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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잘못 조제된 한약을 먹고 신부전증이 나타난 환자에게 2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책임은 한약재를 관리감독하는 식약처, 유통하는 제약회사에게도 있는데,
    문제없이 처방한 한의사와 조제를 잘못한 한약사에게만 2억 원을 배상하라니요.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 작성자 :  밝은미래한의원 정창운 원장 등록일 :  2016-02-12 조회수 :  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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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jpg '잘못 조제된 한약'이란 무엇인가요?


    의료기관에서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한약의 용량과 성분에 대해, 원외탕전실에서 이 처방을 조제할 수 있습니다. (약사법 제23조 부칙 8항) 그러나 원래 지시된 처방내역과 그 조성과 성분이 다르게 조제된 한약을 ‘잘못 조제된 한약’이라고 합니다.


    2.jpg 아리스톨로킥산이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었나요?


    현재 아리스톨로킥산에 의한 신질환은 병리학적으로 특별한 사구체 손상 없는 신장 간질의 광범위한 섬유화 및 세뇨관 위축으로 특징지어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광방기 (廣防己), 관목통 (關木通) 등 일부 식물, 생약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인 아리스톨로킥산 (Aristolochic acid, AA)이 유럽 등지에서 요로생식기계의 종양과 신장질환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그에 대한 역학조사가 시행되었고, 결과적으로 국제 암연구기관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er, IARC)은 이 성분을 발암 성분이라 규정하였으며, 국제적으로도 유럽과 북미 등 다수 국가들은 이 성분을 함유한 약재 및 생약들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였습니다 [1].


    3.jpg 아리스톨로킥산은 어느 정도로 위험한가요?


    아리스톨로킥산 노출 환자 86례에 관한 한 후향적 연구에서 19명 (22%)의 환자가 급성신손상을 보였고, 67명 (78%)의 환자들은 만성신부전으로 이행하였습니다. 급성신부전이 발생한 환자들 중 11명 (57.9%)의 환자들은 신기능이 회복되었고, 만성신부전이 나타난 27명 (40.2%)은 말기신질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대만의 한 연구에서는 최대 10%의 말기신질환 (CKD) 환자들이 아리스톨로킥산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제기한 바 있습니다 [2]. 그러나 이후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과거 제시되었던 용량의존적 발생, 역치 용량 등의 문제에 있어 아리스톨로킥산을 함유한 약재가 사용되더라도 통상적인 사용에서는 말기신질환의 발생에 대한 인과성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리스톨로킥산이 분명한 신장독성과 발암성을 가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편, 아리스톨로킥산에 의한 신손상에서는 양약 이뇨제나 하제 등과 병용하였을 때 신독성이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4.jpg 어떠한 식물들, 생약이 위험한가요?


    유럽에서는 한약의 사용 경험이 적고 한약재의 명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약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광방기 (廣防己)와 관목통 (關木通)을 한방기 (漢防己)나 목통 (木通)으로 오인하거나 혼용하여 전부 방기 (fang ji)나 목통 (mu tong)으로 이름 붙여 사용한 것이 유럽 국가들에서의 대규모 아리스톨로킥산 노출 사건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 광방기와 관목통 모두 발암물질로 세계 각국에서 약용 및 식용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05년 5월 30일 중앙약심을 통해 이들 아리스톨로킥산 함유 약재를 약전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그전에도 이들 약재의 사용은 매우 미미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되는 한약이라면 이러한 아리스톨로킥산이 검출될 수 없습니다.


    5.jpg 한약재, 생약들이 신장에 해로운가요?


    아리스톨로킥산 노출 사건 등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마치 한약 전체가 신장에 있어 해로운 것처럼 비추고 있습니다만 이는 의학적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한약재와 한약 처방들은 식품의약안전처의 승인 하에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국가로부터 안전성과 효과가 담보된 것입니다. 대만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에서는 한약 처방이 만성신질환 (CKD) 환자의 말기신질환 (ESRD)으로의 이행을 최대 60%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4]. 또한 최근 연구들에서 적절한 진단 하에 처방된 한약은 신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5]. 따라서 전문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한약을 정해진 용법, 용량에 따라 복용하는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진단 없이 임의의 약재나 식물을 민간에서 조합하여 복용하는 것은 일부 신장질환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사의 지시하에 복용하여야 합니다.


    6.jpg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이 사건은 한의사가 아리스톨로킥산과 무관한 통초 (通草)를 처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의 지시하에 조제를 수행하는 기관인 원외탕전실에서 관목통 (關木通)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원외탕전실에는 한약의 품질관리와 조제를 담당하는 한약사가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원외탕전실에 원료의약품인 한약재를 공급하는 업체는 약사법 등에 의해 제약회사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며, 이 제약회사들은 식약처에 의해 규정된 절차에 따른 한약재만을 생산 및 유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아리스톨로킥산 함유 한약재, 생약에 대한 안전장치가 실패한 것입니다. 식약처는 생약재의 불법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지 못하였으며, 제약회사와 원외탕전실, 한약사는 일련의 다양한 검수단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법 약재의 유통과 혼입을 차단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7.jpg 환자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설령 아리스톨로킥산을 복용하게 되더라도 그 위험은 제한적이고, 사용례도 극히 적으므로 일반적으로 한의사에 의해 처방되어 복용하는 한약은 안전합니다. 그러나 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나 비만, 혹은 비뇨기계의 장애로 한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라면 진료 한의사에게 이러한 약재 (목통, 방기 등)의 사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약의 안전 관리에 있어 실패한 정부기관인 식약처에 항의와 감시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lunarmix/220622435627


    참고문헌


    [1] Gokmen MR, Lord GM. Aristolochic acid nephropathy. BMJ. 2012 Jun 15;344:e4000. doi: 10.1136/bmj.e4000.


    [2] Chen CH, Dickman KG, Moriya M, Zavadil J, Sidorenko VS, Edwards KL, Gnatenko DV, Wu L, Turesky RJ, Wu XR, Pu YS, Grollman AP. Aristolochic acid-associated urothelial cancer in Taiwan. Proc Natl Acad Sci U S A. 2012 May 22;109(21):8241-6. doi: 10.1073/pnas.1119920109. Epub 2012 Apr 9.


    [3] Lin MY, Chiu YW, Chang JS, Lin HL, Lee CT, Chiu GF, Kuo MC, Wu MT, Chen HC, Hwang SJ. Association of prescribed Chinese herbal medicine use with risk of end-stage renal disease in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 Kidney Int. 2015 Dec;88(6):1365-1373. doi: 10.1038/ki.2015.226. Epub 2015 Aug 5.


    [4] Hsieh CF, Huang SL, Chen CL, Chen WT, Chang HC, Yang CC. Non-aristolochic acid prescribed Chinese herbal medicines and the risk of mortality in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 results from a population-based follow-up study. BMJ Open. 2014 Feb 21;4(2):e004033. doi: 10.1136/bmjopen-2013-004033.


    [5] Zhong Y, Menon MC, Deng Y, Chen Y, He JC. Recent Advances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or Kidney Disease. Am J Kidney Dis. 2015 Sep;66(3):513-22. doi: 10.1053/j.ajkd.2015.04.013. Epub 2015 May 23.



     밝은미래한의원 정창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