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아무거나 바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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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 생산 중인 크림/연고 제형의 국소(局所) 부위 치료제 1,655가지 중 593가지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일반의약품은 약리작용(藥理作用)이 강하지 않아서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환자 스스로 구입할 수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연고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약품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오남용을 조심해야 한다.


먹지 않고 바르는 약, 연고


대부분 피부 질환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연고를 바르는 것이다. 연고를 통한 국소 부위의 치료는 피부 외 다른 장기로의 약물 노출을 최소화하고, 고농도의 약제를 피부 내부에 도달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부작용도 대개 국소적으로만 나타난다.


효과적인 치료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부 상태에 따라 적당한 강도와 올바른 제형의 연고를 선택하여야 하고, 바르는 방법, 바르는 횟수 및 필요한 기간 등을 확인해 사용해야 한다.


연고를 활용한 치료는 진단이 분명하고 상처나 병이 아주 작은 부위에 발생한 경우에 우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거나 다른 부위로 퍼질 위험이 있는 경우, 체표면적(신체 표면의 면적)의 10% 이상의 부위를 넘어서는 경우는 다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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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없이도 구할 수 있는 연고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연고는 습진에 사용되는 ‘국소 스테로이드제(일명 스테로이드 연고)’, 농가진 같은 피부 감염이나 상처에 사용되는 ‘국소 항생제(후시딘, 박트로반 등)’, 입술 주위에 자주 발생하는 단순포진과 구순염 등에 사용하는 ‘국소 항바이러스제(조비락스 등)’, 무좀 치료에 사용하는 ‘국소 항진균제(라미실, 로세릴 등)’,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제제(세레스톤지 등)가 있다.


최근에는 여드름 치료를 위한 ‘국소 여드름 치료제(듀악, 에피듀오 등)’, 아토피 피부염 등에 장기간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연고의 대체제인 ‘국소 면역조절제(프로토픽, 엘리델 등)’도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효과적인 연고 사용법


연고 사용량
연고의 적당한 사용 용량을 잴 때는 finger tip unit (FTU)를 널리 사용하는데 1 FTU(finger tip unit: 약 0.5g)는 성인 집게손가락 끝 한마디에 묻히는 용량으로, 어른의 양쪽 손바닥 넓이 정도를 펴바를 수 있는 양이다. 예를 들면 얼굴 전체나 손바닥 전체에 연고를 하루 2번, 2주간 바른다면 14g (0.5g*2회*14일=14g)의 연고가 필요한 셈.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 시 전신 및 국소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은 한 달 사용기준 유아에서 총 15g, 소아에서 총 30g, 성인에서 총 60~90g 정도이다.


부위별 사용 방법
연고는 피부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바른 양의 1~2% 정도만 흡수되어 작용하므로 생각만큼 강력한 약효를 낸다고 보기 어렵다. 보통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1~2회 정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손바닥같이 자주 씻는 부위나 피부가 거칠고 두꺼워진 부위, 만성 습진 부위를 치료할 때에는 강도 높은 연고를 자주 발라야 한다. 이러한 부위에는 스테로이드의 연고 침투를 높이기 위해 연고를 바르고 비닐 등으로 부위를 밀봉하는 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람직한 생활 습관
발가락 지간형 무좀(발가락 사이에 생기는 수포 형태의 무좀)이나 발바닥 무좀 치료는 눈에 보이는 무좀균을 박멸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무엇보다 무좀균으로 오염된 신발이나 바닥을 통해 오염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므로 발을 잘 씻고 건조하는 생활 습관과 함께 무좀 연고를 발바닥 전체에 2~4주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고 보존 방법
연고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30도 이하에서 실온 보관할 수 있지만, 다시 사용할 때 제조 일자나 사용 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고마다 포장 상자나 용기 등에 제조 일자 혹은 유통기한이 표기되어 있다(보통 제조일로부터 2년). 사용 기간이 남았어도 개봉하면 변질의 위험이 있으므로 보통 6개월 안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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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도움되는 연고 부작용
일반적으로 연고를 바를 때 일시적인 자극이 일어날 수 있는데 특히 여드름용 국소 치료제나 프로토픽, 엘리델 같은 국소 면역조절제는 바르기 시작한 1~2주간 자극으로 각질이 일어나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초기에만 문제가 되며 심한 경우 일정 기간 바르는 횟수를 줄이고 바르는 부위를 최소화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으로는 피부가 얇아지는 피부 위축, 스테로이드성 여드름, 입 주위 피부염, 모세 혈관 확장, 피부 감염증 악화 등을 들 수 있다. 보통 장기간 사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이지만 강한 국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거나 얇은 피부에 바를 때, 노인이나 소아가 사용했을 때, 연고를 바르고 피부를 비닐 등으로 밀폐했을 때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글 _이경호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아토피피부염, 소아 피부질환, 손발톱질환, 감염성 피부질환 등 피부에 생기는 다양한 질환들에 대해 연구하고, 환자들의 고민을 덜어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대한여드름연구회의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피부연구학회 간행이사를 맡고 있다.


출처: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2017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