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유전자 생존전략 - 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노화에 대한 여러 가설과 관련 유전자들

● age-1 유전자 : 노화 촉진 유전자로, 1988년에 토마스 존슨이 발견. 이 유전자에 손상을 입히니 선충의 수명이 1.7~2.1배 늘어났다.

● daf-2 유전자 : 노화 촉진 유전자로, 1993년에 신시아 캐니언이 발견. 이 유전자에 손상을 입히니 선충의 수명이 2배 늘어났다.

● sirtuin(시르투인) 유전자 : 노화와 수명에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반응 경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장수유전자로, 건강장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스터 유전자의 역할을 한다. 2000년에 레너드 가렌티가 발견. 공복 상태에서 활성화되어 원시시대의 인류를 현재까지 보존해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유전자를 활성화하니 효모, 선충, 포유류 모두 수명이 늘어났다. 효모와 선충에서는 Sir2, 포유류에서는 Sirt1으로 표기한다.


노화유전자설은 노화가 숙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 이론에 근거해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개선한다면 노화를 막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장수유전자 ‘시르투인’을 활성화하는 데는

먹는 횟수보다 저열량식이 더 중요하다!


먹는 것과 건강의 관련성이 강조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소식과 채식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왔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에 한 끼 혹은 두 끼만 먹어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질병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틀린 얘기가 아니다. 의학과 생명공학이 밝혀낸 건강장수의 비결을 보면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인 시르투인(sirtuin)이 우리 몸에 존재하고, 그 유전자의 발현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적게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꼭 ‘1일 1식’, ‘1일 2식’이어야 하는가? 먹는 횟수보다는 ‘인체가 활동하기 적절한 에너지의 양을 섭취하는 것(저열량식)’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열량식은 장수유전자 시르투인의 발현과 아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열량식이 어떤 원리로 건강장수에 도움이 되는 걸까?

저자 쓰보다 가즈오 박사는 먹는 횟수를 제한하고 먹는 양을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적절히 섭취하는 ‘저열량식’이 장수유전자의 발현을 도와 항노화와 장수, 건강 증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면 영양 면에서나 에너지 대사 면에서 문제가 생기고, 갑작스런 허기를 달래지 못해 되레 폭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건강장수 저열량식의 메커니즘과 또 다른 효과

레너드 가렌티 박사는 열량 제한이 장수유전자의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효모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쪽에만 먹이(포도당)의 양을 줄여 섭취열량을 75%까지 제한한 결과 열량을 적게 섭취한 그룹이 더 오래 살았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열량을 적게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NAD(세포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NAD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분해 반응에 작용하는 조효소)의 양이 훨씬 더 많았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저열량식이 건강장수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이 명확해진다.


저열량식 → 미토콘드리아 내 NAD 증가 → 장수유전자(시르투인)의 활동 증가 → 내장지방의 감소, 대사증후군의 예방 → 건강장수


저열량식은 과학적인 항노화 & 건강증진 요법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도 볼 수 있다.

● 세포 속까지 깨끗해진다 : 세포가 자신의 단백질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이용함으로써 세포 자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자가소화작용’을 통해 세포 속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한다.

● 뇌가 젊어진다 : 혈관성 치매의 원인은 대사증후군의 원인과 동일하므로 저열량식이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저열량식을 하면 세포 속을 대청소하는 작용이 일어난다고 하니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쓰레기가 제거될 수도 있다.


저열량식의 항노화 효과를 검증한 연구들

● 미국 코넬대학의 영양학자 클리브 맥케이 박사 : 쥐의 섭취 열량을 평소의 65%로 제한한 결과 쥐의 평균수명이 무려 2배 가까이나 늘어났다. 그는 실험 결과를 근거로 “섭취 열량을 줄이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1980년대 후반의 여러 연구들 : 생물학을 비롯해 면역학,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선충, 초파리, 쥐 등을 이용한 실험으로 저열량식이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 1987년~200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 연구 : 붉은털원숭이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20여 년간 한 그룹에는 일반적인 먹이를 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비타민 등의 영양소는 그대로 둔 채 열량만 30% 줄인 먹이를 주었다. 그 결과 일반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털이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는 등 늙은 원숭이의 모습을 띠었고, 그에 비해 저열량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털에 윤기가 나고 주름도 적어 한참이나 젊어 보였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차이가 났다. 일반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고 등이 굽어서 동작이 느리고 둔했다. 반면 저열량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움직임이 날렵하고 활발했다. 두 그룹을 나란히 두고 보면 부모, 자식이나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이 연구를 통해 저열량식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이 선충과 초파리, 쥐에 이어 영장류에서도 확인되었다.


운동은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늘려

노화의 속도를 늦춘다!


건강장수의 두 번째 실천법은 ‘운동’이다. 운동의 항노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우선 미토콘드리아의 활동 기전부터 알아봐야 한다.

세포 호흡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항노화의 열쇠를 쥔 세포 내 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를 엔진에 비유하면 ATP는 마력에 해당한다. 그런데 ATP의 에너지는 채 1분도 버티지 못할 만큼 지속력이 부족하다. 계속 재생산하지 않으면 금세 연료가 바닥 나서 엔진이 멈추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 AMPK라는 효소다. AMPK는 마치 센서처럼 체내의 ATP 양을 감지해 부족한 경우에는 엔진 작동 방식을 ‘에너지 절약 모드’로 바꾸라고 명령한다. AMPK는 ATP의 양이 충분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ATP의 양이 감소하면 이를 긴급 사태로 판단해 활발히 기능하기 시작한다. 먼저, 지방을 쌓아두는 작용을 중지시키고 미토콘드리아에게 ‘포도당을 이용해서 에너지(ATP)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이는 ‘지금은 에너지가 부족하니 포도당을 지방으로 쌓아둘 것이 아니라 얼른 분해해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밖에도 ATP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늘리라’고 지시한다. 요컨대 AMPK가 활성화되면 내장지방이 줄어서 대사증후군이 예방되고 근육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AMPK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AMPK는 ATP의 양이 부족할 때 활성화된다. 따라서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으로 ATP를 많이 소비해서 강제적으로 ATP 결핍 상태를 만드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때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유산소운동을 20~30분 정도 지속하면 그때부터 지방이 본격적으로 연소된다. 따라서 워킹 같은 유산소운동은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지방이 점점 더 많이 연소되어 에너지로 쓰이면 ATP 결핍 상태가 해소되기 시작하므로 그에 비례해 AMPK의 활성도가 차츰 떨어진다. 이를 막으려면 유산소운동 사이사이에 근육 트레이닝 같은 무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무산소운동에서는 산소의 이용 없이 근육 조직에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체내의 ATP 양은 충분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럴 때는 AMPK가 기능하지 않는다. AMPK는 ATP의 양이 부족할 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ATP가 충분한 상태(무산소운동)에서 ATP가 부족한 상태(유산소운동)로 만들면 AMPK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 AMPK가 활성화되면 지방이 더 많이 연소되고 근육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늘어난다. 유산소운동 사이에 무산소운동을 해서 AMPK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이 운동법은 “아무리 오래 걸어도 도무지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미토콘드리아는 골격근세포에 특히 많기 때문에 나이 들어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감소하면 근육이 눈에 띄게 쇠퇴한다. 오래 버티고 쉬 지치지 않는 젊은 근육을 유지하려면 역시 운동만한 것이 없다.


과학과 의료기술에 힘입어 노화와 수명은 이제 어느 정도 제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몇 살까지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미 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살까지 살든 사는 동안에는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건강장수’이며, 건강장수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아는 것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길이 될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