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주스와 약물의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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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물상호작용이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복용량과 복용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함께 복용하는 다른 약물뿐 아니라 식품이나 음료 등 다른 물질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아 심한 경우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두 종 이상의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약물상호작용은 복약지도를 통해 예방되고 있지만 약물과 식품, 음료 간에 발생하는 상호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절히 홍보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약을 복용할 때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권장하지만 간혹 다른 음료, 즉 과일이나 채소주스 등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약과 음료의 구성성분이 인체 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이 방해받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서, 치료 효과는 예상보다 낮고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적정량에 의해 적절한 만큼 효과를 나타내야 하는 약물이 그 이상의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러한 영향은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라든지 복용하는 약의 종류, 복용량, 과일주스의 섭취량 등에 따라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2. 약물-주스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기전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물이 과일/채소주스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전은 대부분 과일/채소에 함유된 특정 성분이 약물을 대사시키는 효소인 cytochrome P450 (CYP450)이나 위장관에서 약물이 흡수되는 단계에 관여하는 수송체 단백질인 p-glycoprotein (p-gp, efflux transporters), organic anion transporting polypeptide, OATP, influx transporters)의 생성이나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림 1>은 자몽주스와 약물의 상호작용 기전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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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약물과 자몽주스의 상호작용 기전
출처: 한순영. 약물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일주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식품의약품안전처. 2012.


일반적으로 장내 CYP450 효소나 p-gp 수송체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약물의 체외 배출이나 분해가 저해되어 결과적으로 혈액 내 약물농도가 증가하거나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장내 세포벽의 OATP 수송체를 억제함으로써 장관강에 있는 약물의 혈액으로의 흡수가 저해되어 혈중농도가 감소되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과일이나 야채에서 효소나 수송체를 억제하여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주요 성분으로는 polyphenols, diosmin, punicalagin, resveratrol, quercetin, glycosylated xanthones, mangiferin, bromelin, anthocyanins, flavonoids, furanocoumarins 류의 물질들이 확인되고 있다 [3-8].

약물과 과일/채소주스의 상호작용 기전 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과일주스의 경우 주로 억제되는 약물대사 효소가 CYP1A1, CYP1A2, CYP1A4, CYP3A1, CYP3A4, CYP2C6, CYP2C9, CYP2E1이고, 채소주스의 경우 CYP1A1, CYP1A2, CYP2A2, CYP3A1, CYP1B1, CYP2B1, CYP2B2, CYP2C1, CYP2C6, CYP2E1이라고 한다. 온대과일 (grapefruit, seveille orange, navel & valencia orange, tangerine, lemon, lime, pomegranate, apple, grape, mango, pineapple, cranberry, blueberry, black raspberry, blue berry, guava juice)이 열대과일 (plum, kiwi, pamelo, star fruit, passion fruit, dragon fruit, rambutan, litchi juice)보다 약물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보고가 많이 이루어져 있고, 온대과일은 CYP450 대사효소뿐 아니라 p-gp, OATP 수송체 억제에 따른 상호작용도 보고되어 있다 [1].


3. 과일주스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약물들


모든 약물이 과일주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과일주스 섭취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 약물은 CYP450, p-gp, OATP의 기질 약물들이다. 대표적인 CYP450, p-gp, OATP의 기질 약물 및 자몽주스, 오렌지주스, 석류주스, 크렌베리주스, 사과주스, 포도주스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물을 <표 1>과 <표 2>에 각각 요약하였다 [1, 2, 9]. 이 중 자몽주스와 약물의 상호작용이 처음 발견된 것은 알코올이 혈압강하제인 펠로디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던 중 알코올의 맛을 감출 목적으로 자몽주스를 사용하면서 우연히 발견되었고, 현재까지 여러 가지 과일주스 중 가장 다양하게 연구, 보고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부정맥치료제인 아미오다론 (amiodarone)을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 시 자몽주스에 의해 CYP3A4에 의한 아미오다론 대사가 저해되어 혈중 아미오다론 농도가 증가되고 활성대사체인 N-desethylamiodarone으로의 전환이 저해되어 부작용으로 QT 간격이 연장되거나 토르사드 데 포인트 (Tordades de pointes)와 같은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고지혈증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틴 (atorvastatin)의 경우 하루 1.2 L 이상의 자몽주스를 5일 이상 섭취할 경우 생체이용률이 증가하고 (AUC 2.5배) 그 결과 횡문근변성, 근육허약, 근육통증, 심근병증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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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allhi TH. Sarriff A. Adnan AS, Khan YH, Qadir MI, Hamzah AA, Khan AH. Effect of fruit/vegetable-drug interactions on CYP450, OATP and p-glycoprotein: A systematic review. Trop J Pharm Res. 2015. 14(10):19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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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일주스 섭취 시 약물복용 방법


과일주스 중 flavonoid (naringenin), furanocoumarins (bergamottin) 같은 물질에 의하여 CYP450 저해를 통한 약물상호작용의 위험성이 알려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환에서 장기보호 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도 밝혀져 있고 [10, 11] 약물의 흡수나 대사에 영향을 주어 생체이용률이 증가하는 것을 이용하여 약물 투여량을 감량하고 (drug sparing effect) 그 결과 용량-의존성 부작용 감소와 환자 순응도 증가라는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자몽주스를 drug sparing agent로 항고혈압 약물, 건선치료제와 병용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다수 보고되어 있다 [12, 13].

우리가 복용하는 약과 과일/채소주스가 인체 내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이에 대해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안전한 약물복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약물-주스 상호작용은 약물-약물 상호작용보다 더 다양하면서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약물치료에 관여하는 전문가는 특수한 상황에서 금지 또는 주의해야 할 주스 등에 대한 정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약물과 과일주스 등의 병용 시 유익성과 위해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므로, 상호작용이 알려진 약물과 과일주스를 함께 복용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약물과 과일주스의 상호작용은 대부분 경구제제인 경우에 일어나므로 경구제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가능한 한 주스와 함께 복용하지 말고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권장하며, 어쩔 수 없이 병용할 경우에는 약물의 용량 조절이나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동등한 약효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복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데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의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약 복용 중에 과일주스를 섭취하게 될 경우에는 약과 함께 동시에 섭취하지 말고 시간 간격을 두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자몽주스를 약 복용 2시간 전 또는 2시간 후에 마시면 약물에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또한, 자몽주스는 하루에 1리터 (6~7컵)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한다. 한편,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은 대부분 과일 또는 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하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약물과 함께 섭취하는 식품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의약품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약물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일주스>, <식품 섭취 시 주의사항> 과 같은 책자를 발간했는데, 이런 교육자료를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2, 9].



5.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