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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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상에 담긴 생명과학, 후생유전학(EPI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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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이라는 영화를 보고나니, 작년 말쯤 발표됐던 후생유전학에 대한 논문이 떠올랐습니다. 얼굴의 생김새는 정말 운명을 반영하는 것일까요? 백 번 양보해서 정말 그렇다고 가정하면 그 이유는 밝혀지기 어려운 것일까요?  (기세나 풍채가 얼굴에 드러난다는)   중국 '사기'에 나오는 ' 王侯將相 寧有種乎 ', 이 문장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느냐?'라는 말로 진나라 때에 난을 일으킨 진승과 오광이 백성들을 선동하며 한 말입니다.


태어나면서 유전자적으로 우리에게 정해진 운명이 따로 있겠습니까? 다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교육적으로   길러지며   본인의 운명이 서서히 결정되어 가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관상'이란 개념은 허구일까요? 재미있는 가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2 년 10월 Nature Neuroscience라는 저널에 꿀벌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내용은 간단히 말하자면   꿀벌의 유전자는 같은데 태어나서   먹는 영양, 길러지는 방식에 따라 여왕벌이 되기도 하고, 일벌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여왕벌은 일벌에 비해 덩치가 매우 크고, 생식구조, 호르몬체계 또한 다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큰 변화가 태생부터 로열젤리라는 영양과, 다른 벌의 길러짐에 의한 후생유전 조절 (Epigenetic control) 에 의함임을 밝힌 논문이었습니다 . 우리 생체에는 수많은 Epigenetic modulation이 존재합니다. 유전자는 같더라도, 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후생유전조절인자에 의해 다른 생명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 조절범위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만들 만큼이나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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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유전학을 관상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 어릴 때부터의 교육, 길러짐이 그 사람의 생체유전조절에 영향을 끼쳐 발현된 표현형 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얼굴과 같은 외모, 추후의 행동패턴이나, 이른바 '운명'을 결정할 정도의 습관들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는 추후의 생물학이 발전된 뒤에 밝혀져 가야 할 것입니다. 동양철학은 통계학으로 그것을 먼저 알게 된 것일 수 있겠지요! :)

 

References

1. 한재림. 영화 '관상'. Showbox. 2013.

2. 司馬 遷. 陳涉世家. 史記. BC100. 

3. Herb BR, Wolschin F, Hansen KD, Aryee MJ, Langmead B, Irizarry R, Amdam GV, Feinberg AP. Reversible switching between epigenetic states in honeybee behavioral subcastes. Nat Neurosci. 2012 Oct;15(10):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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