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독의 소염·진통 및 항암 효과 기전

1. 봉독의 기원


봉독에 대한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벌꿀을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벌침을 ‘신비의 의약’이라고 일컫으며, 꿀벌을 태운 후 그 재를 기름과 혼합하여 질병 치료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동양권에서도 최초의 침구학 서적인 ‘마왕퇴의서’에는 봉독을 채취하는 방법부터 가공 및 의학적 사용에까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닭이나 개 등의 동물 신체 일부에 벌침을 쏘게 한 뒤 그 살점을 헝겊 등으로 피부에 흡수하게 하여 정기를 기르거나 발기부전에 사용하였다. 이후 봉독을 질병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간간이 남아 있다. 180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봉독을 이용하여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치료했다는 논문이 보고되면서 봉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며 봉독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봉독의 소염 및 진통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그 유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봉독 추출 및 용량 조절의 어려움으로 임상에서는 일부 사용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현대 과학적인 방법으로 봉독의 채취 및 농도 조절이 가능해 지면서 봉독 요법의 활용범위가 높아졌다. 약 5V 내외의 약한 전압을 이용하여 봉독을 얻는 봉독 채취기로 전압이 흐르는 구리선에 벌들을 자극하여 밖으로 배출된 독을 모으거나 마이크로칩을 이용한 전자파 발생장치로 벌을 자극하여 유리판에 배출된 독을 모아 봉독을 채취한다. 이렇게 모아진 봉독은 꽃가루나 기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무균환경에서 정제되고 이후 -50℃ 상태에서 동결 건조되어 순수한 봉독 분말을 얻는다. 이것을 생리식염수를 이용하여 적정 배율로 희석하여 증상과 상태에 맞게 관절염이나 통증 질환에 주로 사용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여러 in vitro, in vivo 연구 등을 통해 암세포에서 봉독의 세포독성 및 혈관 생성 억제 효과 등이 알려지면서 봉독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 봉독의 주요 성분


봉독은 주로 펩타이드 성분인 멜리틴, 아파민, 아돌라핀 등과 Phospholipase A2 (PLA2)와 같은 효소 및 신경전달 물질로 알려진 도파민, 히스타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모노아민류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멜라틴을 대표로 하는 펩타이드 성분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성분은 각각 혹은 상호작용을 통해 농도 및 용량에 따라 항염 진통 작용을 일으키거나 통증, 세포독성 및 항암 작용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봉독의 주요 성분은 다음과 같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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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봉독의 소염 및 진통기전


1) 소염 기전

염증은 세포를 손상시키는 다양한 인자에 의한 혈관 분포 조직의 반응으로 그 기전이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내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세포막의 이중 지질층이 손상 받게 되면 phopholipase A2의 작용에 의해 분해되면서 arachidonic acid가 형성된다. 이후 cyclooxygenase-2(COX-2) 효소를 통해 arachidonic acid가 대사되어 prostaglandin을 생성 후 해당 국소 부위에 강한 염증과 통증을 발생시킨다. 또한, 활성화된 대식세포에서 iNOS 합성을 통해 NO를 생산하여 사이토카인, 산화질소, 활성산소 등 다양한 염증 매개물질을 분비하여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소염 진통 작용을 가진 대표적인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이와 같은 염증 기전 중에서 막 인지질에서 arachidonic acid를 형성하는 phopholipase A2의 작용을 억제하여 arachidonic acid 생성 자체를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의 작용 부위는 arachidonic aicd가 전환시키는 COX에 작용하여 염증 반응에서 야기되는 여러 가지 임상 증상을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COX-2만 선택적으로 혹은 우세하게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도 존재한다. (김경훈, 2003) (그림 1.)


아직 봉독의 소염 기전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다음의 과정들을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1) NF-kB 활성 억제를 통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감소
봉독은 여러 실험 연구들을 통해 염증 과정 중 상승한 염증성 사이토카인(eg. TNF-α, IL-1β, COX-2)을 줄여 소염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Nam, 2003) 최근 봉독의 염증 억제 기전이 NF-κB를 매개로한 유전자 단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세포에서 NF-κB 단백 이합체는 NF-κB 활성화를 억제하는 IκB(inhibitor κB) 단백과 결합하여 세포질 내에서 비활성화 상태로 존재한다. 이때 외부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세포가 자극되면 IKKα, IKKβ로 이루어진 IKK 복합체가 NF-κB 이합체에 결합하여 활성화를 억제하는 IκB (inhibitor κB)를 인산화해 분해함으로써 NF-κB가 활성화된다. 이후 IκB가 분리된 NF-κB 이합체(p50, p65)는 핵 내로 들어가 DNA와 결합하여 염증 관련 사이토카인 유전자 전사를 활성화 시킨다. 이때 봉독 및 봉독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은 이와 같은 염증 유전자 생성 과정 중 IκB 인산화 과정을 억제하여 NF-κB의 활성을 막는다. 따라서 NF-κB 이합체의 p50, p65가 핵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iNOS, COX-2, TNF-α 등의 염증 관련 유전자 생성을 줄이게 된다. (그림 2.)


