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닫고 공기청정기 돌리니 미세먼지 대신 ‘이산화탄소’

지난 19~25일 일주일 내내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당 36~6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미세먼지 오염이 계속될 때 시민들은 고민하게 된다. 창문을 꼭꼭 닫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가끔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것이 필요할까.


아파트 거실서 상황별 실험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중앙일보가 실험을 진행했다. 4명 가족이 거주하는 서울의 한 아파트(105㎡) 거실 바닥에서 약 50㎝ 높이로 케이웨더 ‘에어 가드 K’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14일간(지난해 12월 20일~지난달 2일) 10분 단위로 오염도를 측정했다. 측정 항목은 기온과 습도, 미세먼지(PM10),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이산화탄소(CO₂)였다.


미세먼지는 사람이 활동할 때 바닥·이불·책장 등에 쌓여 있던 게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도 발생한다. VOC는 주방에서 조리할 때나 가구·벽지·화장품 등에서도 배출된다. CO₂는 음식을 조리할 때와 사람이 호흡할 때 주로 발생한다. 상황에 따라 실내공기 오염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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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때 미세먼지 얼마나? PM10 447㎍ - 일반조리 5배, 생선구이 땐 13배


12월 24일 점심을 위해 주방에서 조리했더니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당 4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서 5배가 넘는 217㎍으로 치솟았다. 또 같은 날 저녁 식사 준비를 했을 때도 42㎍에서 118㎍으로 치솟았다. 주방에서 5~6m 떨어진 거실에서 측정했는데도 영향이 뚜렷했고, 조리 후 2~3시간이 지나야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12월 31일 점심때는 생선구이를 했는데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33㎍에서 447㎍으로 13배로 치솟았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있었지만 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쉽게 낮아지지 않았다.


장시간 환기 안 하면? VOC 1128㎍ - 미세먼지보다 CO₂ 오염 문제


장시간 환기하지 않았을 때 일부 가라앉기도 하는 미세먼지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VOC나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했다.


12월 24일 미세먼지는 저녁 식사 준비로 118㎍까지 상승했으나 자정에는 42㎍으로 낮아졌다. 반면 VOC는 계속 상승해 자정 무렵에는 516㎍/㎥에 이르렀고 CO₂도 1079ppm으로 증가했다.


특히 12월 28일 자정 무렵 VOC는 1128㎍/㎥로 ‘약간 나쁨(701~1500㎍/㎥)’까지 상승했다. 12월 29일 자정에는 VOC는 ‘나쁨’에 근접한 617㎍/㎥로 상승했다.


잠자는 심야에는? CO₂ 470ppm - 치솟았던 CO₂ 새벽 되면 감소


TV를 보는 등 가족 여러 명이 거실에 나와 있으면 밤늦은 시간까지도 CO₂ 농도가 높게 유지됐다. 12월 21일 자정에는 CO₂가 1250ppm, 22일 토요일 자정에도 1240ppm까지 올라갔다. 1000~1500ppm이면 ‘약간 나쁨’ 수준이다.


거실에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심야 시간의 CO₂ 농도가 470~700ppm 정도로 ‘좋음’과 ‘보통(601~1000ppm)’ 수준을 보였다. 늦은 밤 CO2 농도가 높게 올랐더라도 오전 6시에는 600~700ppm 정도로 낮아졌다. 거실에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 동안 실외 공기와 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창문 열고 20분 환기하면? VOC 141㎍ - CO₂·VOC 농도 절반으로 줄어


창문을 열면 CO₂와 VOC 수치는 확실히 내려갔다. 12월 30일 오후 4시부터 20분간 환기를 한 결과 671㎍이던 VOC는 347㎍으로, CO₂는 1108ppm에서 528ppm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월 1일 오후 4시30분에 20분간 환기했을 때도 397㎍이던 VOC는 141㎍으로, CO₂는 837ppm에서 456ppm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졸리고 집중력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VOC 중에는 발암물질도 있어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오염물질 농도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세먼지 심할 때 환기하면? PM10 134㎍ - 공기청정기 틀면 오염 줄어


12월 21일 오후 도시대기 측정망에서 측정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00㎍ 안팎(80~133㎍/㎥)이었다. 당일 오후 3시 20분부터 20분 동안 환기한 결과, 71㎍이던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125㎍으로 더 높아졌다. CO₂ 농도는 1080ppm에서 532ppm으로, VOC는 321㎍에서 126㎍으로 낮아졌다. 12월 22일 오후 1시 50분부터 10분간 환기를 했더니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86㎍에서 134㎍으로 상승했다. CO₂ 농도는 1237ppm에서 588ppm으로, VOC는 309㎍에서 143㎍으로 낮아졌다.


공기 깨끗하면 환기 불필요? PM10 28㎍ - CO₂·VOC 농도 계속 올라가


바깥 공기가 깨끗하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전반적으로 낮았다. 12월 24일의 경우 외부 미세먼지 농도는 18~37㎍이었고, 실내도 음식을 조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28~47㎍이었다.


환기하지 않았을 때는 VOC나 CO₂ 농도가 높은 편이었다. 바깥 공기가 깨끗할 때는 적당히 환기해 문제가 없었다.


특히 가족이 거실에 나와 있지 않은 새벽 시간에는 바깥 미세먼지가 낮아지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그 수준을 유지했다.


공기청정기 효과는? PM10 17㎍ - 미세먼지만 줄여, CO₂ 그대로


12월 30일 오후 4시부터 20분간 환기를 한 뒤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했다. 미세먼지는 환기 직후 69㎍였는데, 2시간 20분 가동 후에는 17㎍으로 감소했다.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환기 후에 미세먼지가 같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그때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같은 시간에 VOC는 347㎍에서 451㎍으로 증가했고, CO₂는 528ppm에서 942ppm으로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줄이는 데만 효과가 있었다.


김윤신(건국대 석좌교수) 세계맑은공기연맹 대표는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10~30%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CO₂나 VOC 같은 가스 상태의 물질은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더라도 하루에 한두 번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공기청정기도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올바로 사용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윤철(예방의학)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2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주최로 열린 제1회 미세먼지 국민 포럼에서 “공기청정기도 주어진 환경에서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세먼지의 주요 정책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396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