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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CRIC 제목

불면증에 대한 중약 조인안신교낭의 효과: 실패한 임상시험이 남긴 교훈

서지사항

Birling Y, Zhu X, Avard N, Tannous C, Fahey PP, Sarris J, Bensoussan A. Zao Ren An Shen capsule for insomnia: a double-blind,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Sleep. 2022 Feb 14;45 (2):zsab266. doi: 10.1093/sleep/zsab266.

연구설계

2-arm double-blind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연구목적

불면증 치료에서 중약 조인안신교낭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

질환 및 연구대상

DSM-5를 사용하여 불면증으로 진단되었으며, Insomnia Severity Index (ISI) 점수가 10점 이상인 성인 환자들

시험군중재

조인안신교낭군 (n=38): 4주의 중재 기간 동안 취침 1시간 전 조인안신교낭 캡슐 3개씩 복용

대조군중재

플라세보군 (n=47): 4주의 중재 기간 동안 취침 1시간 전 플라세보 캡슐 3개씩 복용

평가지표

일차 평가지표: Insomnia Severity Index (ISI), 이상 반응 발생

이차 평가지표: Depression Anxiety Stress Scale 21-item, Assessment of Quality of Life, Fatigue Severity Scale, Consensus Sleep Diary, Actigraphy

평가 시점: 개입 전 (baseline), 개입 중간 (Week 2), 개입 후 (Week 4), 추적 관찰 (Week 8)

주요결과

모든 평가지표에 대하여, 모든 시점에서 조인안신교낭군과 플라세보군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음 (p>0.05).

저자결론

조인안신교낭은 불면증 치료에서 안전했고, 나은 수용성 (acceptability)과 내약성 (tolerability)을 보였으나, 플라세보에 비해 더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기존 근거들에서는 이 한약이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으므로,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는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량보다 더 적게 사용함으로 인했을 수 있다.

KMCRIC 비평

수면 장애에는 불면증, 수면 무호흡, 하지 불안 증후군, 기면증 등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빈번하면서 임상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역시 불면증이다. 한국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를 이용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불면증의 유병률은 5.78%로 매우 흔하고, 여성 (7.20%)에서는 더욱 흔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불면증의 유병률도 점차 증가 (30대: 1.47%, 50대: 3.05%, 70대: 5.81%)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

불면증에 대한 기존 치료는 크게 약물 요법과 비약물 요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먼저 약물 요법으로는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나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소위, Z-drugs),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 일부 항우울제 및 항정신병약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득-위험비 (benefits-risks-ratio) 측면에서 이러한 약물들의 장기간 (4주 이상) 사용을 지지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2]. 불면증에 대한 비약물 요법으로는 불면증에 대한 인지행동 치료가 가장 잘 연구되어 있고, 장기간 약물 요법과 비교했을 때도 더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3], 이 요법의 제한된 접근성, 대중의 인식 부족 등의 요인으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4]. 이런 맥락에서 한의 치료는 불면증 치료에서 유망한 선택지로서, 최근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양방 의료뿐 아니라 한방 의료를 찾는 환자의 비율은 연간 증가하고 있다 [5].

이번 이중-맹검 무작위화 대조군 임상시험은 중국에서 불면증 치료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중약인 조인안신교낭(枣仁安神胶囊) (산조인, 오미자, 단삼으로 구성)의 효과성을 평가하고자 했다. 참고로, 2020년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이미 19편의 임상시험을 분석하여 이 중약이 불면증에 대하여 플라세보와 비교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유의하게 더 우수하고,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효현제와는 유의한 차이가 나지 않다는 것을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에 보고되어 온 임상시험들의 방법론적 질이 낮다는 한계점이 동시에 지적되었다 [6]. 따라서 이번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은 엄격한 방법론을 준수하여 불면증에 대한 이 중약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 참고로, 이 임상시험은 중국이 아닌 호주의 웨스턴시드니대학교 (Western Sydney University)에서 시행되었다.