(2) O2- 생성 감소
과산화물, 수산기 등 산소기(oxygen radicals)는 호중구가 박테리아를 죽일 때 혹은 arachidonic acid의 대사과정 등에서 생리적으로 필요하며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산소기가 적절히 처리되지 못할 경우 세포막 지질을 과산화시키거나 핵산 염기를 수산화시켜 신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 (고형균, 2009). 이때 봉독은 농도 의존적으로 인체 내 호중구에서 O2- 생산을 억제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칼슘이 세포 내 calmodulin과 결합하여 NO synthase를 활성화해 세포 내 arginine과 O2로부터 NO, citrulline 등 자유기 생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calmodulin과 결합하는 약물이 호중구에서의 O2- 생성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봉독의 성분 중 멜리틴은 calmodulin과 결합하여 호중구에서의 O2- 생성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Somerfield, 1986)

(3) 부신수질 호르몬 자극
봉독은 국소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O2- 생성 억제뿐 아니라 부신수질호르몬을 자극하여 전신적인 항염작용을 나타낸다. 봉독을 피하주사(subcutaneous injection)했을 경우 항염효과와 관련 있는 corticosteroids 상승이 나타났는데 이는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 혹은 부신의 활성과 관련이 있다. 국소 염증을 유도한 ICR(Imprinting Control Region) mouse 모델에서 상승한 백혈구와 TNF-α가 봉독 피하주입 후 감소하였는데, 부신을 제거한 쥐에서는 봉침의 소염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부신 피질 호르몬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한 군에서는 소염작용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부신 수질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한 군에서는 소염작용이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Kwon, 2003) 따라서 봉침의 소염작용은 부신 수질 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전신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진통 기전

봉독의 성분 중 phopholipase A2, melittin, histamine 등은 농도와 주입량에 따라 통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입 초기에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봉독 주입 시에는 일시적으로 통증 자극 전달 물질(N-methyl-D-aspartate receptor, c-Fos, 5-HT receptor, NK1/2 receptor, opioid receptor-like 1)이 증가하고 capsaicin-sensitive afferent fibers, PKC, ERK 기전이 활성화되어 통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봉독은 이런 통증 유발 작용에도 불구하고 농도 및 용량과 시간에 따라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1)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활성화
통증 전달 과정에서 세로토닌계와 아드레날린계를 통한 중추성 하행성 통증 억제는 진통 기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말초에 침해성 자극이 가해지면 그 자극은 상행성 신경 전달 경로를 거쳐 뇌에서 통증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통증 전달 과정 중에 척수나 시상에 존재하는 신경 연접부 등에서 통증 신호는 다양한 변조 과정을 거친다. 특히 중뇌의 locus coeruleus nucleus(청반핵)에 기시하여 척수 후각에 분포하는 하행성 아드레날린 경로는 통증의 전달과 변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α1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통증 항진에,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통증 억제에 작용한다.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매개로 하여 나타나는 진통 작용은 일반적으로 침해성 자극을 척수로 전달하는 일차 구심성 신경세포에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완, 2007)

좌골신경을 만성적으로 손상시킨 Sprague-Dawley rat에서 2주 후 저농도(0.25mg/kg) 봉독을 2주간 하루 2회씩 주입한 결과 locus coeruleus의 noradrenergic neuron들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기계적 이질통(mechanical allodynia) 및 열적 통각 과민(thermal hyperalgesia)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효과는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억제제인 idazoxan 투여 시 소실되었다. (Kang, 2012) 따라서 저농도 봉독 반복 투여는 locus coeruleus noradrenergic system을 매개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또한 좌골신경을 만성적으로 손상시킨 Sprague-Dawley rat에 2주 후 고농도(2.5mg/kg)의 봉독을 1회 투여한 결과 저농도(0.25mg/kg) 및 대조군(생리식염수)에 비해 냉성 이질통을 유의하게 줄였다. 이때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억제제인 idazoxan을 피하주사 시 진통 효과가 없어지고, α1 아드레날린 수용체 억제제인 prazosin이나 비선택적 β 아드레날린 수용체 억제제인 propanolol에는 진통 효과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 고농도 봉독은 진통 효과에도 불구하고 쥐의 운동 기능에 일시적으로 악영향을 미쳤으나 저농도 봉독을 2주간 하루 2회씩 투여한 쥐에서는 진통 효과와 함께 운동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이 또한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억제제인 idazoxan에 의해 억제되었다. 따라서 고농도 및 저농도 봉독의 진통 효과는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반복적인 저농도 봉독의 투여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Kang, 2012) 또한, 아교세포 활성은 말초 신경 손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인데, ICR mouse에 봉독 주사 후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기전을 통해 아교세포 활성이 줄어들었다. (Kang, 2006)

