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MCRIC 비평 |
PubMed를 검색해보면 아무리 연구에 관심 있는 임상가라고 해도 그 모든 논문들을 업데이트하고 있기란 어려울 정도로 과거에 비해 침 연구 논문 업데이트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systematic review는 근거중심한의학에 관심 있는 임상가, 학생, 연구자들에게 최신 연구 결과들에 대한 통합적인 지견과 현황을 빠르게 알려줄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침 임상연구들은 일반 약물요법이나 수기치료에 대한 연구보다 더 다양한 연구목적과 그에 따른 대조군,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각각 적용하고 있어 그 결과를 pooling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실정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개별 논문들을 참고해야 할 경우도 많이 있고, 소규모의 연구일지라도 연구자로서, 혹은 임상가로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한다. 반면에 추후 침 치료의 유효성에 대한 근거 중 하나로 사용될 소중한 한 편의 연구가 그 연구의 한계로 인해 결과와는 상관없이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이 없다. 한 편의 침 임상 연구가 얼마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 속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본 연구는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침 치료를 한 후 심박변이도와 혈압, 삶의 질을 평가한 논문이다. 실험군으로는 신문, 교감, 신, 간, 심, 피질하에 이침 치료를, 대조군으로는 약물, 식이, 운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의 ‘routine care’를 시행하였다. 많은 systematic review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inconclusive)’ 상황으로 규정짓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포함된 연구의 질이 낮다는 문제인데, 이 논문의 경우에는 기존 침 연구들에서 많이 언급되는 randomization, allocation concealment, blinding 등의 부문에 대해 bias에 대한 risk가 비교적 낮은, 다시 말해 보고의 질이 높은 연구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논문의 결과를 살펴보면 “이침 치료는 고혈압 환자의 삶의 질 (통증과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적용될 수 있으며, 수용할만한 치료법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이침 치료의 유효성을 지지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결정적으로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연구 결과가 논문의 이러한 positive한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논문에서 삶의 질에 대한 항목들에서는 실험군의 전후 비교 상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여주었을 뿐 정작 군 간 비교에서는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고혈압 유병기간과 환자들의 정신 건강 수준을 보정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분에서는 삶의 질 중 body pain 항목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임상의들이 고혈압 환자에게 이침 치료를 권할만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둘째, 연구 목적 및 연구 결과 해석 시 그 임상적 의의에 대하여 연구자의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미 혈압약 복용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자율신경계 조절과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떠한 임상적인 의의가 있을까? 단지 그동안 많이 이루어져 왔던 침 치료-HRV 연구들 (논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1-3]의 연장선상에서 대상 질환을 건강인, 폐경기 여성 등으로 확장하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만약 이 연구의 연구 목적이 이침 치료 후 인체의 생리적인 변화를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알아본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삶의 질을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연구는 독자들에게 고혈압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연구처럼 여겨지도록 혼란을 준다. 또한 실제로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엔 빈약한 결과지표라고 볼 수 있다. 고혈압이라는 질환 특성상 오랜 관찰이 필요한 임상적인 치료결과라 부득이하게 대리 결과 (surrogate endpoint)를 채용해야 할지라도 본 연구에서 사용된 결과지표들이 정당한 대리 결과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의심해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리 결과 사용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박병주. 「근거중심보건의료」 고려의학 참조). 만약 이 연구가 질환에 따른 깊은 이해, 치료 중재가 가질 수 있는 임상적 가치를 좀 더 고려했다면 보다 더 충분한 추적관찰 기간 (이 연구에서의 10주보다는 더 긴), 질환에 더 적절한 결과지표 (예를 들면 혈압약 복용을 제한한 상태에서 혈압을 낮춰준다든가, 고혈압약의 부작용을 줄인다든가, 혹은 고혈압약 복용량을 감소시키는 것과 같은)의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