 차질

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 생명과학자, 과학도 2,855명 참여 설문


[사이언스조선=이종현 기자] 국내 최대의 생명과학자 커뮤니티 ‘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가 정부의 연구개발 (R&D)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회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브릭으로 불리는 이 커뮤니티는 지난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치며 생명과학뿐 아니라 과학계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브릭은 지난 11일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5일부터 9일까지 2,855명이 참여했다. 브릭과 함께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KMCRIC), 의과학연구정보센터 (MedRIC)가 진행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으로 25조 9,000억 원을 배정했다. 올해 31조 1,000억 원보다 16.6% 삭감된 수치다. 교육·기타 R&D 예산이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됐다는 정부의 해명을 고려하더라도 삭감 폭은 10.9%에 이른다.


33년 만의 R&D 예산 삭감에 과학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정부가 대규모 예산 삭감을 결정하고도 구체적인 설명이나 개별 사업의 삭감 폭을 전혀 알려주지 않아 현장의 혼란은 더욱 큰 상태다. 뒤늦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학생 연구원 등 신진연구자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장에선 예산을 줄이면서 인력은 유지하라는 말이 더 화가 난다는 반응이다.


브릭 설문 결과를 봐도 현장의 아우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설문 결과를 보면 대학에 소속된 연구자의 97.93%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비 감소로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90%가 넘었다. 대학원생 수를 줄이겠다는 비율이 73.81%로 가장 많았다. 학생연구원 피해가 없게 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현장에서는 학생 연구원 감축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95.6%로 대학에 소속된 연구자들과 비슷했고, 연구인력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79%에 달했다. 출연연 소속 연구자들은 대학원생보다도 박사후 연구원 (포스닥) 수를 줄이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이번 예산 삭감이 학문 미래 세대인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실제 수치로 확인됐다. 응답자 가운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예산 삭감이 대학원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느냐는 질문에 8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내년 R&D 예산 삭감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사례를 적어달라는 주관식 질문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응답자들이 사용한 단어의 빈도수를 추출해 의미 있는 단어를 꼽았더니 ‘차질’, ‘불안감’, ‘이탈’, ‘어려움’ 같은 부정적인 어휘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이번 예산 삭감이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하지만, 설문 응답자의 90%는 ‘합리적이거나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답했고, 예산 삭감의 근거가 된 나눠먹기식 카르텔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라는 응답자가 85%에 달했다.


출처: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3/10/13/PEVUTDUCGJHBDBND52KJRPVUR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