일반적으로 침(manual acupuncture)의 분절 외적 진통 기전은 주로 μ-opioid 수용체를 통한 β-endorphin을 통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봉독으로 유도된 진통효과는 μ-opioid 수용체 억제제인 naloxone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억제제인 yohimbine에 의해 감소하였다. (Baek, 2006) 따라서 봉독의 진통 효과는 내재성 opioid 체계보다는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기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fos 단백 발현 감소
(일반적으로 말초 감각신경 중 C-fiber에서 통증을 인지한 후 척수 후각 신경들이 활성화되어 시냅스 전후 통증 자극 전달 물질들이 활성화되고 통증 자극은 뇌로 전달되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척수 후각의 신경원에서는 조기 발현 유전자(immediate-early genes)인 c-fos, c-jun 등이 발현되어 척수 후각 통각로의 활성을 측정하기 위해 c-fos mRNA의 산물인 c-fos 단백을 항원으로 하는 면역조직화학 방법 (Hunt, 1987)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체성 및 내장성 침해 통증 자극에 대한 진통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 (Munglani R, 1995) carrageenan으로 유발한 급성 족부 부종과 체성 과민을 유발한 Sprague-Dawley rat에서 c-fos 단백 발현이 증가하였는데, carrageenan을 유발하기 30분 전 봉독(0.8mg/kg)을 주입하면 부종과 c-fos 단백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Lee, 2001) 또한, Sprague-Dawley rat의 족삼리혈에 봉독을 주입하여 formalin으로 야기된 fos 단백 발현이 줄어들었다. (Kim, 2003) 따라서 봉독의 진통 효과는 c-fos 단백 발현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3) 척수 내 N-methyl-D-asparate (NMDA) 수용체 인산화 조절
흥분성 아미노산인 글루타메이트는 일차 구심성 신경 섬유에서 생성되어, 척수 후각의 신경연접 부위에서 분비되고 신경접합 후부에 존재하는 여러 수용체에 작용하여 척수 후각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 글루타메이트에 작용하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작용 약물의 민감도에 따라 N-methyl-D-aspartic acid(NMDA), α-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 propionic acid(AMPA), Kainic acid 등의 이온형 수용체와 대사형 수용체로 분류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과정을 통해 구심성 신경섬유의 흥분에 기능적으로 관여하여 통각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수봉, 2009) 특히 NMDA 수용체의 인산화 과정이 증가하면 자발통이 현저히 증폭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좌골신경 압박 손상을 유발한 Sprague-Dawley rat에 저농도 봉독(0.25mg/kg)을 2주간 하루 2회씩 반복 투여하여 NMDA 수용체 NR1 subunit 인산화(pNR1)를 억제함으로써 신경 통증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Kang, 2012)


4. 봉독의 항암효과 기전


봉독은 소염·진통 효과뿐만 아니라 항암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고되어, in vivo 또는 in vitro에서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에 대해 봉독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봉독의 핵심 구성 물질인 melittin과 PLA2의 활성을 통한 세포 독성 작용은 봉독의 항암효과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하는 세포 성장의 과정에서 세포 소기관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되었을 때, 정상 세포에서는 스스로를 제거하는 세포 자멸(apoptosis)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암세포에서는 이러한 세포자멸사가 억제되고(Anti-apoptosis) 암세포들이 무한히 증식(Proliferation)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암세포들은 주변의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촉진하고, 멀리 떨어진 정상기관에 침투(Invasion)하여 전이(Metastasis)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 과정의 각 단계를 억제하는 것이 봉독 치료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in vivo와 in vitro 연구에서 봉독 및 그 구성성분(Melittin, PLA2, Apamin 등)은 각 단계에서 관여하는 물질들에 작용하여 세포자멸사를 유도하고, 암세포의 과증식과 혈관신생, 전이과정을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봉독의 항암치료에 대한 보조적인 기전으로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인체는 비자기 물질을 항원으로 인식하여 방어하는 면역기능을 가진다. 만성적인 염증 반응은 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억제하고, 인체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항암치료의 부차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봉독은 유전자 변형을 통한 암세포의 증식·전이의 억제와 세포사멸의 유도뿐 아니라, 국소 림프절에서의 면역 반응을 통하여 항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 3.)


