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 물리치료사가 바라본 엉뚱하고 따뜻한 치매 세상 이야기

다사다난한 치매 요양원에서의 나날,

개성 넘치는 어르신들과의 일상을 기록하다.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에 걸리는 시대이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돌보기란 쉽지 않기에 요양원을 찾는 이들이 많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살갑지 않다. 이곳에서 치매로 생각이 흐려진 어르신들은 기가 막힌 사건을 일으키며 주변 사람들의 인내를 시험한다. 그러나 따뜻한 손길로 흠집 난 가슴을 보듬어 주는 것 또한 어르신들이다.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따뜻함과 냉랭함을 느끼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르신 곁에서 삶의 마지막을 사랑과 존중으로 채워드리고자 선생님들은 지금도 분주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치매는 알지 못해 더 무서운 병이다. 이 책이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과 편견을 떨쳐 내고, 치매 어르신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고령사회의 우울한 초상, 치매.

우리의 노년은 괜찮을까?

치매에 걸리면 스스로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가족들도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치매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쉬쉬하며 심지어는 암보다 더 피하고 싶은 질병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2060년이면 우리나라 국민 중 40.1%는 노인이 차지할 전망이기에, 통계대로라면 치매 환자가 전체 국민의 4%에 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본인 혹은 사랑하는 가족이 치매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치매는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이렇듯 현실로 다가온 치매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막연한 두려움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치매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 혹은 자신이 치매에 걸렸을 때 마냥 절망하고 있을 수도 없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단단히 대비하는 것은 어떨까? 그 첫걸음으로 치매 요양원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나.나.』를 읽어보자.


치매는 심한 건망증 아닌가요?

요양원 풍경으로 살펴보는 다양한 치매의 모습.

우리는 과연 치매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바.나.나.?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겪어온 치매 환자들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기에 출연한 어르신들은 과한 식탐을 보이기도 하고, 온갖 물건을 수집하기도 한다. 언어능력에 문제가 생겨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으며, 판단력이나 지남력에 문제가 생겨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남을 모함하기도 한다. 또한 치매는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치매 환자의 4-50%는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망상과 환각, 과도한 불안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때로는 효자손을 휘두르는 등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치매는 기억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치매로 인한 뇌의 손상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가져오며, 이로 인해 주변 사람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힘들다고 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치매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요양원의 다양한 사례와 수년간 쌓아온 저자의 경험은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치매 환자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느 선까지 돕는 것이 좋을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것은 오랜 경력을 가진 저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정신적으로 힘들고 성인을 돌보는 일이기에 육체적인 고통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의 마지막을 지킨다고. 삶의 끝자락에서 기억을 잃어버렸다 한들 어르신들은 계속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할 우리의 미래라고. 수많은 어르신을 돌보며 얻은 저자의 깨달음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말한다. 어르신과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분명 힘들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내면의 멋을 깨닫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 책은 치매 어르신을 이해하는 것이 나아가 스스로의 마음을 단련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함께 전한다.


나를 잊어도 괜찮은 노년.

모두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말하다.

늘어난 평균수명은 밝은 모습만 가져오지는 않았다. 노년의 삶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고, 치매에 걸려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선입관이다. 노인의 삶이 젊은이의 삶보다 행복할 수 있으며,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가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엉뚱한 실수가 조금 많아질 뿐이다. 선입관이 편견으로 굳어지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치매에 관심을 가져보자. 보다 많이 접할수록 편견 없는 노년, 편견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바.나.나.』에 실린 이야기는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겪게 될 미래이기도 하다. 돌봄을 주는지 받는지의 차이일 뿐 누구든 나이를 먹으면 돌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도 ‘나’라는 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잊지 말자.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매김 된다면 그들의 노년도 우리의 노년도 더 이상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왜 바나나일까?

바나나는 맛이 달콤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어르신들이 좋아는 간식 중 하나이다. 엽산이 풍부해 뇌 건강에도 좋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세로토닌 분비를 도와 노년기 우울감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에게 ‘바나나’를 간식으로 제공해드리곤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바나나처럼 누구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