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 세상의 모든 피임법 그리고 역사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피임법 그리고 역사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제한하고 회피한다는 뜻을 지닌 ‘피임’의 탄생에서 현재까지, 동서고금의 문화와 종교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피임법의 역사를 살펴보는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그간 우리가 몰라서, 혹은 부끄러워서 선뜻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피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들, 사회가 겪어온 고민과 진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무지로 인해 소외되고 억압받아온 수많은 여성들의 삶 또한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낳지 않을 자유와 자기결정’에 근거한 여성의 피임할 권리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국제적으로는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성재생산건강권’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나아가 여성에게 치명적인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피임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피임’은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동시에 인권이며 모든 인간 삶의 과제”라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 모두가 수치심을 이겨내고, 피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결정권을 가지게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담하고도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출판사 서평

“피임은 여성이 자유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자

“인간으로서의 평등을 위한 첫걸음” -마가렛 생어


임상 간호사로 일하며 여성 건강과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피임’은 기본적으로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동시에 인권이며 모든 인간 삶의 과제라 단언한다.

여성으로 태어나 또 한 명의 일하는 여성으로서 저자가 바라본 여성들의 삶은 탄생과 동시에 ‘여성=모성’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고 출산과 육아는 당연한 책임으로 지워지며 그에 따른 수많은 희생 또한 감내해야만 했다.


나는 여성이다. 여성으로 태어났고, 여성으로 살아왔다. 여성이기 때문에 출산을 하고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어머니가 되는 것은 계절의 변화처럼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보니 우리 주변에는 아이러니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한쪽에서는 원치 않는 시기에 아이가 생겨 슬퍼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무리 원해도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슬퍼했다. 자궁 속의 아이를 떼느라 몸이 상했던 여성이 정작 원하는 시기에는 임신이 되지 않아 배란 주사를 맞으며 몸이 상하기도 했다. 피임약이 발명되면서 여성은 자기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획득했다고 했으나 마주한 세상은 아직도 자기가 결정하기에 많은 희생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완벽하지 못한 피임, 원하지 않는 출산, 안전하지 못한 낙태로부터 여전히 억압 받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과 저자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적어도 수많은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피임’을 바로 알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일깨운다.


과거에 비해 첫 성관계 연령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임 실천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피임을 아예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놀랍게도 ‘피임 방법을 몰라서’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여성 건강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피임’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고 수많은 논문과 관련 도서, 문헌 등 방대한 자료를 찾고 조사해온 저자이지만 “피임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가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는 사실이 엄청난 충격”이었다는 그녀의 고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치열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정리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르는 여성 인권과 피임의 역사, 그 곳곳에 은폐되었거나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여성의 희생과 고통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피임에 대해 아는 것이 곧 여성의 인권을 되찾는 일임이 분명하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책을 집필하며 내가 알게 된 사실들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완벽하지 못한 피임, 원하지 않는 출산, 안전하지 못한 낙태. 그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억압받고 있었다.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인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적극적으로 ‘피임’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이제까지 몰랐다고 자책할 필요도,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마음이 무거워질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저자는 ‘피임’을 인권의 문제로, 여성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모든 인간 삶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씩씩하게 말한다. 이렇게 충실하면서도 투쟁적이지 않은 주장이라니!


피임이 여성 건강과 인권의 출발점이라고 늘 생각해왔던 저자는 이런 책이 나오기를 독자의 입장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내가 아는 만큼이라도 나누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직접 책을 기획하고 쓰게 되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책은 사회 문제에 대해 논하고, 누군가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쉬이 나타나는, 역설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경직되고 격앙된 태도로 인해 급기야 사회에 또 다른 분열을 낳는 성급함이나 서투름도 찾아볼 수 없다.

‘피임’을 여성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모든 인간 삶의 문제로 끌어내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고민할 수 있게 해준 저자의 진심과 전문가로서의 성실함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