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과연 '교수·비교수'로만 구분되나

『연구자의 탄생: 포스트-포스트 시대의 지식 생산과 글쓰기』


질적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연구 논문과 연구 출판물을 읽을 때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연구 방법론에 대한 서술이다. 어떻게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연구자가 무엇을 고민했는가라는 점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연구 참여자를 만나는 과정과, 거기서 발생한 윤리적, 철학적 고민들이 공유될 때 연구 공동체와 함께 토론하고 길을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 공동체가 경험하는 공통의 감각에 대해 이제까지 자주 주목되지 않았던 하나의 경험을 더 더한다. 학문후속세대라고 명명되어 연구재단의 1년 계획표에 따라 일상을 조정해야 하는 경험들, 그리고 연구 주제와 연구 대상, 연구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낯선 사람이라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이 주제에 친숙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그 설명의 결과에 따라 한 해 연구 작업의 양과 내용이 결정되는 일을 매년 해나가는 경험들, 그리고 이렇게 ‘연구재단’ 한정적인 학술 경험 외부로부터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들과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연구자로 정체화하는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지난해 10월 인문·사회과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발표한 ‘연구자 권리선언’에서는 연구자를 특정 직위가 아닌 말 그대로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로 정의했다. 어떻게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자들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결국 교수와 그 외로 구분되는 학술 공동체 내 위계질서와 이에 따른 자원 배분을 문제 제기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출처: 교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