(1) 봉독과 Apamin의 세포자멸사 유도
종양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p53은 세포가 분열하는 세포주기에서 손상 혹은 변형된 DNA를 수정하거나 세포가 스스로를 파괴(apoptosis)하도록 하여 세포가 암화되는 것을 막는다. p53은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Bax 등의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Caspase8, Caspase3을 단계적으로 활성화해 결국 세포자멸사를 유도한다. 반대로 Bcl-2은 이러한 Bax의 활성을 억제하여 세포자멸사를 막고 암세포가 생존하도록 돕는다.

봉독은 인간의 자궁경부 편평상피 세포암 세포에서 Fas, p53, p21, Bax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Bcl-2의 발현을 낮추었다. (IP, 2008) 세포 내에서 Bax의 활성 및 Bcl-2의 억제는 결국 세포자멸사를 유도하여 암세포의 생존 및 성장을 저지하게 된다. 또한, 봉독 구성 성분 중 Apamin은 발암 유전자로 알려진 MDM2(Murine Double Munute 2)와 MDMX를 억제하고,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p53의 발현을 활성화는 것으로 나타났다. (Li, 2009) 종양 억제 유전자 p53을 통한 Bax의 활성화는 미토콘드리아에서 cytochrome C를 방출하게 하고 cytochrom C는 Caspase를 통해 암세포의 자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세포 외부의 TNF(Tumor necrosis factor)로부터 유도되는 경로는 Tumor necrosis factor-related apoptosis inducing ligand(TRAIL)와 그 수용체를 통해 caspase8을 활성화시키며 세포자멸사의 유도를 이끄는데, 봉독은 TRAIL의 활성에도 관여하여 암세포의 자멸을 촉진한다. (Wang, 2009) TRAIL은 정상 세포에서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고,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항암치료에 있어서 의미 있는 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봉독은 인간 유방암세포를 대상으로 한 in vivo 연구에서 세포 내의 ROS 발생을 증가시켰다. 이는 세포 내 Ca2+의 농도를 증가시켜 미토콘드리아 막전위를 감소시킴으로써 cytochrome C를 방출하도록 하여 세포자멸사를 유도한다. 단, ROS의 발생은 시간 의존적으로 초기 세포 내 활성산소(ROS)가 증가하였다가 서서히 감소하여 최종적으로 대조군보다 감소하였다. (Wang, 2009) 미토콘드리아 막 투과성 항진은 DNA 제한 효소(Endonuclease G)  세포자멸사 유도 인자(Apoptosis inducing factor, AIF)를 세포 내로 방출하는 것을 돕는데, 이는 caspase를 거치지 않고 직접 세포자멸사를 유도한다. 봉독은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을 세포 내로 방출시켜 caspase 비의존성 경로를 통해 암세포의 자멸을 유도할 수 있다. 암세포에서는 p53, Bcl2와 같은 세포자멸사와 관련된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암 효과 기전에 caspase 비의존성 경로를 통한 세포자멸사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4.)


(2) Melittin과 PLA2의 직접적인 세포독성
앞서 언급한 암세포의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것 외에 봉독의 주요 구성성분들은 직접적으로 세포 골격을 무너트리고 세포막을 분해하는 세포독성을 가진다. 세포 내 Calmodulin은 Ca2+과 결합하여 복합체를 이루고 세포 내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Ca2+-Calmodulin 복합체는 Protein kinases, Phosphatases, Cyclic nucletide phosphdiesterase와 같은 많은 세포 내 효소들의 활성을 조절하고, 세포 내외로의 Ca2+의 농도에 영향을 끼친다. 이를 통해서 Ca2+-Calmodulin 복합체는 세포 골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세소관의 조립과 분해에 관여하게 된다.

