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R&D 카르텔' 한마디에 사업 60여% 스톱...과학-이공계 격분

尹, 'R&D 카르텔' 한마디에 사업 60여% 스톱...과학-이공계 격분

근거 불분명한 'R&D 이권 카르텔' 지적...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국가 경쟁력 휘청


[U's Line 유스라인=이경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R&D 카르텔’ 비판으로 야기된 R&D 예산 삭감 후폭풍이 ‘미래 경쟁력 저하’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뤄진 과학·이공계 설문 결과가 눈길을 끈다.


내년도 R&D 예산 삭감으로 국내 대학교수 97.9%가 기초·용 연구와 상관없이 ‘R&D 예산 삭감, 연구 수행에 차질’을 우려했고, ▲90.3%는 ‘연구실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대학교수 중 87.9%는 내년 정부 R&D 예산 삭감에 따라 연구비 줄 것으로 예상 ▲77.1%는 ‘인건비 삭감 등 처우 변경 고려한다’라고 답변했다.


국내 최대 생물학연구자 커뮤니티 BRIC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이 최근 과학계, 이공계의 최대 이슈인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설문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와 이공계 학생 2,8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KMCRIC), 의과학연구정보센터 (MedRIC) 등도 설문에 참여했다.


발표된 보고서는 정부 R&D 예산 삭감이 연구 현장 전반에 걸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정부의 R&D 삭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 연구원들은 95.8%가 내년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95.6%는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한다는 답은 78.6%, 인건비 삭감 등을 고려한다는 답은 50.3%로 나타났다.


대학원생 응답자 중 91%는 학위를 위한 연구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으며, 94.7%는 장기적으로 전공과 관련 진로 계획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생 중 87.3%도 이번 정책이 대학원 진학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도 68%가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으며, 95.3%는 R&D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답했다.


설문에서는 내년 국가 R&D 삭감의 이유로 언급된 '나눠먹기식 R&D'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85.4%로 나타났다. 또 이번 국가 R&D 정책의 긍정적인 점을 묻는 설문에 '없다'라는 의견이 58%로 가장 높았고,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우수 연구인력의 이탈과 고용불안'을 44.2%로 가장 높게 꼽았다.


이와 함께 국내 1만 8,000명 연구자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회원 587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8.8%가 R&D 삭감이 기초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의 고용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98.3%로 나타났다.


이준호 학회장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국가 R&D 정책은 과학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한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합리적 의견 수렴과 공감대 없이 급하게 예산 삭감을 결정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매우 위험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6일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한국과학기술원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경희대 우주과학과,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등 5개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천문·우주항공 분야 유관학과 공동행동'은 학부생의 72.5%, 대학원생 91.2%가 예산 삭감이 연구자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확정한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에서 올해보다 삭감된 사업의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R&D)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별 삭감 규모를 보면 삭감액 상위 1~4위가 모두 디지털·소프트웨어·데이터 관련 사업이어서 디지털 강국 도약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구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과학계와 과학자들의 연구개발 (R&D) 활동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공무원들이 연대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등은 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출범을 선언했다. 과학기술계가 정부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기구를 출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대회의에는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외에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연구관리 공공기관 노동조합연합회,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부 등도 참여했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다양한 학회, 교수협의회, 학생회 등과도 연대할 계획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참여 단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대회의는 출범을 알리는 회견문에서 “국가 과학기술계 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연대회의를 출범하게 된 것은 현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에 맞서 국가 과학기술을 바로 세워 국가의 미래를 지켜내고자 하는 간절함 때문”이라며 “끈끈한 연대와 단결로 국가 과학기술을 바로 세우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국가 R&D 사업은 한 국가의 가장 근간이 되는 미래세대를 위한 디딤돌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기본법에 명시돼 있는 절차도 위반한 채 국가 R&D 예산 3조 4,000억 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주요사업비는 30% 가까이 강제 삭감했다”라며 “이는 명백히 과학기술을 무시하고 연구 현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묵묵히 이바지해온 연구 현장을 비도덕적 카르텔로 매도하며 예산 삭감을 강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매도한 정부의 사과 △위법하고 졸속적으로 삭감한 연구개발 예산의 원상 회복 △관료가 급조한 명령 하달식 제도 혁신 방안의 철회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출처: U's Line https://www.usline.kr/news/articleView.html?idxno=23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