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인선
[Ph.D. Life in Germany!]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경혈학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 Tübingen 대학에서 뇌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박사 생활과 저의 연구 분야에 관해 재미있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사 이인선 프로필

OHBM (Organization for Human Brain Mapping) 학회 참관기

 

2012년 여름, 석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으로 참석했던 학회가 바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OHBM 학회였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때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 지 기대가 되곤 합니다.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 동안 제 22회 2016 OHBM 학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습니다. OHBM은 neuroimaging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중요한 학회로 neuroimaging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연구 주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모임입니다. 학위 연구로 진행하고 있는 functional MRI 연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올해에도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튀빙엔에서 멀지 않고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분석 방법도 배울 겸 참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스위스에서 취리히 다음으로 큰 도시인 제네바는 알프스에서 내려온 물로 이루어진 레만 호수를 옆에 끼고 프랑스와 인접해 있습니다. 스위스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다시 한 번 살인적인 물가를 느꼈지만 여전히 깨끗한 도시와 자연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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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저녁, 학회장 앞 정원에서 멋진 welcome reception이 제공되었습니다. 스위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악단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학회의 시작에 맞춰 마음가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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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부터는 morning symposia, keynote lecture, lunch symposium, poster session, oral session 등을 통해 연구 발표를 듣고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본 내용은 causality와 connectivity에 대한 내용인데요. 과연 뇌 영상 연구가 인간의 심리와 인지에 대해 causal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새롭게 개발된 connectivity 측정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cognitive function을 기준으로 여러 뇌 영상 연구의 data를 결합하는 방식 (Poldrack and Farah, Nature, 2015)은 여러 종류의 data sharing 방식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접근 방법으로, neuroimaging data 자체에서 causal hypothesis를 찾아내는 방식도 아직은 한계가 많이 있어 보이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분야입니다.


제가 학회에 참석할 때 가장 좋아하는 poster session에서는 Dynamic causal modeling (DCM) 방법을 이용한 연구와 학위 연구의 주제인 functional dyspepsia 관련 연구를 주로 보러 다녔습니다. DCM 분석 방법에 대해 토론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도 얻고 해외, 특히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을 만날 때는 서로의 힘든 점을 토로하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상당수의 발표자들이 본인이 발표해야 하는 시간에도 자리에 있지 않아 조금 더 성실한 태도로 학회에 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nnectivity 분석은 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활동을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해부학적 위치를 구분하는 과거의 연구에서 더 나아가 뇌의 여러 영역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고전적인 방식인 Pearson’s correlation을 이용하는 것 이외에도 이번 학회에서는 multivariate mutual information, multivariate distance correlation, shape of network 등 다양한 방식을 이용한 functional connectivity 분석 방법이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resting state, 즉 아무런 자극이 제시되지 않고 특별한 인지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의 뇌 영상 정보를 이용한 분석은 특히 임상적인 측면에서 여러 효용성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resting state neuroimaging data의 분석 방법이 얼마큼 빠르고 정밀하게 발달하는지에 따라 뇌 영상 연구가 임상에 응용되는 시기가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를 뽑아보자면, Wellcome Trust Centre for Neuroimaging의 디렉터이자 뇌 영상 연구 분야에서 수없이 많은 분석 방법을 제시해온 Karl Friston의 발표였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여러 종류의 DCM을 functional connectivity와 effective connectivity의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개의 brain에서 인간의 얼굴과 개의 얼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즐겁고 명랑한 태도로 설명한 Laura Cuaya의 발표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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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뇌 영상 연구에서 여전히 high brain cognition, executive function, emotion and social behavior 등과 neurodegenerative disease가 중요한 것, 새로운 functional connectivity 분석 방법과 뇌 영상 data의 sharing, 그리고 neuroimaging data를 임상적으로 이용하고 causality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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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뿐 아니라 여러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학회에 참석하는 즐거움일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DCM 분석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통의학 분야의 technical officer로 계시는 안상영 박사님의 주최로 박경모 교수님, 채윤병 교수님, 이준환 박사님, 김형준 박사님, 김지은 박사님, 정창진 연구원 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분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을 뿐 아니라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기대하는 마음을 보여주셔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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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는 제가 진행하는 학위 연구 실험 일지를 일기 형식으로 편집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실험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한의사 이인선의 Ph.D. Life in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