봉독의 주요 peptide인 Melittin은 Calmodulin과 결합하여 세포 내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하고, 또한 세포막 분해 효소인 PLA2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암세포의 괴사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Melittin이 세포 내 Calmodulin과 높은 친화성을 갖고 결합하여 Calmodulin과 복합체를 형성하므로, 앞서 말한 Ca2+-Calmodulin의 결합을 방해한다. (Raghuraman, 2007) 따라서 Ca2+-Calmodulin 복합체의 세포 내 신호 전달을 저해하여 세포독성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봉독의 구성성분이기도 한 PLA2는 포스파티딜이노시톨-4, 5-비스인산(PI(4,5)P2, PIP2)을 이노시톨-1,4,5-트리스인산(IP3)으로 분해하면서 세포막을 파괴한다. (Putz, 2006) 이때  Melittin은 세포막의 인지질의 아실기(acyl groups)에 작용하여 인지질층이 Phophlipase에 의한 분해에 민감하도록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여 PLA2의 활성을 돕는다. (그림 5.)


(3) 혈관신생 저해 및 전이 억제효과
Ca2+-Calmodulin 복합체는 저산소 유도인자(Hypoxia-inducible factor, HIF-1)를 활성화하여 결과적으로 VEGF(Vascular Endothelial Grwth Factor)와 같은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의 발현을 돕는다. Melittin은 Ca2+-Calmodulin 복합체의 길항자로 HIF-1의 전사를 방해하고 이를 통해 혈관 신생과 세포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Huh, 2010) 또한, Melittin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Akt와 MAPK 등의 신호 전달 분자들의 활성을 저해하는데, 이는 하향적인 신호 전달 경로인 RAS-RAF-MAPK와 PI3K-Akt 경로를 방해하여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을 억제한다.

전사인자인 NF-κB는 억제자인 iκB와 붙어있는데, 이것이 분리되면서 NF-κB는 활성을 띄면서 핵으로 들어가 DNA 전사를 일으키고 암세포 전이를 돕는다. 또한, NF-κB는 MMPs(Matrix Metalloproteinase)를 활성화 시키는데, MMPs는 세포 외 기질과 기저막 같은 조직 장벽을 분해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로 암세포의 이동과 침투를 돕는다고 할 수 있다. Melittin은 NF-κB와 iκB의 결합이 유지되도록 도와 NF-κB의 활성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서 MMP-9의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 (Cho, 2010) 이를 억제하는 것은 세포의 이동과 침투를 방해하여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5.)

(4) 염증 및 면역 조절 효과
염증 반응은 외부 항원, 비자기 물질, 암세포 등에 대한 인체의 기본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 간 신호 전달 단백질인 NF-κB는 만성적인 염증에 의한 발암에 핵심적인 중간물질이다. 염증 진통 모델에서와 마찬가지로 Melittin은 IκB가 인산화되어 분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NF-κB 와 IκB의 결합을 유지시킴으로써, NF-κB의 활성을 억제하고 암에 대한 염증을 억제한다. (Park, 2004)

봉독은 국소 림프절에서 나온 림프구의 암세포 용해 효과에 대한 강력한 활성인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포독성 T 세포(Cytotoxic T lymphocytes)의 활성과 관계되며 T 세포에서 CD8+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CD4+/CD8+의 비가 감소하여 국소 면역 반응을 유발해 암세포에 대한 독성을 일으킨다. 또한, 봉독은 in vitro와 in vivo 연구에서 IFN-γ의 mRNA 발현을 증가시켜 Helper T1 cell이 관여하는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는 것이 확인되었다. (Nam, 2005)


5. 결론


이처럼 봉독은 melittin, PLA2 등 주요 성분들의 약리 작용을 통해, 국소적으로는 NF-κB 활성 억제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감소시키고 산소기 생성을 억제한다. 전신적으로는 부신수질 호르몬을 자극하여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다양한 기전으로 소염작용을 나타낸다. 또한, 오피오이드계 호르몬을 중심으로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 침 치료와는 다르게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매개로 하여 fos 단백의 발현을 감소시키고 척수 내 NMDA 수용체 인산화를 조절하여 통증을 억제한다. 이와 같은 소염진통 작용과 더불어 봉독은 암세포에서 세포자멸사 유도, 세포독성 작용, 혈관신생 저해 및 전이 억제, 염증과 면역 조절 등을 통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봉독의 소염진통 및 항암 기전은 기존에 알려져 있는 소염진통제나 항암제와 일부 유사하지만 아직 봉독의 다양한 구성 성분 및 이들 간의 상호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따라서 향후 봉독 구성 성분 간의 상호 약리기전 및 용량과 농도에 따른 비교 효과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6. 참고문헌
























23) 고형균, 권기록, 안창식. 봉독약침요법.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2009.

24) 김경훈. 통증약리학. 가정의학회지. 2003;24:312-320.

25) 김태완, 신창석, 김철홍, 신상욱. 백서의 척수신경결찰 모델에서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 변화와 tramadol의 효과. 대한마취과학회지. 2007;52:32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