연구진은 DSM-5를 사용하여 불면증으로 진단되었으며, Insomnia Severity Index (ISI) 점수가 10점 이상인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1주간의 플라세보 도입기 (placebo run-in: 이 기간 동안 플라세보 반응에 따른 대상자 처리는 불분명하게 기술됨)를 거친 뒤, 1:1 비율로 무작위로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배정하고, 각각 4주간 조인안신교낭 치료 또는 플라세보 치료를 실시하였다. 주요 결과지표는 ISI와 이상 반응 발생이었고, 이차 결과지표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Depression Anxiety Stress Scale 21-item), 삶의 질 (Assessment of Quality of Life), 피로 (Fatigue Severity Scale), 그리고 수면 일지 (Consensus Sleep Diary)와 액티그래피로 평가한 수면지표가 포함되었다.

포함된 환자들에서 치료 전 ISI 평균 점수는 14.7점으로 중등도 수준의 불면증에 속하는 불면증 중증도를 보였다. 44주간의 개입 후와 개입 종료 1개월 후 추적 관찰에서, 주요 결과지표인 불면증 중증도를 비롯하여, 어떤 결과지표에서도 조인안신교낭군은 플라세보군과 비교할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4주 치료 후, 유효율 (ISI 점수에서 7점 이상 감소)과 중의 변증 점수에서도 양 군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중의 변증 점수로 평가된 각 변증별 점수는 ISI로 평가된 불면증 정도 개선의 예측 인자가 아니었다.

저자들은 연구 결과를 해석하기로, 연구에서 사용된 조인안신교낭의 용량이 임상에서 사용하는 용량에 비해 적으므로 플라세보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고찰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 설명서에는 취침 전 조인안신교낭 캡슐 5개를 복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임상시험에서는 캡슐 3개를 복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논문과 프로토콜 [7] 모두에서 대상자들에게 왜 캡슐 3개로 복용하도록 한 것인지는 설명이 되어있지 않다.

이 외에도 저자들은 조인안신교낭군과 플라세보군 간의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잠재적 원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치료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찾아낼 표본 크기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 바닥 효과 (floor effect: 포함된 대상자들 중, 경증 불면증이 있는 환자들은 본래 불면증 정도가 심하지 않았으므로, 개선되더라도 그 개선 효과 및 대조군과의 차이가 작게 보일 수 있음)로 인해 전체 치료 효과의 크기가 감소하였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이러한 사유들은 각각,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치료 기간과 목표 표본 크기를 설정했다는 점, 대상자 중 중등도 또는 중증 불면증 환자들로 제한한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모든 결과지표에서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임상시험의 한계점은 더 지적될 수 있는데, 연구진은 1:1 비율로 참가자들을 무작위화했다고 보고하였지만 치료군과 대조군의 참가자 수는 각각 38명, 47명으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에 대하여, 저자들은 플라세보 도입기 동안 탈락률의 불균형으로 인해 치료군과 대조군의 참가자 수에 불균형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들이 기술한 무작위화의 절차는 플라세보 도입기 이후에 1:1 비율로 무작위화를 실시한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치료군과 대조군의 참가자 수가 갖는 이러한 불균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또, 참가자들에게는 임상시험 기간 동안 불면증에 관련된 다른 치료를 받지 말도록 했지만 응급 약물의 사용은 허용되었는데, 치료 결과의 분석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의 응급 약물 사용이 분석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마지막으로 개입 전 참가자들의 각 변증별 중의 변증 점수는 ISI 점수 개선의 예측 인자가 아니었다고 저자들은 분석하였는데, 이 중의 변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어떤 도구가 사용된 것인지, 이 도구에서는 어떤 변증을 평가하는지, 대상자들에서 각 변증의 비율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이 연구는 사용된 중약의 엄격한 질 관리가 이루어졌고, 중국 외의 국가에서 시행된 연구이며 (하지만 대상자들의 국적은 불분명함),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서도 전화를 통해 평가를 시행하는 등 연구진의 노력과 어려움이 엿보이는 임상시험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아쉬운 점들이 지적될 수 있으며, 연구진의 후속 임상연구에서는 약물의 용량, 목표 대상자의 수, 치료 기간 등의 측면에서 더 개선된 임상시험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본 임상시험은 저자들 스스로도 지적하는 여러 설계상 한계점들로 인해 불면증에 대한 중약의 효과를 밝히기 어려웠지만, 이 한계점들은 중약뿐 아니라 향후 한약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우리 한의사들에게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고 사료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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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

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