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의사 김승남 프로필

#9. 광유전학, 유전학과 신경과학의 융합

 

오늘은, 약 2-3년전에 유행했던 최신기술 한 가지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물론, 최근 생명과학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최신기술을 알게 될 쯤에는 어느새 더 진보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곤 합니다. 최신 생명과학이라면, 뇌신경과학의 혁신적인 투자로 인한 통합신경계의 재발견, 유전자 조작과 다양한 RNA의 기능을 통한 줄기세포 관련 기술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이었던 시절, 융합과학이(물론 이후에도 트렌드이지만) 대세였고, 2011-12년 과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기술은 광유전학(OPTOGENETICS)이었습니다. 2011 년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 기술은 2010년 STANFORD의 KARL DEISSEROTH 교수에 의해 주목 받아 퍼져나갔지요.


가장 폭발적인 인기는 이 광유전학 기술이 도파민신경계의 중추인 뇌내기저핵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제 박사과정 연구가 파킨슨질환과 도파민신경계 조절에 침 치료가 미치는 영향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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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내기저핵


광유전학에 대한 소개를 하려면, 귀찮지만 먼저 뇌내기저핵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왜 이 기술에 열광했는지를 알기 위해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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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내기저핵은, 도파민 신경전달과, 다양한 뇌의 부위들(대뇌, 선조체, 시상하부 등)의 신경전달들이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조절중추계입니다. 이 신경계는, 쉽게 얘기하자면, 자기들끼리의 신호를 주고받은 끝에 일련의 고/스톱 신호를 만들어 대뇌나 소뇌, 척수 등으로 신호를 다시 전달합니다. 그러한 신호들은 원래 만들어졌던 시각, 운동, 보상, 중독, 수면 등의 기전들을 고/스톱 하게 만들어서, 조절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정리하자면, 뇌내기저핵의 목적은 생각과 행동의 감독관과 같습니다. (고/스톱 신호는 임의로 제가 사용한 표현입니다. 이해하기 편해서요. 논문에서 교통신호등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뇌내기저핵의 문제로 인해 인간에겐 다양한 신경질환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중 파킨슨병의 경우, 도파민 신경의 파괴로 인한 대표적 뇌내기저핵장애입니다. 뇌내기저핵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도파민의 전달이 그 목적지인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굉장히 상반된 두 가지 역할을 하는 '양'방향성을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도파민을 선조체를 향해 쏘는데, 이 선조체에 완전 상반된 반응을 일으키는 두 가지 과녁이 있는 것이지요. 더 쉽게 말하자면, 도파민수용체1은 도파민 신호를 받은 뒤 '그거 해라'를 전달하고, 도파민수용체2는 '그거 하지 마라'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수용체의 반응이 같은 도파민 신호전달에 의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결국 도파민의 신호는 중화되어 버릴까요?


도파민 수용체는 굉장히 다양한 기전들에 의해 발현양상이나 그 이후 과정들이 조절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고/스톱의 신호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이전 연구들에 의하면, 같은 도파민이라도 양의 증감에 따라 최종 신호가 고/스톱으로 완전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지요.


보다시피 너무나도 많은 이런 기전을 우리가 통제하여 결론을 내리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뇌내기저핵 관련 생리/병리나 치료약물 연구에 있어 실험을 디자인하고, 통제하거나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특정 수용체를 갖고 있는 도파민신경에 의한 고/스톱 조절은 통제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우리가 도파민수용체1이나 도파민수용체2를 각각 차단해 볼 수 있다면?

혹은, 적당한 비율로 활성화시키거나 시차를 두고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도파민신경조절의 최종 목적지를 과학적으로 통제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지요. 실제 많은 도파민수용체1 특이적 차단 약물이나 도파민수용체2 특이적 차단 약물들은 개발되어 있지만. 알다시피 약물은 투여된 이후 다시 없애거나 세밀한 조절이 불가능했었습니다.



2. 광유전학적 조절 (OPTOGENETIC CONTROL)


유전학의 발달은 기술의 진보를 가져왔고, 과학자들의 도전은 흥미로운 결과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우리의 눈을 보면, 시세포의 광수용체(PHOTORECEPTOR)들은 빛을 받아들여 뇌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뇌로 전달되는 신호란, 결국 특별한 게 아니라, 뇌 내의 수많은 신호전달들과 같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과학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특정 뇌신경에 광수용체가 달린다면?

우리가 그곳에 빛을 쪼여주면 그 특정 뇌신경의 신경전달이 바뀔까?

우울한 사람 뇌 속에 긍정적 신호를 내는 뇌신경에 빛을 쬐어주면, 그 사람도 긍정적으로 바뀔까?


그리고, 마침내 달게 되었습니다, 뇌신경에 광수용체를. 방법은 유전학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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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뇌신경에는 그 특정 뇌신경만이 할 수 있는 유전자들이 발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도파민 신경계에는 다른 신경들과는 다르게 도파민을 수용하기 위한 도파민 수용체가 있지요. 그런 특정 유전자들이 발현될 때, 광수용체가 덩달아 발현되도록 유전자를 조절한 쥐가 태어나게 만든 것이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 각각의 수용체마다 또 특이적인 유전자조절을 통해 도파민수용체 각각만 활성화시킬 수 있는 쥐를 만들게 되었고, 그 결과, 특정색의 빛을 조사해 도파민수용체1만 신경전달을 활성화시키자 쥐가 미친 듯 움직였고, 도파민수용체2만 신경전달을 활성화시키자 쥐가 그 순간 멈췄습니다. 기존의 이론과 의학적 사실을 정확한 조절기전을 통해 증명해낸 것이지요. 더 나아가 파킨슨병을 유발한 쥐에서의 저 광수용체 조절이 적어도 운동 증상개선에 도움을 주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이 논문은 네이처(NATURE)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어떻게 보면, 과학적 증명을 뛰어넘어 인류가 뇌신경과학/유전학적 지식을 융합해 이루어낸 쾌거였고, 시간적/공간적으로 정확히 뇌를 조절한 중요한 연구가 되었지요. 사람들은 환호했고, 과학계의 뜨거운 화두로 광유전학은 주목 받았습니다.



3. 미래


당시에 학자들은 이 기술이 뇌의 모든 세포전달 기전을 밝혀내어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뇌를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파킨슨병을 비롯한 뇌내기저핵 장애에 의한 뇌질환 환자들은 치료기술의 발전을 희망적으로 기대했지요. 아직 대답을 내리긴 이릅니다. 기술이 개발된 지 2-3년이 지났습니다. 생명과학에는 훌륭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또 많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인류와 생명현상에 대해 도전하고, 새로운 걸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References


1. Karl Deisseroth. Optogenetics. Nature Methods 2011.

2. Joseph J Paton and Kenway Louie. Reward and punishment illuminated. Nature Neuroscience 2012.
3. Alexxai V. Kravitz, et al. Regulation of parkinsonian motor behaviours by optogenetic control of basal ganglia circuitry. Nature 2010.
4. Paolo Calabresi and Massimiliano Di Filippo. Neuroscience: Brain's traffic lights. Natur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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